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V. 스테이블코인이 가져올 영향
인터넷 업종에 어떤 변화를 야기하나?
결제 및 정산의 혁신
스테이블코인은 플랫폼 기업의 결제/정산 구조를 근본적으로 바꿔 1) 수수료를 절감시키고, 2) 글로벌 이용자의 플랫폼에 대한 접근성 확대를 가능케 합니다. 현재 플랫폼 기업은 카드사, PG사에 발생 결제액의 2.5~3.0% 수준의 수수료를 지불하고 있으나 스테이블코인 결제가 일반화될 경우 수수료는 1.0% 미만으로 떨어지게 됩니다.
스테이블코인의 결제 수수료 구조는 온체인 네트워크만 활용하는 경우와 결제 인프라 업체를 거치는 경우로 구분됩니다. 1) 온체인 네트워크 결제는 송금인과 수취인이 모두 스테이블코인 지갑을 보유한 상황에서 가능하며 네트워크 수수료만 발생하기 때문에 비용은 사실상 0%에 수렴하게 됩니다. 그러나 기업 입장에서는 스테이블코인을 직접 보관하고 환전해야 하며 회계 및 세무 처리에도 부담이 따릅니다.
2) 결제 인프라 업체를 활용하면 기업은 법정화폐로 즉시 정산을 받을 수 있어 리스크 관리가 용이합니다. 다만 이 경우 수수료는 0.5~1.0% 수준의 수수료가 발생합니다. 결제 인프라 업체는 페이팔, 코인베이스, 비트페이, 스트라이프 등이 존재합니다. 스테이블코인은 단순히 수수료 절감에 그치지 않고 정산 프로세스 자체를 혁신합니다.
① 실시간 정산 기존 카드·PG 결제는 가맹점 계좌로 돈이 들어오기까지 최소 하루에서 길게는 3일 이상이 걸립니다. 반면 스테이블코인 결제는 블록체인 네트워크 상에서 전송 즉시 정산이 완료되므로, 기업은 매출을 거의 실시간으로 확보할 수 있습니다. 이는 플랫폼 기업의 현금흐름 안정성과 운전자본 관리 효율성을 크게 높이는 요인입니다.
② 국경 간 정산 단순화 현재의 국경 간 결제에서는 소비자가 지불한 금액이 여러 단계를 거쳐 정산되며 각 단계에서 수수료와 시간이 추가로 소요됩니다. 스테이블코인은 국경을 초월해 동일한 디지털 달러 단위로 정산되므로, 환율 변동 위험과 송금 지연을 최소화하고 글로벌 플랫폼이 다양한 지역에서 동일한 정산 프로세스를 적용할 수 있습니다.
③ 투명한 원장 기반 블록체인 상의 거래는 공개 원장에 기록되며 위·변조가 불가능합니다. 이 특성은 광고비 집행, 크리에이터 정산, 콘텐츠 사용료 지급 등 이해관계자가 많은 거래에서 분쟁을 줄이고 신뢰를 높여줍니다. 플랫폼 기업이 스테이블코인을 도입하면 광고주와 창작자 모두에게 투명한 정산 구조를 제공할 수 있게 됩니다.
④ 소액 정산 가능 기존 결제망은 건당 고정 수수료(예: $0.3) 때문에 1달러 이하의 소액 정산은 사실상 불가능합니다. 스테이블코인은 $0.01 단위까지 정산할 수 있어, 게임 아이템, 웹툰 회차, 크리에이터 후원 등 초소액 결제 모델에도 경제성이 생깁니다. 이는 플랫폼 기업이 새로운 마이크로 트랜잭션(micro-transaction) 기반 비즈니스 모델을 개발하는 데 중요한 토대가 될 수 있습니다.
플랫폼 비즈니스 모델 확장
스테이블코인은 단순히 비용 절감 수단이 아니라 플랫폼 기업이 새로운 결제 단위와 시장을 개척할 수 있는 수단입니다. 스테이블코인의 도입으로 1) 소액 결제, 2) 글로벌 유저 확장, 3) 크리에이터 실시간 정산 등이 가능해질 것입니다.
(1) 마이크로트랜잭션 활성화
스테이블코인 도입으로 소액결제, 마이크로트랜잭션이 활성화될 것입니다. 전통 PG 구조에서는 비율 수수료(2.5~3.0%) + 고정 수수료(0.3달러)의 존재로 1달러 미만 결제가 사실상 불가능합니다. 스테이블코인은 건당 고정 수수료가 없고 네트워크 수수료도 부담 없는 수준이기 때문에 소액 결제도 무리 없이 가능합니다. 이는 플랫폼이 더욱 작은 단위로 유저에게 상품을 판매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이전보다 작은 단위의 결제가 가능해지면서 전반적인 거래액 확대가 일어난 경우는 다수 존재합니다. 앱스토어 인앱 결제도 대표적인 케이스입니다. 초기에는 앱 유료판매 단가가 3~5달러 수준으로 소비자 저항감이 존재했으나 인앱 결제가 가능해지면서 1달러 단위의 소액 과금이 확산되었습니다. 부분 유료화 BM이 가능해지면서 모바일 게임 인앱 매출이 폭발적으로 성장한 바 있습니다.
