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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안한 노후를 위해 그와 그녀가 사는 법 연금만으로 살아본 썰 풉니다생활비와의 전쟁

기고: 조성환 산업정책연구원 연구교수, 경영학 박사

아침에 눈을 뜨면 가장 먼저 하는 일이 달라졌습니다. 예전에는 출근 시간을 확인했지만, 지금은 통장 잔액은 물론 매월 들어오는 연금과 이번 달 지출을 먼저 떠올립니다. 은퇴를 하고 나니 시간은 넉넉해졌지만, 돈은 오히려 더 또렷하게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30년 동안 개인재무설계 전문가로서 고객들에게 연금의 필요성을 누구보다 강하게 강조해왔던 저로서는, 언행일치라는 측면에서 나름 철저하게 연금을 준비해왔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연금만으로 살아간다'는 것은 예상보다 훨씬 더 현실적인 계산 위에 서 있는 삶이었습니다.

저는 지금 퇴직연금과 IRP만으로 매월 일정한 금액을 연금으로 받고 있습니다. 개인연금과 연금보험도 따로 준비해 두었지만, 아직 개시하지는 않았습니다. 당장은 퇴직연금과 IRP에서 나오는 연금으로 충분하다고 판단했고, 몇 년 후 국민연금까지 더해지면 생활비는 더욱 여유로워질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부족하다면 그때 가서 개인연금과 연금보험을 개시해 연금액을 늘릴 계획이었습니다.

연금으로 생활비 지출하며 깨달은 사실

하지만 실제로 살아보니 '충분하다'는 기준은 단순한 숫자가 아니라, 결국 '생활 방식'에 따라 달라진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은퇴 후 처음 맞이한 한 달, 저는 지출을 꼼꼼히 기록해보기로 했습니다. 연금이 넉넉하지는 않더라도 부족하지는 않을 것이라 생각했지만, 막상 하나하나 적어보니 결코 단순하지 않았습니다.

주거비, 식비, 의료비, 자녀 교육비, 통신비, 교통비, 경조사비, 부모님 생활비, 여가비

연금은 '부족하지 않게 살아가는 돈'이 아니라, '조절하며 살아가야 하는 돈'이라는 사실입니다. 재직 시절에는 돈이 남으면 저축하고, 부족하면 더 벌면 된다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상황이 다릅니다. 추가 소득을 만들 수 있는 선택지는 제한적이고, 결국 제가 할 수 있는 일은 지출을 이해하고 조절하는 것입니다.

생활 방식을 바꿀 결심

그래서 저는 생활 방식을 조금씩 바꾸기 시작했습니다. 불필요한 지출 항목을 정리하고, 외식 횟수를 줄였으며, 충동적인 소비를 의식적으로 피했습니다. 대신 지자체에서 운영하는 저렴하고 질 좋은 교육과 운동 프로그램을 찾아 참여하고, 등산과 독서를 일상으로 만들었습니다. 의미가 크지 않은 모임은 정리하고, 모임이 필요한 경우에는 비용을 합리적으로 나누는 원칙도 세웠습니다. 흥미로운 점은 사회적 지출이 줄어든다고 해서 삶의 만족도가 반드시 낮아지는 것은 아니라는 사실이었습니다.

연금 생활을 하며 또 하나 깨달은 것은 '돈의 크기보다 흐름이 중요하다'는 점입니다. 큰 돈이 한 번에 들어오는 것보다 매달 일정하게 들어오는 수입이 훨씬 큰 안정감을 줍니다. 연금은 단순한 소득이 아니라 삶의 리듬을 만들어주는 장치였습니다. 매달 같은 날 통장에 입금되는 금액을 보며, 저는 이 삶을 지속할 수 있겠다는 작지만 확실한 안도감을 느낍니다.

돌이켜보면 은퇴 전의 저는 연금의 '총액'에만 집중했습니다. 얼마를 모을 것인가, 얼마를 받을 것인가를 중요하게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지금의 저는 연금의 '사용 방식'이 더 중요하다는 것을 압니다. 같은 금액이라도 어떻게 쓰느냐에 따라 삶의 질은 전혀 달라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연금만으로 살아간다는 것은 결핍의 삶도, 풍요의 삶도 아닙니다. 그 사이 어딘가에서 스스로 균형을 찾아가는 삶입니다. 오늘도 저는 연금계좌를 한 번 더 들여다봅니다. 그리고 스스로에게 조용히 묻습니다. "이번 달은, 잘 살고 있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