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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과 이란 간 전쟁이 장기화하면서 세계 경제가 요동을 치고 있다. 디인플레이션, 스태그플레이션, 디플레이션, 심지어는 대공황 우려까지 극단적인 비관론이 고개를 들고 있다. 마치 비관론이 나오면 신생아가 아니라 거인의 위력이 발휘한다는 미첼의 경고를 보는 듯하다.
도널드 트럼프 정부 출범 첫해에 나타난 미국 경제는 한마디로 포퓰리즘과 근린 궁핍화 정책으로 대변된다. 표심과 직결되는 소득세와 법인세는 감면해 미국의 부담을 최소화하는 대신 대미 상품거래는 관세, 대미 투자는 준조세에 해당하는 수탈적 성과 배분, 사람의 이동은 높은 비자 수수료 등으로 다른 국가에 전가해 보전하겠다는 의도가 뚜렷했다.
상품, 기업, 사람, 자본 등 4대 개방 분야 중 마지막 남은 자본 거래는 어떤 조치를 강구할 것인가가 일찍부터 궁금했던 사안이다. 최근 미국 증시에서는 한국인 등 외국인 주식 투자가 늘면서 코리아 파잉(korea fying) 현상이 나타남에 따라 단체 투기와 음모 등으로 미국 증시 건전도가 떨어진다는 핑계로 달러 예치제나 토빈세 부과 등을 검토하고 있다.
돈로(DonRoe) 주의로 상징되는 국수주의로 4대 개방 부문을 빗장으로 걸어 잠그면 트럼프 정부가 구상 중인 마가(MAGA) 달성은 더 멀어질 수 있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 미국 경제는 GATT와 WTO를 기반으로 하는 자유 무역 질서, IMF와 WB를 양대 축으로 하는 브레튼우즈 체제에 의해 지탱해 왔기 때문이다.
미국 경제 자체적으로는 트럼프 대통령처럼 자신의 이익을 우선하는 예산안을 추진하면 '재정적자-포퓰리즘 악순환 고리(deficit-populism doom loop)'에 처할 확률이 높다. 2012년부터 세계 3대 평가사는 미국의 신용등급을 강등시켜 왔다. 트럼프 정부가 구상 중인 예산안을 원안대로 추진하면 신용등급을 추가 강등시킬 수 있다고 경고한 상황이다.
반면 지난해 중국 경제는 외부적으로 트럼프 정부의 충돌보다 내부적으로 시련을 겪은 한 해였다. 그 누구보다 시진핑 주석이 실각설에 시달렸다. 같은 해 여름 휴가철 베이다이허 회의를 계기로 실각설에서 벗어나면서 10월에 열렸던 4중 전회에서 후계자 지정 없이 네 번째 연임이 확정됐다. 실각설이 오히려 전화위복이 된 셈이다.
4중 전회에 앞서 열렸던 전승절을 계기로 러시아, 북한 등 전통적인 사회주의 국가 간의 연대 체계도 재구축됐다. 언제든지 이반될 수 있는 연대 체제이지만 지난 1990년 베를린 장벽 이후 사회주의 주도권이 구소련에서 중국으로 넘어간 이후 처음 있는 일이다. 올해는 더 강화되느냐와 재균열되느냐에 갈림길에 설 것으로 보인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 다자주의의 공공재를 누린 국가가 세계 경제 패권 다툼에 유리한 위치를 점해왔다. 중국은 트럼프 대통령 취임 이후 미국을 떠나는 민주주의 국가를 커다란 비용을 치르지 않고 속속 무임승차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마가 목표보다 시진핑 주석이 구상하는 팍스 시니카 목표를 더 빨리 달성할 수 있는 의외의 상황을 예고한다.
중국 내부적으로는 7년째를 맞는 부동산 위기를 어떻게 극복할 것인가가 올해 남은 기간에도 최대 난제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단일 위기는 아무리 길어도 2년이 지나면 마무리된다. 하지만 중국의 부동산 위기는 여전히 깊은 수렁에서 헤매고 있다. 올해 2월 말 기준으로 미분양 아파트가 무려 1억 채를 넘어 한국 국민 한 사람당 두 채씩 줄 수 있는 물량이다.
문제는 부동산 위기가 장기화하는 주요인이 시진핑 정부의 정책 실수 때문이라는 점이다. 요즘 많이 거론되는 중립 금리를 적용해 보면 시 정부의 부동산 대책은 r*를 낮추는 데 초점을 맞췄어야 했다. 하지만 r**를 낮춘 게 결정적인 실수다. 실물경제 침체 혹은 과열시키지 않는 r*가 금융 건전성을 훼손시키지 않는 r**보다 높을수록 부동산 위기는 악화하기 때문이다.
