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탁 트인 망망대해와 예술작품이 어우러져 있다면 그 감동의 파고는 얼마나 높을까? 미술관 앞으로 펼쳐져 있는 외레순드 해협의 푸른 바다, 잘 가꾼 잔디밭과 호흡을 맞춘 하늘을 찌를 듯한 고목들, 그 사이에 설치된 시선을 사로잡는 조각 작품에 이르기까지 그 자체가 작품이다. 이곳은 바로 덴마크의 자부심, 루이지애나 현대미술관이다.
미술관의 일부가 된 북유럽의 풍경
루이지애나 현대미술관은 세계적인 여행작가 패트리샤 슐츠가 쓴 「죽기 전에 가봐야 할 곳 1000곳」에 소개됐을 만큼 멋스럽고 예술적 가치가 뛰어난 북유럽의 대표적인 미술관이다. 루이지애나 현대미술관은 현대 미술을 가늠할 수 있는 미술품은 물론 미술관 자체가 건축 예술작품으로 소개될 정도로 자연과 건축이 조화롭게 연결되어 있어 깊은 인상을 남긴다.
코펜하겐의 북쪽 근교, 외레순드 해안가 넓은 언덕에 자리 잡은 루이지애나 현대미술관. 미술관의 출발은 1955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이곳은 원래 덴마크 왕실 소속 장교인 알렉산더 브룬이 땅을 사서 건물을 지었다. 이름을 명명한 것도 로맨틱하다. 그가 인연을 맺은 세 명의 아내 이름이 모두 루이스(Louise)라는 데 착안해 '루이지애나'라는 이름을 붙였다. 이후 미술관 창립자인 크누드 옌센이 1956년 이 곳을 매입해 건축가 요르겐 보, 빌헬름 워럴트에게 의뢰해 건축을 맡겼다. 두 건축가는 30여 년에 걸쳐 바다를 끼고 있는 이곳 자연을 최대한 보존하면서 본관과 분관들을 복도와 유리로 서로 연결해 독특한 건축물을 완성했다. 19세기 빌라를 보존해 현관으로 삼았고, 전시관은 멀리 떨어진 곳에 3동의 건물을 지그재그로 배열했다. 현관과 전시관을 잇는 긴 유리 복도는 아름다운 정원을 거니는 산책로가 되어 관람객에게 엄청난 감동과 감성을 선사한다. 건축주와 건축가의 신뢰와 세심한 노력 덕분에 미술관은 자연의 일부로 자리하고 있으며 야외와 실내에 전시된 작품들은 미술관과 풍경에 자연스럽게 스며들어 있다.
4,000점 이상의 작품을 소장한 덴마크 현대 미술의 상징
루이지애나 현대미술관은 제2차 세계대전 이후의 작품 4,000여 점을 소장하고 있다. 덴마크 작품들로 시작해 소장품은 전 세계로 확장됐다. 그림과 조각들로 꾸며진 내부 전시실, 전시실 사이의 복도, 복도 창 너머 잔디밭까지 모든 곳이 전시 공간이다.
지평선과 수평을 이루는 외레순드 해협 새파란 바다를 배경으로 서 있는 알렉산더 칼더의 <태일 모바일> 작품과 헨리 무어의 조각품 등은 루이지애나 현대미술관의 이미지를 완성하는 대표적인 작품이다. 바닷가 언덕에 자리 잡고 있는 헨리무어의 작품은 한 폭의 그림 같은 풍경 속에서 예술과 자연의 조화를 느끼게 해준다. 알렉산더 칼더의 모빌 조각은 석양이 지는 해변과 어우러져 깊은 인상을 남긴다. 또한 관람제한이 있지만 쿠사마 야요이의 <거울의 방>도 관람객들에게 높은 인기를 얻고 있다. 'big thumb' 시리즈로 잘 알려진 세자르 발다치니의 대표작 <더 푸스>도 놓칠 수 없다.
여러 개의 건물로 이뤄진 전시실에도 파블로 피카소, 앤디 워홀, 리히텐슈타인 등 세계적인 현대 작가의 작품들이 수두룩하다. 그 중 알베르토 자코메티의 다양한 작품들이 전시된 공간은 특별하다. 자코메티 작품은 루이지애나 현대미술관의 자부심이다. 자코메티 홀에 들어서면 <걷는 사람> 시리즈로 유명한 알베르토 자코메티의 조각품들을 만날 수 있다. 특히 자코메티의 <걷는 사람>은 한쪽 벽면 전체가 유리로 된 전시실에 설치돼 있으며, 투명한 유리 너머 호수 숲을 배경으로 어디론가 걷고 있는 듯한 인상을 전한다.
미술의 숲을 거닐다가 지치면 레이크가든에서 고요한 풍경을 벗삼아 휴식을 취해도 된다. 그것으로도 부족하다면 루이지애나 현대미술관의 핫플이라고 할 수 있는 카페에서 커피를 마시며 푸르른 바다에 취해도 좋다. 이것이 바로 세계적으로도 아름다운 미술관으로 손꼽히는 루이지애나가 관람객에게 선사하는 특별한 예술의 세레나데라고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