웹툰/웹소설 플랫폼의 부분 유료화 모델도 마찬가지입니다. 과거 한 권 단위의 판매는 금액에 대한 심리적 진입 장벽이 높았으나 부분 유료화 모델이 도입되면서 상황이 변화했습니다. 네이버웹툰, 카카오웹툰은 부분 유료화 모델을 도입하면서 폭발적인 MAU, ARPU 상승을 경험한 바 있습니다.
(2) 글로벌 유저 확장
스테이블코인은 이머징 마켓의 결제 장벽을 낮추어 글로벌 플랫폼 기업의 유료 결제자 확대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스테이블코인은 특히 인플레이션 등으로 인해 환율이 불안정한 국가에서 디지털 달러로 기능하면서 OTT, 웹툰, 게임 등 콘텐츠 서비스의 진입장벽을 낮출 것입니다. 넷플릭스, 구글 등 대부분의 글로벌 플랫폼들은 달러 기준으로 가격을 책정합니다.
고인플레이션 국가의 경우 달러 결제 자체에 제한이 있거나 카드사 수수료가 높은 경우가 많습니다. 카드로 글로벌 서비스를 결제하려면 그 순간 환율로 계산되나 며칠 뒤 결제 시점에는 금액이 달라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애초에 신흥국 신용카드 보급률은 20%도 안 되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또한 달러 예금 계좌가 없는 경우가 일반적입니다. 정부나 은행이 외화 결제를 통제하는 경우도 흔합니다.
달러 스테이블코인(USDT, USDC 등)은 달러 가치와 1:1로 연동되어 가치가 고정되기 때문에 인플레이션과 환율 급변이 일상화된 신흥국에서 사실상 디지털 달러처럼 기능합니다. 소비자가 USDT나 USDC를 보유하고 있으면 은행 계좌나 신용카드가 없어도 글로벌 서비스 요금을 달러 단위로 직접 결제할 수 있습니다. 달러 스테이블코인을 이용할 경우 소비자 입장에서는 환율 변동을 직접 회피할 수 있으며 실질 구매력이 유지된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또한 국가 차원의 외화 결제 제한을 우회할 수 있습니다. 이는 결과적으로 글로벌 플랫폼이 기존 금융 인프라에 포함되지 못했던 사용자층을 유료 구독자로 흡수할 수 있도록 만듭니다.
(3) 실시간 정산을 통한 크리에이터 생태계 확대
스테이블코인은 크리에이터, 팬덤 경제에서 주요 문제점인 정산 지연 문제를 해소해 플랫폼 경쟁력 강화와 생태계 확대를 가능케 합니다. 유튜브, 틱톡, 트위치 등의 주요 글로벌 플랫폼들의 경우도 정산 이후 지급 처리에 길게는 30일까지 소요되곤 합니다. 광고 수익, 후원 수익이 발생해도 크리에이터가 돈을 받기까지 최소 한 달이 소요된다는 의미입니다. 국가 간 송금이 개입되면 지연은 보다 길어집니다.
| 플랫폼명 | 정산 주기 | 지급 처리에 필요한 시간 |
|---|---|---|
| 유튜브 | 매월 7~12일 | 4 ~ 28일 |
| 틱톡 | 매월 1일 | 3 ~ 15일 |
| 트위치 | 매월 말일 | 3 ~ 30일 |
자료: 각 사, 미래에셋증권 리서치센터
크리에이터 수익을 스테이블코인으로 지급하면 블록체인 전송만으로 실시간 정산이 가능해집니다. 기존 PG 구조에서는 0.3달러 수준의 고정수수료의 존재로 1달러 미만의 후원은 경제성이 낮았으나 스테이블코인을 통한다면 초소액 후원도 수수료 부담 없이 가능해집니다. 초소액 후원이 가능해질 경우 팬덤의 참여도가 확대되면서 크리에이터 수익 증대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습니다.
스테이블코인의 활성화는 글로벌 팬덤의 확장성도 높여줍니다. 가수, 프로게이머, 웹툰 작가, 스트리머 등 크리에이터의 팬덤은 국경을 초월합니다. 기존 금융 시스템은 국경 간 송금 시 수수료, 세금, 구제 등의 복잡함을 갖고 있으나 스테이블코인 정산은 국적 불문, 동일한 결제/정산 구조를 제공합니다. 결과적으로 글로벌 팬덤 - 플랫폼 - 크리에이터 구조가 강화될 수 있습니다.
