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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쾰른 대성당은 고딕양식의 157m 첨탑이 인상적인 건축물로 유네스코가 선정한 세계문화유산이다. 쾰른의 상징이자 랜드마크인 쾰른 대성당과 더불어 쾰른을 방문하면 반드시 찾아야 할 또 하나의 명소가 있다. 쾰른 최초의 현대미술관이자 7만여 점의 소장품을 지닌 쾰른 예술의 허브, 바로 루드비히 미술관(Museum Ludwig)이다.
조용하게 존재감을 드러내는 쾰른 예술의 성지
압도적인 건축물의 미학을 보여주는 쾰른 대성당과 나란히 자리하고 있는 루드비히 미술관. 하지만 루드비히 미술관은 화려한 건축미와는 거리가 멀다. 톱날 모양의 모던한 외관을 지니고 있어 눈여겨 보지 않으면 자칫 지나치기 쉬울 정도다. 그러나 루드비히 미술관의 가치는 외관으로 평가할 수 없다. 미술관으로 들어서는 순간 반전이 펼쳐지며 관람객들의 마음을 사로잡는다. 상대적으로 평범하기 그지없는 건물에 기대감 없이 입장한 루드비히 미술관에는 20세기 현대미술의 걸작들이 기다리고 있기 때문이다.
루드비히 미술관은 1976년 루드비히 부부가 기증한 미술품을 모태로 1986년 문을 열었다. 쾰른 출신의 유명 건축가 피터 부스만(Peter Busmann)과 고트프리트 하베러(Godfrid Haberer)의 설계로 완성했다. 두 건축가는 지리적으로 가까운 쾰른 대성당과의 차별화를 위해 철저히 '독립적인' 건물로 디자인했다. 쾰른 대성당의 압도적인 높이를 부각시키기 위해 건물의 상당 부분(지하 1층, 지상 4층)을 지하로 배치한 게 루드비히 미술관의 특징이다. 덕분에 무려 26만㎥의 방대한 면적에도 불구하고 외부에서 보면 전혀 튀지 않고, 주변의 건축물들과 자연스럽게 조화를 이룬다. 이처럼 도드라지지 않고 기존의 쾰른 풍경에 조용히 스며든 루드비히 미술관. 하지만 그 가치와 백미는 미술관 내부를 가득 채운 작품에서 찾을 수 있다. 오직 작품 감상에 집중하도록 해 미술관의 본질에 충실한 미술관이라는 생각이 드는 명작들이 즐비하기 때문이다.
다양한 장르를 넘나드는 작품이 주는 차별화된 감동
미술관 한 가운데 자리한 계단을 통해 2층으로 올라가면 피카소 컬렉션과 독일 표현주의 작품들을 만날 수 있다. 루트비히 부부는 평생 수집한 1만 4,000점을 전 세계의 미술관에 기증하거나 대여한 미술 애호가다. 특히 1994년과 2001년 두차례에 걸쳐 쾰른 루드비히 미술관에 900여 점(회화 180점, 사진, 그래픽, 판화 730점)의 피카소 작품을 기증해 화제를 모았다. 이는 프랑스 파리, 스페인 바르셀로나에 이어 세계에서 세번째로 큰 규모의 컬렉션이다. 고전양식의 대표작으로 손꼽히는 <손을 모은 할리퀸>을 비롯해 전쟁의 비극과 공포를 상징적으로 담아내어 큰 감동을 안기는 <아티초크를 든 여인>, 독창적인 입체감을 표현한 청동조각작품인 <유모차를 미는 여인>과 판화 <투우> 시리즈와 <작업실에서(In the Studio)> 외에 다양한 세라믹 작품 등은 피카소 컬렉션의 백미를 감상할 수 있다. 루드비히 미술관이 자랑하는 또 다른 컬렉션은 러시아 아방가르드와 독일 표현주의 미술을 꼽을 수 있다. 1970년대 사업확장을 목적으로 구 소련을 방문했던 루드비히 부부는 혁명기 러시아 미술품을 대규모로 작품을 구입했다. 그들은 러시아 미술을 수집한 서구인으로는 거의 유일한 인물로 손꼽히기도 할 정도다. 루드비히 미술관의 또 자랑은 요제프 하우브리히의 컬렉션이다. 미술작품을 퇴폐의 온상으로 규정한 나치 정권의 탄압속에서 독일 표현주의 작품들을 지켜낸 쾰른 출신 변호사 요제프 하우브리히가 1946년 기증한 것들이다. 이 컬렉션에는 에른스트 루드비히 키르히너, 에리히 헤켈, 카를 슈미트-로틀루프 등 '다리파(Die Brucke)' 작가, 우구스트 마케, 프란츠 마르크 등 '청기사파(Der Blaue Reiter)' 작가들의 걸작이 포함됐다. 대표작으로 프란츠 마르크의 <소들(Cattle)>, 알렉세이 폰 야블렌스키의 <부채를 든 동화 속 공주(Fairy Princess with Fan)>, 바실리 칸딘스키의 <흰 붓자국(White Stroke)>, 카지미르 말레비치의 <슈프리무스 38번(Supremus No. 38)>가 있다. 팝아트 작품도 언급하지 않을 수 없다. 앤디 워홀의 대표작인 <마를린 먼로> 초상화 연작에서부터 <캠벨 수프 캔>, 서부극 의상을 입은 엘비스를 반복적으로 찍어낸 <엘비스 프레슬리>, 루드비히 미술관을 탄생시킨 장본인을 그린 <페드 루드비히의 초상화(Portrait of Peter Ludwig)>, <브릴로 박스(White Brillo Boxes)> 등을 만날 수 있다. 더불어 로이 리히텐슈타인의 대표작 중 하나로 만화의 한 장면을 확대해 점(Benday Dot)으로 채워 넣은 기법이 돋보이는 작품인 <M-Maybe(어쩌면)>도 감상할 수 있다. 이 밖에도 톰 웨셀만의 <위대한 미국 누드 No. 98>, 올덴버그의 <부드러운 타자기(Soft Typewriter)>, 로버트 라우션버그의 <콤바인 페인팅> 등도 시선을 사로잡는다. 무엇보다 팝아트 컬렉션은 '미술관 거리'(Museum Street)'라고 불리는 내부 중앙 통로를 따라 자연스럽게 이어진 전시실을 채우고 있어 독특한 내부 동선을 자랑해 루드비히 미술관의 또 다른 '볼거리'다. 또한 미국 추상 표현주의의 대표적인 화가 잭슨 폴록의 <흑과 백 15번(Black and White No. 5)>, 미니멀리즘의 대표 모리스 루이스의 <새벽의 기둥(Pillar of Dawn)> 등도 빼놓을 수 없는 루드비히 미술관의 명작이다.
<겨울 풍경(Winter Landscape)>
<예술가 공동체(Group of artists)>
유럽 유수의 미술관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역사가 짧은 루드비히 미술관. 그럼에도 불구하고 존재감을 과시하며 쾰른을 상징하는 랜드마크이자 관광자산으로 도시를 빛내고 루드비히 미술관은 독일 현대미술의 메카로 자리매김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