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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알파고 너머의 세상>이라는 프로그램을 통해 구글 딥마인드 CEO이자 '알파고의 아버지'로 불리는 데미스 하사비스가 조명되면서 바둑이 다시 관심을 모으기 시작했다. '알파고와 싸워 이긴 유일한 인간'으로 기록된 바둑기사 이세돌을 보유한 국가인 한국은 오랫동안 바둑 문화를 즐긴 민족이다. 그와 관련된 상징적인 문화유산이 바로 '목화자단기국'이다. 백제가 심혈을 다해 빚은 궁극의 예술 작품이라고 할 수 있는 바둑판인 목화자단기국은 우리의 문화유산이지만 일본이 보유하고 있어 더욱 애틋하게 다가온다.
섬세한 공예예술에 담은 백제 외교의 전술
목화자단기국은 1400여 년 전 백제 의자왕이 일본에 선물한 바둑판으로 '자줏빛 나무에 그림이 새겨진 바둑판'이라는 의미를 지닌 수려한 백제의 예술혼을 담은 바둑판 세트다. 섬세한 공예예술을 꽃피운 백제의 작품답게 목화자단기국은 극치의 아름다움으로 시선을 사로잡는다. 곱게 채색한 상아 조각을 장식해 백제의 미(美)를 표현했다는 것이다. 문양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해상 무역의 강자였던 백제의 위상을 담은 이국적인 면면을 발견할 수 있다. 바둑판의 몸체는 스리랑카에서 나고 자란 자단나무로 만들어졌으며, 윗면은 코끼리 상아를 이용해 세밀하게 줄을 그었다. 옆면에는 곱게 채색한 상아 조각을 이용해 낙타, 악어, 아라비아 상인을 페르시아 스타일로 새겼다. 더욱 놀라운 건 바둑판의 서랍으로, 내부에 여닫이 장치를 설치해 한쪽을 열면 반대쪽도 열리도록 만들었다. 가로 48.8cm·세로 49cm·높이 12.7cm·무게 3.91kg의 바둑판에 화려한 디자인은 물론 뛰어난 기술력까지 더해 섬세한 백제 예술의 극치를 담아낸 것이다.
백제의 아름다움은 여기에서 그치지 않는다. 바둑판을 넣어 보관하는 금은귀갑감 표면은 거북 등딱지 모양의 육각형으로 장식되고 내부는 금박과 은박의 꽃무늬로 장식되어 있다. 바둑돌 역시 예사롭지 않은 멋스러움을 자랑하는데, 상아를 깎아 만든 바둑알을 붉은색, 남색으로 염색을 한 후에 한 땀 한 땀 새 모양을 새겼다. 화점(花點)은 오늘날 바둑판이 9개인 것과 달리 연꽃무늬로 17개가 장식되어 있는데, 이는 한국 고유의 순장바둑과 일치해 우리 문화유산으로서의 가치를 더한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바둑판으로 손꼽히는 목화자단기국은 의자왕이 외교적인 목적으로 일본에 선물한 것으로 지금도 일본 왕실의 보물을 보관하는 곳인 나라 정창원에 보관 중이라 우리가 감상하기는 쉽지 않다. 어디에서 소유하고 있다 하더라도 명백한 우리나라의 귀한 문화유산인 목화자단기국. 기울어져 가는 나라의 운명을 외교를 통해 다시 세우고자 했던 간절한 바람이 담긴 것이라 그 화려한 아름다움 속에는 슬픈 이야기가 깃들어 있다.
알파고가 바둑계를 장악하는 세상이 되었지만 이토록 아름다운 바둑판을 만들 수 있는 기술력은 '넘사벽'이 아닐까? 이것이 바로 K-컬처의 위대함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