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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위 말하는 명품의 나라 프랑스는 사실 예술품의 나라로 더 오랜 역사를 자랑한다. 이런 역사로 인해 탄생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미술관이 파리의 중심에 있다. 구찌, 생로랑, 보테가 베네타 등 명품 브랜드를 운영하는 케링 그룹의 회장이자 미술계의 슈퍼컬렉터로 통하는 프랑수아 피노가 소장한 다양한 작품을 이른바 ‘피노 컬렉션’이라고 부른다. 바로 이 미술품을 감상할 수 있는 공간이 피노 컬렉션 미술관이다.
클래식과 모던이 공존하는 감각적인 예술 공간
고풍스러운 돔형 천장이 인상적인 파리 상업 거래소 부르스 드 코메르스는 최고의 미술 컬렉터와 건축가가 만나 새롭게 탄생했다. 프랑수아 피노가 수집한 5천여 점의 미술품을 전시할 공간을 세계적인 건축가인 안도 다다오가 완벽하게 리노베이션 한 것이다. 1767년 처음 세워진 이래, 곡물거래소이자 증권거래소였던 이 건물은 오랜 시간 철거되지 않은 채 도심 한가운데 남아 있었다. 그러다 2021년, 마침내 18세기에 지어진 프랑스의 대표적인 건축물은 대형 노출 콘크리트 실린더를 품은 원형의 전시공간으로 변신했다. 건물의 기존 구조를 존중하면서도 현대미술에 알맞은 새로운 전시공간을 창조하고자 고심한 끝에 돔형태의 지붕과 원형 구조를 살려 자연광을 내부로 끌어들였다. 여기에 이중 유리를 설치해 내부의 빛과 온도를 조절할 수 있도록 정밀하게 조절할 수 있도록 설계한 것이다. 이곳이 바로 미술관의 성지 파리에서도 핫플로 손꼽히는 피노 컬렉션 미술관(Bourse de Commerce - Pinault Collection)이다. 피노 컬렉션 미술관의 상징처럼 된 이 실린더와 원형 돔은 전시의 매력을 최대치로 끌어올리는 효과를 발휘한다. 실린더 구조물로 인해 대형 작품을 전시할 수 있는 벽면을 확보하고, 다양한 퍼포먼스를 보여줄 수 있는 중앙공간이 만들어졌으며, 이 건축물의 하이라이트라고 할 수 있는 천장 프레스코화를 보다 가까이에서 감상할 수 있는 중앙통로까지 완성되었다. 그야말로 마에스트로의 경지에 이른 건축가 안도 다다오의 신의 한수가 아닐 수 없다. 지금 피노 컬렉션 미술관에는 프랑수아 피노가 수십 년에 걸쳐 수집해 온 현대미술 작품들이 놓여 있다. 특히 내부 천장을 가득 채운 프레스코화를 복원해 오래된 과거의 공간에 현재와 미래가 교차하는 듯한 강렬한 인상을 준다.
개성과 주제의식이 투철한 작가 열전
현대미술의 다양한 작품을 감상할 수 있는 장이라고 할 수 있는 피노 컬렉션 미술관. 피노 컬렉션은 작가와 장기적인 동반자 관계를 맺는 것으로 유명하다. 한 작가의 방대한 작품군을 수집해 전체 작품 세계를 탐험할 수 있게 하는 것이 특징으로 피노가 발굴해낸 작가들도 많다. 대부분 작가의 정체성이 확실한 현대미술에 집중하는 피노 컬렉션. 피노 컬렉션 미술관에서 만날 수 있는 작품들도 그런 프랑수아 피노의 철학의 연장선이라 할 수 있다. 마를렌 뒤마, 뤽 튀망, 피터 도이그, 플로리안 크레버, 세르 세르파스, 루돌프 스팅겔, 리넷 이아돔-보아케, 얀 보, 데이비드 해먼스 등이 대표적인 피노 컬렉션의 작가들이다. 루카스 아루다, 도미니크 곤잘레스-포에스터, 라이언 갠더, 미리암 칸, 아니카 이 등도 빼놓을 수 없다. 회화와 조각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장르의 현대미술을 감상할 수 있는 것으로 유명한 피노 컬렉션 미술관. 무엇보다 이곳은 작가 저마다의 철학과 메시지, 주제의식이 뚜렷하다는 특징을 보여주어 더 깊은 감동과 울림을 선사하는 작품을 감상할 수 있다. 파리의 다른 유명 미술관들과는 달리 보다 젊은 감각과 개성적인 작품 세계를 선보이는 작품을 만날 수 있다는 것이야 말로 피노 컬렉션 미술관의 경쟁력이자 매력이다.
도시 재생이 단절이 아니라 시간을 잇는 것임을 역설하는 피노 컬렉션 미술관. 사람들은 이제 이 곳에 천천히 오래 머물며 현대미술이 주는 뜨거운 감동에 젖어든다. 이것이 예술의 도시 파리의 저력인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