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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운드·유로·달러 동반 상승...'강한 외화'보다 '약한 원화'가 문제
작년 12월 말 2,000원을 넘어선 파운드화가 여전히 1,900원 후반과 2,000원 사이를 오가고 있습니다. 파운드 환율만 오른 것은 아닙니다. 작년 1월 1,505원이었던 유로화는 올해 1,700원 선을 기록했고, 달러화의 경우 작년 기폭이 있었으나 최근 3년간 꾸준히 환율이 오르고 있습니다.
특정 외화가 아닌 파운드·유로·달러 환율이 모두 오르자 외환 시장 전문가들은 파운드의 가치 상승이 아닌 원화 가치 하락이 파운드 환율이 급등하는 근본 원인이라고 지적했습니다. 그렇다면 원화 가치는 왜 계속 떨어지는 걸까요? 여러 유럽 통화 중 파운드의 가치가 특히 높은 이유는 무엇일까요? 파운드 환율을 둘러싼 이야기를 이해하기 쉽게 정리해 드리겠습니다.
원화 가치, 계속 낮은 이유
1. 해외 투자 늘자 외화 가치 상승
환율은 두 나라 화폐 가치의 비율입니다. 특정 통화에 대한 수요가 늘어나면 그 화폐의 가치가 상승하고, 환율이 오릅니다. 최근 원화의 가치는 미국 달러화 대비 점점 더 낮아지고 있습니다. 원화보다 달러화를 찾는 사람이 늘어나고 있다고 이해할 수 있습니다. 달러화는 기축통화이므로 달러 환율이 높아지면 유로와 파운드 환율도 오르게 됩니다.
달러화 수요가 높아지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여러 이유가 있지만, 한국은행은 해외 투자 확대를 지목했습니다. 개인 투자자뿐 아니라 증시의 큰손으로 불리는 국민연금 등 기관 투자자들도 해외 주식과 채권에 적극적으로 투자하기 위해 달러를 사들이고 있기 때문입니다.
2. 환율과 금리의 관계
한국의 기준금리가 상대적으로 낮은 것도 원인입니다. 금리란 화폐의 수익률을 의미하는데, 화폐의 수익률이 낮으면 화폐에 대한 투자 수요가 줄기 때문입니다. 올해 3월 기준 영국의 기준금리는 연 3.75%입니다. 반면 한국의 금리는 작년 10월부터 현재까지 2.5%에 멈춰있습니다. 원화의 가치가 파운드화 대비 낮은 이유입니다.
정부는 환율 급등을 억제하기 위해 국내 달러 공급을 확대하는 등 대응에 나섰습니다. 그러나 해외 투자 열풍이 이어지고 금리 동결이 이어지는 한 상승세를 꺾기 어려워 보입니다.
유럽 통화 중 파운드가 가장 비싼 이유
유로, 파운드, 스위스 프랑, 노르웨이 크로네, 폴란드 즈워티 등 여러 유럽 통화 중 가장 비싼 통화는 단연 파운드입니다. 작년 8월부터 최근까지 파운드화의 가치는 유로화보다 줄곧 높았습니다.
1. 영국의 높은 금리
마찬가지로 금리에서 원인을 찾을 수 있습니다. 파운드화의 수익률(금리)이 높게 유지되자 투자 수요가 늘고 화폐 가치도 높아진 것입니다. 작년 내내 영국의 기준금리는 유럽연합의 기준금리보다 높았습니다. 12월 기준금리를 4%에서 3.75%로 내렸으나 인하 속도가 느려 여전히 유럽중앙은행이 책정한 2.15%보다 높습니다.
2. 영국의 높은 물가
영국의 인플레이션이 파운드 가치의 하방을 지키고 있다는 분석도 있습니다. 영국처럼 물가가 높은 상황에서는 정부가 금리를 내리기 쉽지 않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영국중앙은행은 올해 1월 금리 인하 속도를 제한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3월에는 미국-이란 전쟁으로 물가 인상 가능성이 커지자 금리 인하를 보류하겠다고 했습니다. 높은 물가가 금리를 높이고, 높은 금리는 파운드화 투자 수요를 자극해 환율을 높이고 있는 상황입니다.
높은 환율에 해외 유학 망설이는 청년들
영국의 높은 물가에 환율 상승까지 겹치자 영국 교환학생을 지망하는 많은 학생이 파견을 망설이고 있습니다. 제가 다니는 Aston University 역시 매 학기 대여섯 명의 한국 교환학생이 왔지만, 이번 학기 한국에서 온 학생은 저를 포함한 2명이 전부입니다.
외환 시장 전문가들은 원화 약세를 해결하기 위해선 한국이 경제 성장을 기대할 수 있는 매력 있는 투자처가 돼야 한다고 입을 모읍니다. 우리 경제가 활기를 되찾아 청년들이 금전 문제에 부딪히지 않고 세계를 무대로 마음껏 도전할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