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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특파원 창문에 방충망이 없다고?
아일랜드의 생활 문화 이야기

기고: 미래에셋 장학생 특파원 정솔빈

안녕하세요, 아일랜드 TU Dublin에서 복수학위 중인 미래에셋 장학생 특파원 정솔빈입니다. 이번 글을 통해서는 아일랜드 와서 가장 충격 받은 생활 문화 이야기를 해보려고 합니다. 바로 창문에 방충망이 없다는 사실입니다. 방충망이 없어도 벌레가 들어오지 않는 여름 밤! 한국에서 여름 밤 모기 소리를 들어본 적 있으신가요? 소리만 들려도 팔이 간지러운 것 같고, 당장이라도 불을 켜서 모기를 잡아야 할 것 같은 기분이 들죠. 한국의 여름은 습하고 덥기 때문에 모기, 초파리, 나방파리, 러브버그 등 다양한 해충이 집 안팎에서 빠르게 번식합니다. 한국에선 방충망은 사실상 필수품이 되었습니다.

반면 아일랜드에 도착하자마자 가정집 숙소에 들어갔는데, 창문에 방충망이 전혀 없습니다. 벌레가 들어올까 봐 처음 며칠은 창문을 닫고 살았습니다. 그러나 며칠을 지내고 창문을 열어 두어도 벌레가 들어올 일이 거의 없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심지어 아일랜드의 수도 더블린 시내의 공원이나 잔디밭에서도 해충을 신경 쓰는 모습을 좀처럼 볼 수 없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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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1 아일랜드 가정집 창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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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2 아일랜드 더블린 시내의 세인트 스티븐스 그린 공원

해충이 살기 어려운 기후 조건

아일랜드의 주거 문화에서 방충망이 필요 없는 가장 근본적인 이유는 기후입니다. 아일랜드는 대서양의 영향을 받는 전형적인 온대해양성 기후에 속합니다. 평균 여름 기온은 약 15~20℃ 정도이며, 여름에도 밤에는 긴 팔이 필요할 정도로 선선하죠. 반면, 모기 번식 최적의 온도는 25~30℃이기 때문에 아일랜드에서 모기가 서식하기 어렵습니다. 기온 뿐만 아일랜드의 강수는 대체로 잦은 이슬비와 가랑비 형태로, 열대 지역처럼 고인 물을 크게 남기는 경우는 적습니다. 즉, 한국처럼 고온 다습한 여름 환경이 조성되지 않기 때문에 모기와 같은 해충의 산란지가 제한됩니다. 실제로 약 두 달 동안 아일랜드에 머무는 동안 모기를 본 적이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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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3 University College Dublin 잔디밭 풍경

결국 아일랜드인들에게 방충망은 없어도 불편하지 않은 것으로, 오히려 창문을 통해 시원한 공기와 탁 트인 풍경을 즐기는 것이 자연스러운 환경이었습니다.

마무리

아일랜드의 서늘한 기후, 건축 양식, 그리고 자연을 대하는 생활 태도가 합쳐져 '방충망 없는 창문'이라는 주거 문화를 만들어냈습니다. 작은 일상의 차이에서 시작된 관찰이지만, 그 안에는 기후와 환경, 건축과 문화를 살펴볼 수 있었습니다. 한국에서는 너무나 당연했던 것이 이곳에서는 전혀 다른 방식으로 받아들여지고, 그 차이는 결국 세계를 새롭게 바라볼 수 있는 하나의 기회가 되었습니다. 올해는 기후변화의 영향으로 아일랜드의 여름 기온이 이례적으로 31℃까지 치솟아 많은 사람들이 우려를 드러냈습니다. 지금의 아일랜드가 간직한 아름다운 자연환경이 오래도록 보존되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