모든 경기와 증시 부양책은 위기를 낳은 본질 해결에 얼마나 접근했는가에 따라 효과가 달라진다. 부양책 규모가 클수록 더 그렇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위기 경험국의 실증적 사례를 점검해 보면 기득권의 고통이 따르는 위기 본질 해결을 외면하고 순간을 모면하기 위한 캠플 주사형 대증요법을 추진해 결과가 더 나빠졌다.
절체절명 위기 상황에서 시 주석이 전통적인 재정정책과 통화정책에서 벗어나 획기적인 부양책을 발표했다. 부동산에서 증시에 초점을 맞춘 인민 재산 증식 수단과 기업정책도 '국진민퇴(國進民退·국영기업은 우대하고 민간기업은 억제)'에서 '국진민진(國進民進·국영과 민간기업 동시 우대)'로 전환했다.
지난해 일본 경제에 가장 큰 관심사는 '아오키 법칙'에 걸려 있는 이시바 시게루 총리가 교체될 것인가 하는 점이었다. 아오키 법칙이란 내각과 집권당을 합친 국민 지지도가 50%를 밑돌아 좀비 국면에 처한 것을 뜻한다. 결국 낮은 국민 지지도를 극복하지 못한 이시바 총리는 자진사퇴하고 다카이치 사나에가 바통을 이어받았다.
일본 정치 역사상 첫 여성 총리가 이끄는 다카이치 정부가 미국과 이란 전쟁 이후 일본 경제를 살릴 수 있을까를 알아보기 위해서는 장기 저성장 원인부터 따져볼 필요가 있다. 1990년 이후 일본 경제 잠재 성장률은 지속적으로 하락해 0.5% 내외까지 떨어졌다. 실제 성장률도 이 수준에서 맴돌아 오히려 디플레 갭이 발생한 해가 많다.
총공급 면에서 단순생산함수(Y=f(L,K,A), L=노동, K=자본, A=총요소생산성)를 이용해 복원력을 따져보면 노동 섹터는 인구절벽과 저출산·고령화가, 자본 섹터는 토빈 q 비율이 1을 밑돌아 생산성이 여전히 낮다. 총요소생산성도 정치권의 부정부패 등으로 사회간접자본(SOC)이 제대로 확충되지 않아 획기적인 구조개혁이 없으면 복원력은 더 떨어질 수 있는 여건이다.
일본 경제처럼 저량(stock)과 유량(flow) 변수에서 성장 장애 요인을 안고 있을 때, 모든 경제정책은 긴축과 부양의 성격과 관계없이 반짝 효과만 그치는 캠플 주사에 그친다. 주체적인 면에서 재무성과 일본은행(BOJ), 스펙트럼 면에서 재정과 통화뿐만 아니라 환율정책에 이르기까지 모두 해당한다.
오히려 이런 상황에서 섣불리 정책 기조를 변경하거나 같은 정책이라도 자주 내놓으면 부작용은 더 심하게 나타난다. 현재 일본은 국가채무비율이 270%가 넘어 재정정책 여지가 거의 없다. 장기간 지속한 아베노믹스로 통화와 환율정책에서도 이러지도 저리지도 못하는 상황이다. BOJ도 금리 인상 등과 같은 출구전략을 신속하게 밀어붙이지 못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다카이치 정부가 가장 시급한 기득권을 끊어 국민 지지도를 끌어올려 아오키 법칙에서 벗어나는 일은 성공했다. 앞으로 정책 신호에 대한 정책 수용층의 반응을 끌어올려 어떤 정책을 추진하더라도 효과를 기대해 볼 수 있다. 하지만 대중 인기 영합적인 정책을 반복해 수명이 단축될 우려는 완전히 해소하지는 못했다.
구조개혁을 포함한 제3의 정책을 모색해야 한다. 최대 병목 변수인 높은 저축을 소비로 유도하기 위해 '부(負)의 저축세' 도입을 더는 미뤄서는 안 된다. 케인즈언의 균형재정승수가 1이라는 점에 착안한 간지언 정책도 고려할 때다. 산업연관표(I/O)상 병목 현상은 풀기가 어려운 점을 고려하면 주식 대중화와 주주환원율 제고가 대안이 될 수 있다.