글로벌 및 국내 스테이블코인 도입 현황
글로벌 동향
글로벌에서는 메이저 플랫폼 기업들이 스테이블코인을 직접 발행하거나 기존 인프라와 제휴해 결제 시스템에 통합하는 사례가 빠르게 증가 중입니다. 이러한 흐름은 1) 전통 빅테크의 직접 참여, 2) 핀테크 인프라 기업의 확산, 3) 콘텐츠 분야에서의 실험적 도입, 4) 크리에이터 경제 변화 등으로 나타나고 있습니다.
(1) 전통 빅테크의 직접 참여
페이팔은 23년 자체 스테이블코인 PYUSD를 발행하였습니다. PYUSD는 Paxos가 발행을 지원하며 미국 달러와 1:1로 연동됩니다. 페이팔은 이를 미국 내 결제, P2P 송금, 암호화폐 거래에 직접 연결했고 24년에는 Venmo 지갑에도 통합했습니다. 페이팔의 연간 TPV는 1.5조 달러를 상회하는데 PYUSD는 이 네트워크에 바로 편입될 수 있는 구조입니다.
아마존, 구글, 메타 등의 빅테크에서는 아직 공식적인 스테이블코인 도입을 선언하지는 않았지만 내부적으로는 스테이블코인의 도입에 대한 활발한 탐색 단계에 있는 것으로 추정됩니다. 머지않은 시기에 빅테크들의 스테이블코인 결제 도입 선언이 이어질 전망입니다.
메타는 페이팔보다 먼저 움직인 전례가 있는 기업입니다. 메타는 19년 리브라 프로젝트를 진행했으나 규제 당국의 강한 반발로 22년 중단했습니다. 최근에는 인스타그램, 페이스북, 왓츠앱의 국경 간 송금 기능에 스테이블코인을 활용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보입니다.
(2) 핀테크 인프라 기업의 확산
서클과 코인베이스가 공동 발행하는 USDC는 글로벌 결제 인프라로 빠르게 확장되고 있습니다. 쇼피파이는 스트라이프와의 제휴를 통해 온라인 스토어가 USDC를 결제수단으로 받을 수 있도록 API를 제공합니다.
코인베이스 커머스는 셀러가 비트코인, 이더리움 등 암호화폐를 결제수단으로 받아들일 수 있도록 해주는 서비스를 제공합니다. 고객이 본인이 선호하는 암호화폐와 지갑을 사용할 수 있도록 설계되어 있습니다. 결제 수취 시 일반적으로 1%의 수수료가 발생합니다. API 또는 UI 통합 방식으로 쇼핑몰 등에 넣을 수 있어 여러 전자상거래 플랫폼과 연동이 가능합니다.
글로벌 카드 네트워크에도 스테이블코인이 결제 정산 레이어로 점차 편입되고 있습니다. 비자는 솔라나 네트워크 기반으로 USDC 결제 정산 파일럿을 글로벌 지역에서 테스트하고 있습니다. 마스터카드 역시 서클과 파트너십을 맺고 디지털 자산 결제 실험을 병행 중입니다.
(3) 게임 분야에서의 도입
스테이블코인은 콘텐츠 분야에서 소액결제와 글로벌 P2P 거래라는 두 가지 한계를 보완해줄 수 있습니다. 에픽게임즈 스토어의 일부 게임들에서는 USDC, USDT 결제가 가능합니다. 블록체인 기반 인디게임 내 거래에서 스테이블코인이 활용되는 경우가 존재합니다. 기존 카드 결제 대비 수수료가 절감되는 효과가 있습니다.
Immutable, Mythical Games, Sky Mavis와 같은 Web3 게임사들은 최근 블록체인 게임들에서 자체 토큰이 아닌 USDC를 인게임 결제 화폐로 도입하고 있습니다. 21년 초기 블록체인 게임의 대표격이었던 엑시인피니티도 AXS(거버너스 토큰), SLP(인게임 유틸리티 토큰) 가격 변동성 문제가 심해지자 아이템거래에 USDC를 도입했습니다.
오픈씨와 같은 NFT 마켓플레이스에서는 게임 아이템 거래의 결제 수단으로 USDC가 자리잡고 있습니다. 전통 결제 업체도 게임 산업을 스테이블코인 결제의 새로운 테스트 베드로 삼고 있습니다. 비자와 마스터카드는 솔라나 USDC 기반 정산 파일럿을 일부 게임 스토어에서 진행하고 있습니다. 중장기적 미래에는 스테이블코인이 게임 및 메타버스 플랫폼의 표준 결제 수단으로 정착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습니다.
