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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문화 깊이 보기 고려사의 단면을 기록한 섬세한 조각 예술 경천사지 십층석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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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연간 관람객 수 6,507,483명을 기록하며, 루브르박물관(9,046,000명), 바티칸박물관(6,933,822명)에 이어 전 세계 박물관 중 세 번째에 이름을 올린 한국의 국립중앙박물관. 이곳에 들어서면 압도적인 규모와 높이로 시선을 사로잡는 유물과 마주하게 된다. 독특하고 섬세한 조각이 인상적인 경천사지 십층석탑이다.

아픈 역사까지 기록하고 있는 대형 석탑

고려시대에 만들어진 유서 깊은 석탑인 경천사지 십층석탑이 현재의 위치인 국립중앙박물관 로비에 자리를 잡기까지는 몹시 지난한 사건의 역사가 이어진다. 고려시대 전기에 창건된 것으로 추측되는 경천사는 경기도 개풍군 광덕면 부소산에 있던 사찰이다. 지금은 없어지고 터만 남은 경천사의 경내에 세워져 있었던 이 탑은 일제강점기에 일본으로 무단으로 반출되는 아픔을 겪었다. 이 사실을 러일전쟁 취재 차 한국에 들어와 있던 영국인 언론인 베델이 기사화해 세계에 알렸고, 1918년 되돌려 받게 되었다. 국내로 환수된 경천사지 십층석탑은 1960년 경복궁에 수리해 세워졌고, 1995년 보존처리를 거쳐 2005년 현재의 자리에 전시되고 있다.

경복궁에 있었던 경천사지 십층석탑
국립중앙박물관 로비에 있는 경천사지 십층석탑

국보로 지정되어 있는 경천사지 십층석탑은 우리나라 전통 양식의 석탑과는 다른 모습을 하고 있다. 원나라 양식을 많이 반영한 까닭이다. 석탑의 3단으로 된 기단(基壇)은 위에서 보면 아()자 모양이고, 그 위로 올려진 10층의 높은 탑신(塔身) 역시 3층까지는 기단과 같은 아()자 모양이었다가, 4층에 이르러 정사각형의 평면을 이루고 있다. 기단과 탑신에는 화려한 조각이 가득 차 있어 그 섬세함에 감탄하게 된다. 부처, 보살, 풀꽃무늬 등이 뛰어난 조각수법으로 새겨져 있어 극치의 화려함을 자랑한다. 또한 4층부터는 각 몸돌마다 난간을 돌리고, 지붕돌은 옆에서 보아 여덟 팔()자 모양인 팔작지붕 형태의 기와골을 표현해 놓는 등 목조건축을 연상케 하는 풍부한 조각들이 섬세하게 새겨져 있다.

경천사지 십층석탑의 조각 장식(1)
경천사지 십층석탑의 조각 장식(2)

또 하나 주목할 점은 탑의 1층 몸돌에 고려 충목왕 4년(1348)에 세웠다는 기록이 있어 만들어진 연대를 정확히 알 수 있다는 것이다. 새로운 양식의 석탑이 많이 출현했던 고려시대에서도 특수한 형태를 자랑하고 있으며, 우리나라 석탑의 일반적 재료가 화강암인데 비해 대리석으로 만들어졌다는 점도 특이하다. 특히 경천사지 십층석탑은 전체적인 균형과 세부적인 조각수법이 잘 어우러진 아름다운 자태로 눈길을 끌며, 지붕돌의 처마가 목조건축의 구조를 그대로 나타내고 있어 당시의 건축양식을 엿볼 수 있어 더욱 중요한 가치를 가진다.

여러 가지 불교 이야기를 담은 경천사지 십층석탑. 원나라의 간섭에서 자유로울 수 없었던 고려사의 한 장면을 보는 듯한 이 석탑은 고려인이 한 층 한 층 정성을 다해 쌓아 올린 강국을 향한 바람이었을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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