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쉽고 재미있는 투자의 역사 유럽 문명의 요람, 그리스

기고: 전략팀 권형우 선임매니저

안녕하세요. 쌀쌀한 날씨가 찾아오는 12월입니다. 갑자기 기온이 떨어지면서 독감이 기승을 부리고 있는데, 독자분들도 건강 유의하시길 바랍니다. 지난 글에서는 스페인에 대한 이야기를 마무리 지었습니다. 이번 호에서는 유로존 금융위기를 불러왔던 PIGS 국가 중 하나인 그리스에 대해 이야기해보고자 합니다.

유럽 문명의 요람 그리스

그리스는 유럽 문명의 요람이라 불립니다. 사실 보통 문명의 요람이라고 하면 메소포타미아 문명, 이집트 문명, 중국 황화문명, 인도 갠지스 문명 4곳을 일컫습니다. 농업을 바탕으로 본격적인 도시 문명이 탄생하게 된 것이 그 기준입니다.

사실 그리스 지역은 위 네 문명과 달리 고대부터 산악이 많고 평지가 적어 농업이 발전하기 쉽지 않았습니다. 때문에 일찍이 고대 그리스인들은 바다로 눈을 돌려 교류를 통해 다른 나라의 문화를 배우고 발전해 나갔습니다.

척박한 환경 속에서도 그리스는 유럽 문명에 큰 영향을 줄 정도로 창조적인 혁신을 거듭했습니다. 산이 많은 환경 때문에 하나의 국가를 형성하기 보다는 도시, 폴리스 위주로 문명을 이뤘던 고대 그리스는 여러 정치 체제를 구축했습니다. 그 중 아테네는 군주정, 귀족정, 참주정이라는 정치적 혼란을 거쳐 민주정치를 역사에 처음으로 선보이게 됩니다.

그리스 신전(1)

아울러 호메로스의 서사시인 「일라이드」나 「오디세이」에서 볼 수 있듯이 그리스인들을 예로부터 바다를 이용해 해외로 나갔고, 곳곳에 식민지를 건설했습니다. 건설된 식민지를 통해 그리스 문명을 널리 퍼뜨렸고, 이후 그리스를 통일한 알렉산드로스 대왕의 동방 원정이 큰 성공을 거두면서 인도까지 그리스의 문명이 퍼지게 됩니다.

또한 페니키아인들이 쓰던 문자를 다듬어 그리스 문자를 만들었고 이것은 로마의 라틴문자와 키릴문자에 영향을 줬습니다. 오늘날 우리가 쓰는 영어나 러시아어가 그리스의 산물이라 할 수 있습니다.

철학 역시 빼놓을 수 없는데 애초에 전제정이 주류를 이뤘던 오리엔트 지역과 달리 그리스 지역은 다양한 정치체제를 갖추고 있었고 여러 나라와 문화 교류를 할 정도로 상대적으로 자유로운 환경이었습니다. 때문에 이오니아 지역의 밀레토스를 중심으로 철학이 태동해, 이후 그리스 본토에서도 철학이 퍼져 나갔습니다.

특히 철학의 중요성은 사람들의 관심사를 '사람 그 자체'로 옮겼다는 것입니다. 사실 최초의 밀레토스 학파의 경우에도 자연에 관심을 두고 이를 설명하는 데 중점을 두었지만, 이후 더욱 발전하면서 인간의 존재에 대해 관심을 갖게 됩니다. 특히 민주정이 발달했던 아테네 지역에서는 소크라테스, 플라톤, 아리스토텔레스 등 서양철학의 거두들이 탄생하게 됩니다.

그리스인들의 제국, 동로마 제국

그리스인들은 북방 마케도니아 소속으로 통일된 뒤 한 때는 거대한 제국을 이루며 이집트, 페르시아, 인도 일부 지역까지 점령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알렉산드로스 대왕이 죽자 제국이 분열되면서 다시 마케도니아왕국의 지배를 받게 됩니다.

이후 새로운 신흥강자 로마가 패권을 차지하면서 그리스는 로마제국에 예속됩니다. 특유의 실용적인 문화, 법을 강조했던 로마 공화국은 대 카토처럼 그리스 문화를 퇴폐적이라며 경계하는 흐름도 있었지만, 시간이 흐르고 제국화되면서 그리스 문화에 큰 영향을 받습니다.

이후 로마 제국이 서로마제국과 동로마제국으로 분열되고 서로마 제국이 멸망하면서 유럽의 서쪽은 게르만족이 주로 지배하는 권역과 로마제국의 후예인 동로마제국이 지배하는 동쪽으로 나뉘게 됩니다.

역설적이게도 로마제국의 수도라 할 수 있는 로마는 서로마제국이 멸망하면서 라틴족이 아닌 이민족들의 손에 넘어갑니다. 물론 이후 유스타니우스 1세 등 동로마 제국의 고토 회복 전쟁이 있긴 했지만, 로마는 라틴인들과 로마화된 이방인들의 지배를 받는 도시로 변모합니다.

그러다 보니 동로마 제국은 옛 그리스 지역과 아나톨리아 지역을 바탕으로 발전하게 되는데, 동로마 제국 사람들을 과거 로마인이라기보다는 그리스인이라 표기하기도 할 정도였습니다. 한편 동로마제국은 서로마제국과 달리 초창기에는 안정적인 발전을 지속했습니다. 그러나 4차 십자군으로 인해 제국이 분열되는 큰 타격을 입은 뒤 더 이상 회복하지 못하고 새로운 신흥세력에 터전을 내주고 맙니다. 다음 글에서 뵙겠습니다.

그리스 신전(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