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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르셀로나에서 북서쪽으로 약 60km 정도 떨어진 몬세라트 산은 스페인어로 '톱으로 썬 산'이란 뜻을 가질 정도로 신기한 모양의 절벽 바위들로 이루어져 있다. 이 절벽 끝에 독특한 외관과 오래된 성모자(聖母子) 목조상, 그리고 검은 성모상으로 유명한 몬세라트 수도원이 있다. 붉은색을 띤 산봉우리들이 침식작용을 거치며 들쭉날쭉하고 거친 모습으로 거대한 산기슭 위에 솟아 있어 절경을 자랑하는 이곳은 꼭 가톨릭 신자가 아니어도 찾아가 볼 만한 곳이다. 특히 수도원 내에 있는 미술관은 몬세라트 수도원을 방문해야 할 이유다.
가우디에게 영감을 준 풍경과 위대한 예술품의 조화
오랜 세월을 거치며 바람이 깎고 다듬어 완성된 톱니 모양의 거대한 암봉 끝자락에 매달린 수도원. 아픈 이들의 혼을 어루만지는 검은 성모 마리아의 신비로운 미소와 천상의 울림을 전하는 소년합창단의 화음을 만날 수 있는 곳이다. 천 길 낭떠러지에 있는 산 미켈(Sant Miquel) 십자가 전망대에 서면 천재 건축가 가우디의 영감의 원천 몬세라트(Montserrat)의 장엄한 풍경에 숙연해진다. 바로 이 수도원 안에 성서학은 물론 고대에서 현대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예술품을 감상할 수 있는 몬세라트 수도원 미술관이 있다. 이곳은 천 년의 역사를 지닌 몬세라트 수도원의 가장 뛰어난 예술품과 고고학 유산들을 전시하고 있다. 총 6개의 컬렉션을 보유하고 있는데, 방대한 연대기에 걸친 1,300점 이상의 작품들이 박물관에 전시되어 있어 웅장한 예술혼을 느껴볼 수 있다. 몬세라트 미술관은 이른바 '성서 박물관(Biblical Museum)'에서 출발했는데, 1906년부터 예루살렘과 베이루트에서 긴 시간을 보낸 수도사 돔 보나벤투라 우바크(Bonaventura Ubach)가 끼친 영향이 크다. 가장 오래된 전시물은 기원전 13세기의 이집트 석관으로 메소포타미아, 이집트, 그리스의 성지 및 키프로스 문화권의 다른 유물들과 함께 '성서 동부 고고학 컬렉션'의 일부를 구성한다. 또한 몬세라트의 성모 도상학에 전념하는 전시도 마련되어 있는데, 이는 수세기에 걸쳐 성모가 예술에서 표현되어 온 변화 과정을 추적한다. 몬세라트 수도원 미술관이 자랑하는 또 하나는 바로 '포스 힐라론'(Phos Hilaron, 기쁨의 빛)이라는 제목의 약 160점의 비잔틴과 슬라브 성화 컬렉션이다. 이 성화들은 빛이 중요한 역할을 하는 동양 교회의 분위기 속에 전시되어 있다. 그 밖에도 15세기부터 20세기까지의 전례 용품들로 구성된 금속 공예와 13세기를 비롯해 18세기에서 20세기에 이르는 다양한 회화도 감상할 수 있어 폭넓은 미술 컬렉션을 아우른다.
스페인 최고의 컬렉션에 보내는 찬사
몬세라트 수도원 미술관에 사람의 발길이 이어지는 데에 결정적인 역할을 한 것은 '라 모레네타(La Moreneta)'라고 부르는 검은 성모 마리아상이다. 나무로 만든 검은 성모 마리아상은 루카 성인이 조각한 것을 베드로 성인이 스페인으로 가져왔다고 전해진다. 오랜 세월 북아프리카 무어인의 박해를 피해 몬세라트 동굴 깊은 곳에 숨겨두었는데 880년경 우연히 발견됐다. 미술관이 아니라 성당 내에 있는 작품이지만 놓치지 말고 감상해야 할 수작이다.
미술관을 대표하는 작품으로는 베네데토 본필리의 <성 아우구스티누스와 성 세바스티아누스>, 카라바조의 <명상하는 성 예로니모>, 엘 그레코의 <성 베드로의 눈물> 등 성경과 관련된 작품을 빼놓을 수 없다.
그 밖에도 이아생트 리고의 <장 드 라 퐁텐>, 클로드 모네의 <절벽과 포르트 다발, 거친 바다>와 <에르타의 절벽>, 마리아 포르투니의 <양단 판매자>가 있다. 파블로 피카소의 <늙은 어부>, 살바도르 달리의 <네오 큐비즘 아카데미>, 라몬 카사스의 <마들렌>과 <목욕 전>, 산티아고 루시뇰의 <푸른 안뜰>, 프란세스크 지메노의 <어린 소녀와 좋은 동반자>, 조안 레불의 <소녀>도 관람객의 시선을 사로잡는다. 또한 기원전 22세기 이집트 석관과 메소포타미아 점토판 등 고대 유물도 감동을 선사한다.
미술관을 벗어나 산타 코바 트레킹을 통해서도 작품을 만날 수 있다. 산타 코바에는 몬세라트의 유일한 가우디 작품인 <승천하는 예수> 조각상이 길 마지막에 등장한다. 검은 성모 마리아상이 발견된 동굴, 산타 코바로 이어지는 길은 가톨릭의 '로사리오 기도의 길'로 꾸며 15가지 신비를 형상화한 조각 작품들을 만날 수 있다.
가우디는 몬세라트의 깎아지른 부드러운 봉우리 형상을 사그라다 파밀리아 성당의 옥수수 모양 12개 탑으로 옮겨 표현했을 정도로 이곳을 사랑했다. 한 예술가에게 깊은 영감을 선사한 몬세라트의 풍경을 품은 몬세라트 수도원 미술관은 컬렉션의 끊임없는 변화와 지속적이고 새로운 전시를 단장하며 방문객들에게 최고의 경험을 선사한다. 웅장한 자연에 스며든 인간이 만든 유려한 예술 작품의 조화는 몬세라트의 봉우리보다 더 큰 감동의 파고를 만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