(4) 크리에이터 생태계 내 도입
크리에이터 생태계에서의 스테이블코인 도입이 활성화되고 있습니다. 스테이블코인의 도입은 기존의 광고 의존적인 BM을 팬 직접 결제/구독 BM으로 다변화하는 데 주요한 역할을 하게 될 것입니다. 즉시 정산, 소액 후원, 글로벌 팬덤 확장이라는 3박자가 맞물리면서 플랫폼 입장에서는 BM 다각화와 이용자 낙인 효과 강화를 기대할 수 있게 됩니다. 다양한 크리에이터 플랫폼에서 스테이블코인 도입 시도는 늘어나고 있습니다.
음악 플랫폼이 대표적입니다. Audius, Sound.xyz 등과 같은 블록체인 기반 음악 스트리밍 플랫폼은 USDC 정산 기능을 도입하였습니다. 스트리밍 수익을 아티스트가 바로 USDC로 수령이 가능해 정산 주기가 단축되고 있습니다. Audius는 자체 토큰 AUDIO를 사용하지만 USDC를 통한 아티스트 직접 후원을 지원하고 있습니다. Sound.xyz는 아티스트의 신곡이 NFT 형태로 발행돼 팬들이 USDC로 직접 구매가 가능한 구조를 갖고 있습니다. 한정 수량이 발행되면서 희소성이 확보되고 팬덤 경제 활성화가 가능합니다.
패트리온, 온리팬스와 같은 팬덤 플랫폼들은 규제 리스크로 공식 도입은 지연되고 있으나 크리에이터가 자체적으로 USDC 지갑 주소를 공개해 직접 후원을 받는 경우가 늘고 있습니다. 아시아 최대 스트리밍 플랫폼 비고라이브도 팬-스트리머 간의 비공식적인 후원이 존재합니다. 수수료와 정산 지연에 대한 부담으로 인해 스테이블코인 기반 후원에 대한 크리에이터들의 니즈가 큰 상황입니다. 머지않은 시기에 대부분의 팬덤 플랫폼에서 스테이블코인에 대한 도입이 이어질 것으로 판단합니다.
국내 동향
(1) 빅테크의 직접 참여
국내 빅테크(NAVER·카카오·토스)가 스테이블코인 시장에 진입하는 방식은 단독 발행보다는 공동 발행 구조가 될 가능성이 높아 보입니다. 이들은 모두 대규모 사용자 접점(간편결제, 커머스, 금융)을 보유하고 있어 스테이블코인 도입 시 즉시 대중 확산이 가능한 위치에 있습니다. 세 플랫폼 모두 거래소 또는 은행과의 공동 발행 모델을 모색 중인 것으로 보입니다.
NAVER는 업비트와의 협업 가능성이 높게 점쳐지고 있는 상황입니다. 네이버페이는 대규모 간편결제 트래픽을 보유하고 있으며 업비트는 국내 1위 거래소로 온체인 인프라와 규제 대응 경험이 있습니다. 발행·커스터디는 업비트, 결제·온보딩은 네이버페이라는 역할 분담형 구조가 가능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카카오는 아직 파트너에 대해서 구체적인 공개를 한 바는 없으나 NAVER와 마찬가지로 공격적인 스테이블코인 도입 행보에 나설 것입니다. 카카오는 카카오페이·카카오뱅크·카카오톡을 아우르는 슈퍼앱 생태계를 보유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특히 글로벌 콘텐츠(웹툰, 카카오엔터 IP)와 결합하면, 해외 팬덤 과금·저작권 정산에 스테이블코인 활용 여지가 큽니다. 토스는 가장 적극적으로 원화 기반 스테이블코인 발행 의지를 언급한 업체입니다. 국내외 송금과 해외 결제를 동시에 겨냥해 스테이블코인을 글로벌 확장 인프라로 삼겠다는 방향성을 여러 차례 강조했습니다.
(2) 핀테크 인프라 기업의 확산
국내에서 스테이블코인 인프라를 현실적으로 확산시킬 수 있는 주체로는 1) 가상자산 거래소, 2) PG사, 3) 간편결제 사업자, 4) 은행이 존재합니다. 업비트, 빗썸 등의 가상자산 거래소는 이미 USDT와 USDC를 유통하고 온체인 입출금을 지원하는 인프라를 보유하고 있습니다. 거래소는 발행, 유통, 규제 대응 역량을 기반으로 빅테크와 연결되는 통로 역할을 할 것으로 보입니다.
