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쉽고 재미있는 투자의 역사 프랑코 체제가 스페인 경제에 남긴 것

기고: 전략팀 권형우 선임매니저

안녕하세요. 제법 날씨도 선선해지고 완연한 가을이 찾아왔습니다. 새벽이나 아침에는 한자릿수 기온으로 떨어질 정도로 쌀쌀하기도 합니다. 전형적인 간절기인 만큼, 건강에 보다 유의하시길 바랍니다. 이번 글에서는 스페인에 대한 글을 마무리 지으면서 프랑코 체제가 PIGS 위기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살펴보겠습니다.

스페인의 기적과 그 이면

프랑코 체제는 국제적인 고립에서 풀려난 순간 스페인의 기적이라고 불릴 정도로 높은 경제성장을 이루기도 했고, 우민화 정책 때문에 어려움을 겪었던 포르투갈과 다르게 산업 등에서도 발전했습니다. 실제로 스페인은 유럽에서 큰 비중을 큰 비중을 갖춘 경제국가입니다.

단, 다사다난한 역사와 장기 독재에 따른 프랑코 체제로 인한 후유증으로 스페인이 가지고 있던 역량을 일부 발휘하지 못한 것은 사실입니다. 남유럽 국가에서는 선두를 달리는 국가가 되기는 했지만 독일, 프랑스의 경제와 비교해보면 기술력보다는 낮은 인건비를 바탕으로 한 산업들이 많습니다.

물론 스페인이 기술 후진국이라는 이야기는 아닙니다. 스페인은 건설업, 항공 산업, 패션 산업, 자동차 산업 등에서도 강국 중 하나입니다. 하지만 전체적인 기술집약적 산업에서 보면 독일 등 서유럽 국가에 비해서는 낮습니다.

출처: 위키미디어(https://commons.wikimedia.org)

프랑코 시대의 유산

일단 초창기 프랑코는 국제사회의 제재를 강하게 받았기 때문에 고립적이고 자급주의적인 통제를 유지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아울러 장기간의 내전은 스페인의 물리적 인프라뿐만 아니라 인적 인프라도 붕괴시켰습니다. 좌파와 우파 간 내전과 학살, 숙청이 그 원인이었습니다.

아울러 테크노라트 체제로 국가 중심의 경제정책이 실현되기는 했으나, 이는 민간의 자율적인 성장과는 거리가 있었습니다. 물론 스페인도 프랑코 체제가 종식되면서 자본투자를 늘리며 기술집약적 산업을 발전시키기 위해 노력했으나, 이미 서유럽 유수 국가들과 격차가 벌어져 이를 좁히기는 힘들었습니다.

때문에 스페인은 잘하는 것에 집중하고, 서비스업 위주와 관광이나 건설 등 내수 노동집약적 산업에 치우칠 수밖에 없었습니다.

건설업의 발달과 부동산 버블

프랑코 체제 속에서도 내전 복구로 인해 건설업에 대한 투자가 급속히 이뤄졌고, 이후 스페인의 도시화와 인구 성장이 가속화하면서 건설업은 스페인의 대표적인 효자 산업이 되었습니다. 특히 건설업은 스페인의 자동차 산업처럼 많은 노동자가 필요한 분야라 실업률을 낮추는 데 효과적인 만큼 적극 권장되었습니다.

특히 1950년대 스페인은 관광 산업에 집중해 카나리아 제도와 마요르카, 안달루시아를 적극적으로 개발하기 시작합니다. 덕분에 상대적으로 많은 인프라 투자가 이뤄지고, 또 천만 명 이상의 관광객들이 스페인을 매년 방문할 정도로 관광 산업이 성공을 거두면서 건설업 역시 빠르게 발전하기 시작합니다.

1960-70년대 국내 인프라 건설 붐 시기에 공기업 모델을 선택한 프랑스 등과 달리 스페인은 민간기업 모델을 택했고, 덕분에 유수의 건설사들이 출몰하며 성공적인 발전을 이뤘습니다. 실제로 스페인의 건설업은 현재도 스페인의 경제성장을 이끄는 중요한 산업으로 결코 간과해서는 안 됩니다.

다만 PIGS 위기에 한정해서 살펴보자면 건설업의 상승은 해외 자본유입과 맞물려 부동산 버블을 불러왔고, 결국 2008년 금융위기 당시 스페인이 다른 나라들보다 더 큰 타격을 입는 데 영향을 줍니다.

특히 스페인은 유럽 어느 나라들보다도 지방 분권이 강해서 지방정부에서 토지사업 관할권도 갖고 있다 보니 건설업과 지방정부, 지방은행 간 연합 구조가 생성되면서 버블이 가속화한 부분이 있습니다.

다음 글에서는 PIGS(포르투갈, 이탈리아, 그리스, 스페인) 중 그리스에 대해 알아보고자 합니다. 모두 행복한 2025년 11월 보내기 바랍니다.

출처: 위키미디어(https://commons.wikimedia.or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