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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쁘게 살아가는 현대인들에게 투고(To-Go) 즉 테이크아웃(Take-Out)은 없어서는 안 될 삶의 수단이 되었다. 음식이든 음료든 이동하면서 혹은 포장해 야외에서 즐기기 위해서 이러한 문화는 필수인 까닭이다. 이것이 현대의 문화 같지만, 사실 알고 보면 우리는 오래전부터 투고 문화를 즐긴 민족이었다. 바로 찬합을 통해서 가능한 일이었다.
실용성과 지혜, 멋스러움이 융합된 전통 살림살이
찬합을 쉽게 설명하자면 반찬을 여러 층의 그릇에 담아 포개어 간수하거나 운반할 수 있게 만든 용기를 지칭한다. 3~5층을 포개고 이것을 다시 목궤(木櫃)에 넣어서 운반하기에 편리하도록 만든 것이 있고, 서랍 몇 개를 포개어 바로 들 수 있게 제작한 것이 있다. 기본적으로 크기와 모양이 같은 그릇을 층층이 쌓아 올리는 방식이지만, 너비가 다양한 그릇(주병, 잔, 찬통 등)을 조립하는 구조의 찬합도 있다. 높이가 1층인 단층 찬합과 2개 이상을 쌓는 다층 찬합으로 구분되는데 다층 찬합의 경우 3층에서 10층까지 쌓기도 한다. 모양의 종류도 다양해서 사각기둥형, 팔각기둥형, 원기둥형 등의 모양이 있고, 쌓는 방식에 따라 서랍형과 누층형으로 나뉜다. 주로 목재를 짜서 옻칠하여 수분의 침투를 방지하게 되는데, 대나무 쪽을 잇대어 엮은 죽합이나 박목판으로 짠 구조 위에 등나무줄기로 엮어 만든 등합, 그리고 은이나 백동, 유기로 제작된 경우도 있다.
국내에서 확인되는 유물을 살펴보면 찬합은 신라시대 유적인 천마총과 안압지 등에서 출토되어 삼국시대부터 이미 고급 기종으로 사용되었음을 알 수 있다. 구체적인 기록도 있다. 『임원경제지』나 『진찬의궤』 등 곳곳에 찬합이 등장하는 것을 볼 수 있다. 『진찬의궤』를 살펴보면 왕을 비롯한 왕의 직계가족의 상에는 4층 찬합을 올린 것으로 기록되어 있으며, 왕이 신하들에게 음식을 내릴 때에도 찬합을 사용했다. 조선후기에는 휴대하기 편하도록 손잡이가 달린 나무통에 찬그릇·술잔·술병까지 함께 포개어 넣을 수 있는 나들이용 찬합이 사용되었다.
무엇보다 찬합은 목제 용기에 물기 있는 반찬을 직접 담아야 하기 때문에 피막을 형성하는 도료로 방수·방충은 물론 식품의 부패를 지연시키는 특징을 지닌 옻칠을 사용해 내구성을 높인 것이 눈에 띈다. 술안주 등 마른반찬을 담는 찬합의 경우에는 기름칠한 예도 흔히 있다. 또한 서랍을 궤에 담는 일반 형식은 궤의 앞면이나 옆면에 상하로 긴 한두 줄의 구멍을 내어 내장된 서랍이 밖에서 보이도록 하고, 문판은 위에서 밑으로 내려 끼워 닫게 만들어 편리성과 활용도를 높였다. 그만큼 찬합은 조상의 지혜가 담긴 살림살이로서 다양한 음식을 담고, 이동 시 음식을 보관하기에 편리하도록 한 특징이 두드러진다.
본격적인 휴가 시즌이라 음식을 포장해 나들이할 기회가 많아지는 시기. 전통 찬합을 사용할 수는 없겠지만 편리하게 음식을 싸서 나들이에 나설 때 우리에게는 오래된 투고 문화의 DNA가 있음을 기억하는 것도 좋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