국내 전자 결제망을 이미 장악하고 있는 PG, 간편결제 사업자들은 카드 및 계좌 기반 결제를 스테이블코인 정산으로 치환할 수 있는 가장 현실적인 통로입니다. 스테이블코인의 상용화가 시작되면서 PG사는 소비자가 원화나 카드를 사용해 결제하면 이를 스테이블코인으로 전환해 상점에 정산하는 백엔드형 모델(초기)을 구현할 수 있습니다.
간편결제 사업자는 카드망 의존도가 낮아짐에 따라 중개 수익은 줄어들 수 있지만 스테이블코인 지갑 및 온보딩 허브의 역할을 새롭게 하게 될 수 있습니다. 네이버페이와 업비트, 토스와 은행 등으로 논의되는 공동 발행 모델은 간편결제 사업자가 단순한 결제 채널을 넘어 스테이블코인 생태계의 핵심 온보딩 허브로 도약할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줍니다. 카카오는 자체적으로 발행부터 정산, 유통까지 가능한 통합적인 생태계 구축이 가능한 업체입니다.
스테이블코인의 발행과 정산 과정에서 은행은 신뢰성 확보의 축을 담당할 것으로 보입니다. 은행은 발행과정에서 요구되는 100% 준비금 보관, 분리 예치(발행사의 운영자금과 준비금을 분리 보관), 외부 감사 등의 요건을 이행 가능합니다. 이를 통해 스테이블코인은 소비자와 업체 모두에게 법정화폐 수준의 안정성을 제공할 수 있습니다. 은행은 원화-스테이블코인 간 환전 및 유동성 공급을 원활히 수행 가능하며 향후 CBDC가 병행될 경우에는 이중 인프라의 연결 통로가 될 수 있습니다.
(3) 콘텐츠 생태계 도입
콘텐츠는 소액 결제와 글로벌 팬덤 결제가 가능해져 스테이블코인 도입 효과가 가장 뚜렷할 것으로 예상되는 영역입니다. 게임 분야에서는 적극적인 스테이블코인 도입 논의들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크래프톤의 메타버스 스튜디오 오버데어는 서클과 파트너십을 맺었고 콘텐츠 수익을 USDC로 정산하는 방식을 구상한 바 있습니다. 마블렉스를 통해 블록체인 사업을 꾸준히 전개해온 넷마블도 스테이블코인 도입에 대한 검토를 들어간 것으로 추정됩니다.
위메이드, 넥써쓰, 미투온 등은 보다 적극적인 스탠스를 취하고 있습니다. 블록체인 게임 플랫폼 위믹스 플레이를 운영 중인 위메이드는 3년 전 이미 달러 기반 스테이블코인 위믹스 달러를 발행한 바 있습니다. 넥써쓰는 블록체인 게임 플랫폼 크로쓰를 운영하고 있으며 국내 최초 원화 스테이블코인을 발행하고자 하는 목표를 갖고 있습니다. 미투온은 스테이블코인 카지노 플랫폼 에이스카지노를 운영 중입니다.
크리에이터 생태계에서도 변화가 조금씩 나타나는 중입니다. 라이브 스트리밍 플랫폼에서는 크리에이터가 비공식적으로 스테이블코인 지갑을 공개해 해외 팬으로부터 후원을 받는 사례가 확인됩니다. 대다수 팬덤 플랫폼은 디지털 굿즈, 유료 메시지, 온라인 팬미팅 등의 수익모델을 운영 중입니다. 현재의 주 결제 수단인 신용카드, 간편결제는 국경 간 정산 과정에서 비용과 속도 문제가 꾸준히 지적되어 왔기에 스테이블코인에 대한 도입 가능성이 커지고 있습니다.
규제 및 법제화 속도
미국 현황
미국은 결제형 스테이블코인을 제도권 금융에 편입해 연방·주 발행 허가제를 도입하려고 하고 있습니다. 발행사는 1:1 안전자산 담보를 확보하고 정기 감사와 투명성 보고 의무를 지닙니다. 전체적인 규제 기조는 '스테이블코인은 은행 수준의 감독 대상으로 관리한다'는 점에 모아져 있습니다.
미국의 스테이블코인 규제 논의는 19년 페이스북 리브라 프로젝트 발표로 촉발되었습니다. 민간이 발행하는 글로벌 화폐가 달러 체제에 위협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면서 의회는 규제 필요성을 본격적으로 논의하기 시작했습니다. 20년 발의된 STABLE Act는 발행사가 은행 면허와 연준 승인을 받아야 한다는 강력한 규제안을 담았으나 통과되지는 못했습니다.
21년 대통령 실무그룹(PWG)은 스테이블코인이 금융 안정성에 위험을 초래할 수 있다고 경고하며 은행 수준의 감독 필요성을 강조했습니다. 22년 한국발 테라USD(UST) 붕괴는 이러한 우려를 현실화시켰고, 의회는 모든 스테이블코인이 달러 현금이나 단기 국채로 1:1 담보되어야 한다는 원칙에 공감대를 형성했습니다.