2025년 유럽 경제는 14년 만에 불거진 재정위기 우려로 시달렸던 한 해였다. 발단은 권력욕이 강한 통수권자의 '재정 지배(fiscal dominance)'와 복지비에 취한 국민의 국가 마비 운동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풀기도 쉽지 않다. 재정 지배란 한번 쓰면 줄이기가 어려운 재정에 대해 각종 규제와 의회 등의 견제를 무시하고 압도한다는 차원에서 붙여진 용어다.
재정 지배로 가장 우려되는 것이 '부채의 화폐화(bond monetization)' 방안이다. 최근처럼 국채금리가 상승하는 여건에서 국채가 민간에서 소화되기 어려우면 중앙은행이 사줘야 한다. 유럽의 재정 사정이 갈수록 악화하는 점을 고려하면 포퓰리즘 성향이 강한 통수권자일수록 이 방안에 대한 유혹이 강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중요한 것은 통수권자가 해결하고자 하는 목적은 달성할 수 있을까 하는 점이다. 결론부터 말한다면 'No'다. 영국의 경제 전문지인 이코노미스트는 오히려 자신의 목적 달성을 하지 못하면 더 강하게 중앙은행 등을 밀어붙이는 '재정적자와 포퓰리즘 간 죽임의 악순환 고리(deficit populism doom loop)'가 형성될 것으로 우려했다.
재정이 각종 규제를 무시하고 중앙은행까지 지배하면 물가는 누가 책임질 것인가 하는 점이다. 2025년 5월 이후 선진국의 물가는 현재보다 기대, 단기보다 장기일수록 기대물가가 높은 것도 이 때문이다. 재정지출을 늘리고 중앙은행이 금리를 내리면 물가가 말이 뛰는 식으로 올라갈 것이라는 캘로핑 인플레이션을 우려하는 시각이 부쩍 많아지고 있다.
경기에 미치는 효과도 의문시된다. 케인즈언의 재정지출 승수효과는 1930년대 대공황 당시에는 3배를 웃돌았으나 최근에는 1배 내외까지 떨어졌다. 유럽 국가처럼 국채 부채가 위험수위가 넘은 여건에서는 국채 발행에 따른 구축 효과로 오히려 물가 상승 속에 경기가 침체되는 '재정 긴축(fiscal stagnation)'이 나타날 가능성이 크다.
정책 수용층인 국민은 더 어렵게 된다. 재정 지배로 물가가 올라가고 경기가 침체해 소득이 줄고 실업자가 늘어나면 일상생활에서 느끼는 경제 고통이 심해질 수밖에 없다. 국가가 마비될 위기에 몰리는 데도 유럽 국민이 허리띠를 더 졸라매지 않고 오히려 복지비 등을 더 요구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유럽을 비롯한 선진국 국채 투자자도 곤혹스러운 상황에 놓일 수 있다. 최근처럼 기준금리 인하가 기대되는 상황에서 국채 투자를 늘리지만, 재정 지배로 국채금리가 올라가면 오히려 손실이 난다. 국채 투자 성과는 보이지 않는 정책금리가 아니라 시장에서 형성된 보이는 국채금리에 의해 결정되기 때문이다.
재정 지배의 궁극적 모습은 어떻게 될 것인가. 케네스 로코프 미국 하버드대 교수는 포린 어페어스에 기고한 칼럼에서 △재정이 불안하고 △금리가 높으며 △정치가 마비돼 있고 △충격이 오는데 위정자가 느끼지 못할 때 부채 위기가 온다는 4단계론을 제시하면서, 지금 선진국은 마지막 단계에 와있다고 경고했다.
유럽 국가가 절실한 것은 재정의 지배가 아니라 콘솔리데이션, 즉 재정의 건전화(fiscal consolidation)다. 재정 건전화는 단순히 긴축(austerity)이 아니라 공공기관과 공무원 수 대폭 축소, 각종 위원회 폐지, 경직성 항목을 투자성 항목으로 조정하는 페이 고(pay go) 등으로 재정수지를 획기적으로 개선하는 방안을 말한다.
이란 전쟁 이후 세계 4대국 경제가 쉽지 않은 여건에서 한국 경제와 증시는 선전하고 있다. 올해 1분기 성장률과 코스피 지수 상승률이 1위를 기록했다. 중동산 원유 의존도가 높은 우리 경제 입장에서는 이란 전쟁이 끝나면 그 어느 국가보다 긍정적인 요인이 많다. 스태그플레이션보다는 성장률이 2.5% 내외로 상향 조정될 가능성이 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