23년에는 하원 금융서비스위원회가 'Clarity for Payment Stablecoins Act'를 통과시켰습니다. 이 법안은 결제형 스테이블코인을 정의하고 발행을 은행 및 특수목적기관으로 제한했으며 준비금 1:1 요건과 정기 감사 의무를 포함했습니다. 24년 Clarity Act가 본회의에 재상정되었지만 대선 국면으로 인해 통과되지 못했습니다.
25년 7월 통과된 'Genius Act'가 사실상의 스테이블코인 기본 법률로 자리잡은 상황입니다. Genius Act는 연방 또는 주 규제당국의 허가를 받은 기관만 결제형 스테이블코인을 발행할 수 있도록 규정합니다. 발행자는 반드시 달러 현금이나 단기 국채 등 안전자산으로 1:1 준비금을 유지하고 월별 공시와 정기 감사를 의무화해야 합니다. 또한 이자 지급은 금지되며 발행사와 중개업체는 BSA·AML·KYC 등 기존 금융 규제를 준수해야 합니다.
국내 현황
국내에서 스테이블코인 규제 논의가 본격화된 계기는 22년 테라·루나 사태였습니다. 국내 피해 규모가 컸던 만큼 스테이블코인이 금융 안정성에 심각한 리스크가 될 수 있다는 인식이 확산되었습니다. 이후 논의된 디지털자산기본법 초안에는 스테이블코인을 발행·유통·담보 관리 대상으로 규정하려는 움직임이 포함되었습니다.
23년 이후 금융위원회는 스테이블코인 발행사가 반드시 원화나 달러 등 법정통화와 단기 국채 같은 안전자산을 1대1로 담보해야 한다는 원칙을 제시하고 발행사와 보관기관에는 정기 감사와 투명성 보고 의무를 부과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한국은행은 민간이 원화 기반 스테이블코인을 발행할 경우 사실상 민간 디지털화폐 성격을 띠게 되어 통화정책 및 중앙은행 디지털화폐(CBDC) 추진과 충돌할 수 있다고 지적하며 신중한 태도를 유지 중입니다.
위메이드와 넥써쓰 같은 기업들이 원화 연동 스테이블코인을 준비했지만 금융당국은 법적 근거 없이 민간이 원화 스테이블코인을 발행하는 것은 허용되지 않는다고 못박았습니다. 이 때문에 현재 국내에서 스테이블코인은 달러 연동형(USDT, USDC 등)이 거래소를 중심으로 유통되는 수준에 머물러 있으며, 원화 연동 스테이블코인은 제도화 지연으로 사실상 발행이 차단된 상태입니다.
국내 스테이블코인 법제화는 여전히 초기 단계에 있으며 디지털자산기본법 제정을 통해 큰 틀을 마련한 뒤 한국은행의 CBDC 정책과 조율하면서 단계적으로 추진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단기적으로는 해외 주요국 제도를 참고해 달러 기반 스테이블코인의 규율부터 시작할 것으로 보이며 원화 기반 스테이블코인 도입은 장기 과제로 남아 있습니다.
원화 기반 스테이블코인의 가능성
스테이블코인이 생태계를 확장하려면 글로벌 결제, 해외 송금, 디지털 금융 서비스 등에서 실질적 수요가 확보되어야 합니다. 현재 달러 기반 스테이블코인은 전 세계 거래소와 디파이, NFT, 글로벌 결제망에서 사실상 표준처럼 활용되고 있으며 이는 강력한 네트워크 효과를 만들어 내고 있습니다. 반면 원화 기반 스테이블코인은 국제 금융에서 결제 통화로서의 위상이 낮아 해외 투자자나 사용자가 굳이 원화 스테이블코인을 보유하거나 결제 수단으로 선택할 유인이 거의 없습니다. 국내에서도 이미 신용카드, 간편결제, 실시간 이체 등 결제 인프라가 충분히 효율적으로 작동하고 있어, 소비자와 상인 모두 기존 수단을 대체할 이유가 크지 않습니다.
원화 스테이블코인은 글로벌 확장성과 국내 시장의 효용성 부족이라는 근본적 한계로 인해 대규모로 활성화되기는 어렵습니다. 그러나 한국이 강점을 가진 K-콘텐츠, 게임, 특정 해외 송금 시장 같은 특수한 영역에서는 제한적 수요가 발생할 여지는 남아 있습니다. 예를 들어 글로벌 팬덤 플랫폼이나 게임·메타버스 산업에서 해외 팬과 이용자가 한국 콘텐츠를 소비할 때 원화 스테이블코인이 결제·정산 수단으로 도입될 수 있습니다.
간편결제 및 포인트 시장에서도 원화 스테이블코인은 일정한 기회를 가질 수 있습니다. 스테이블코인 결제는 실시간 정산과 낮은 전송 비용을 통해 효율성을 높일 수 있습니다. 더 나아가 네이버페이, 카카오페이, 토스포인트 등 기존 포인트 체계와 결합된다면, 소비자는 포인트와 스테이블코인을 자유롭게 전환하며 사용할 수 있고 사업자는 정산 속도 개선과 수수료 절감 효과를 동시에 누릴 수 있습니다. 특히 중소 가맹점, 온라인 커머스, 구독형 서비스와 같은 영역에서는 포인트-스테이블코인 연동이 새로운 경쟁 우위를 형성할 수 있습니다.
VI. 콘텐츠, 웹툰의 부활 가능성?
숏폼이라는 트렌드에 맞대응 시작
숏폼의 유행으로 콘텐츠 소비 트렌드가 짧은 시간에 더욱 많은 도파민을 추구하는 방식으로 변화해 나감에 따라 웹툰 업계에서도 새로운 시도들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네이버웹툰은 숏폼 애니메이션 서비스인 컷츠를 9/1일 정식 출시했습니다. 컷츠는 웹툰 기반의 숏폼 애니메이션을 제작하고 공유하는 서비스로 2분 이내의 애니메이션을 누구나 업로드할 수 있습니다. 카카오엔터는 지난 4월 숏폼 서비스인 헬릭스 숏츠를 출시했습니다. 헬릭스 숏츠는 AI를 활용해 웹툰 및 웹소설을 60초 분량의 숏폼으로 자동 제작하는 서비스입니다. 완성된 숏폼은 카카오페이지의 홈 화면에 노출됩니다. 카카오엔터는 헬릭스 숏츠 출시 이후 작품을 열람하고 구매하는 비율이 약 40% 증가했다고 밝히기도 했습니다.
웹툰의 숏츠화는 짧아지고 있는 콘텐츠 소비 트렌드에 부합하며 정체되어 있던 웹툰 플랫폼 유저 수 반전을 이끌 전망입니다. 숏폼 형식으로 만든 웹툰을 즐길 경우 더 이상 손가락으로 일일이 넘기는 귀찮은 행위가 필요하지 않습니다. 이탈 유저의 복귀 역시 늘어날 것으로 판단합니다.
숏폼 제작이 본격화될 것입니다. 애니메이션 제작 AI 툴이 상용화될 경우 이미 수많은 IP가 쌓인 웹툰 플랫폼들은 숏폼 애니메이션을 빠르게 찍어내기 시작할 것입니다. 탑코미디어는 최근 자체 보유한 AI 기술을 접목해 AI 모션 및 숏 애니메이션 서비스를 도입하기도 했습니다.
마케팅 전략의 차별화
NAVER와 카카오 웹툰 거래액의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일본지역에서의 마케팅 전략에서 차이가 나타나고 있습니다. 라인망가는 숏폼을 활용한 마케팅 전략을 적극적으로 펼치고 있으며 틱톡과의 협업을 강화 중입니다. 라인망가는 24년 11월부터 틱톡향 마케팅을 본격적으로 시작했으며 25년 상반기 광고비의 67%를 틱톡에 사용한 것으로 추정(센서타워)됩니다. 단순히 웹툰에 대한 일반적인 디스플레이 광고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웹툰의 하이라이트 부분을 숏폼으로 영상화해서 광고로 노출시킵니다. 편집한 웹툰 장면에 성우의 목소리를 더해 짧은 숏폼 애니메이션을 제공하는 방식입니다.
틱톡을 통한 신규 이용자 유입에 힘입어 라인망가는 25년 상반기에도 다운로드 순위 1위를 기록했습니다. 픽코마는 공격적인 전략을 펼쳤던 작년과 달리 유저 리텐션에 집중한 선별적인 마케팅 전략을 펼치고 있습니다. 효율적인 마케팅비 집행에 힘입어 픽코마는 2분기 역대 최대 영업이익을 달성했습니다. 25년 상반기 영업이익률은 16%까지 급격히 상승(1H24 영업이익률 5%)한 것으로 추정됩니다. 경쟁사들의 공격적인 마케팅 속에서도 효율적인 마케팅으로 성장을 지속하고 있는 점이 긍정적입니다.
구독·광고 BM으로의 전환도 고려해볼 시기
웹툰 플랫폼들의 구독·광고 BM 전환도 본격적으로 고려해볼 시기로 판단합니다. 글로벌 양대 플랫폼인 네이버웹툰, 카카오웹툰 모두 유의미한 거래액 성장을 이어가고 있지 못합니다. 작품 전반은 무료이나 최신화에 대해서만 유료로 서비스를 제공하는 부분 유료화 모델의 한계가 나타나고 있습니다. 부분 유료화 BM의 한계도 결국 숏폼의 유행에 기인합니다. 우선 짧은 시간안에 최대의 도파민을 주는 우월한 대체재의 등장에 따라 웹툰 시청 동인이 감소했습니다. 그리고 숏폼의 광고 BM은 유저에게 무료로 느껴져 최신화에 대해서 가격을 지불해야 하는 부분 유료화 모델을 상대적으로 부담스럽게 만들었습니다.
| 기업 | 플랫폼 | 수익화 모델 |
|---|---|---|
| NAVER | 네이버웹툰, 라인망가, WEBTOON |
[기본 무료, 부분 유료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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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카카오 | 카카오페이지, 픽코마, Tapas |
[기본 무료, 부분 유료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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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디즈니 | 마블 언리미티드 |
[구독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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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워너브라더스 | DC 유니버스 인피니트 |
[구독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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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슈에이샤 | VIZ(소년점프) |
[구독형]
|
자료: 미래에셋증권 리서치센터
현재의 웹툰 플랫폼이 애니메이션까지 즐길 수 있는 종합 콘텐츠 플랫폼으로 변모할 경우 구독·광고 BM을 통한 이용 수요가 높아질 것으로 판단합니다. 현재의 부분 유료화 모델은 관심 작품들의 최신화를 모두 즐기면서 체류하기에는 부담이 높기 때문입니다. 구독 모델로 전환할 경우 라이트 유저 증가에 따른 플랫폼 체류시간 상승이 있을 것이며 광고 BM도 탄력을 받게 될 것입니다.
웹툰 플랫폼이 구독·광고 BM으로 바뀔 경우 불법 웹툰 시장의 규모는 축소되고 신규 유저 유입이 늘어날 가능성도 충분합니다. 영상 콘텐츠의 경우 대형 OTT 플랫폼의 구독 BM이 일반화된 이후 불법 유통의 정도가 크게 완화되었습니다. 수많은 콘텐츠를 합리적인 수준의 돈을 지불하고 모두 볼 수 있게 되면서 불법 콘텐츠를 찾기 위해 시간을 쓰거나 위험을 감수하는 일이 줄었기 때문입니다. 한국저작권보호원에 따르면 콘텐츠 불법 유통 사이트 복제물 71가 웹툰에 해당합니다.
변화하는 네이버웹툰의 성장 잠재력
구독·광고 BM으로 전환할 경우 어느 정도의 유료 구독자를 끌어모아야 현재 매출이 유지될까요? 월정액 요금을 10달러로 가정할 경우 네이버웹툰은 1,200만 명의 유료 구독자가 필요합니다. 이는 2분기 기록했던 1.6억 명 MAU의 7% 수준에 해당합니다. 쌓여 있는 수많은 웹툰 IP들이 애니메이션으로 나오고 네이버웹툰 플랫폼이 웹툰/웹소설/애니메이션을 동시에 즐길 수 있는 종합 플랫폼이 될 경우 10% 이상의 유료 구독자 비중을 달성하는 것은 어렵지 않을 것입니다. 이미 국내와 일본의 유료결제 비중은 10%를 넘어섰습니다.
광고 BM이 새로운 희망이 될 수 있을까요? 생각보다 웹툰의 체류시간은 굉장히 높습니다. 네이버웹툰+시리즈의 합산 체류시간은 국내 NAVER 체류시간의 25% 수준입니다. 네이버웹툰의 글로벌 총 체류시간은 국내 NAVER 총 체류시간에 필적하나 분기 광고 매출 규모는 600억 원 수준으로 NAVER 본 플랫폼의 20분의 1 수준에 불과합니다. 광고 단가가 올라가기 시작할 경우 광고 BM도 유의미해질 수 있습니다. 네이버웹툰 내 광고 매출 비중 상승 흐름은 이미 관찰되고 있습니다. 2분기 네이버웹툰 매출 내 광고 비중은 13%를 기록했습니다.
디즈니와의 협업은 정체되었던 네이버웹툰의 성장 속도를 가속화할 것입니다. 마블, 스타워즈 등 초대형 팬덤을 보유한 IP가 네이버웹툰에 온보딩되면서 글로벌 MAU 확대와 유료 전환율 상승을 기대할 수 있습니다. 미국 만화시장 규모는 3조 원 이상으로 추정되는데 여전히 80% 이상의 매출이 종이책에서 발생하고 있어 디지털 만화 침투율 증가 여력이 충분합니다. 그리고 디즈니 마블은 이 시장의 3분의 1을 점유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