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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직 후의 삶은 생각보다 조용했습니다. 십여 년을 상장회사의 임원으로 살아오며 늘 일정과 회의, 숫자와 책임 속에 있었지만, 어느 날 갑자기 매달 들어오던 급여가 멈추자 세상은 전혀 다른 얼굴을 보여주었습니다. 가장 먼저 다가온 것은 자유가 아니라 생활비에 대한 걱정이었습니다. 생활비는 단순한 돈의 문제가 아니었습니다. 그것은 생존의 문제였고, 동시에 인간으로서의 존엄을 지키는 일이었습니다.
저는 오랫동안 금융과 개인재무설계, 연금 분야에서 일해왔습니다. 누구보다 연금의 중요성을 잘 알고 있었기에 퇴직연금, 개인연금, 연금보험 등을 꾸준히 준비해왔습니다. 그러나 막상 퇴직이라는 현실 앞에 서보니 또 다른 질문이 남아 있었습니다.
"이 돈으로 어떻게 평생 연금을 만들어낼 것인가."
연금 인출 원칙에 부합하는 상품 찾기
저는 세 가지 원칙을 세웠습니다.
첫째, 내가 살아 있는 동안 연금은 끊기지 않아야 한다.
둘째, 매달 받는 연금은 최소한 연금 재원의 1% 수준은 되어야 한다.
셋째, 물가상승을 이겨낼 만큼 장기적으로 연금액이 성장해야 한다.
이 세 가지 조건을 동시에 만족시키는 방법을 찾기 시작했습니다. 가장 먼저 떠올린 것은 종신연금이었습니다. 죽을 때까지 지급된다는 점은 분명 매력적이었습니다. 그러나 실제로 받는 연금액은 기대보다 적었고, 자금 운용의 유연성도 거의 없었습니다. 결국 선택하지 않았습니다.
다음은 예금이었습니다. 안정성은 뛰어났지만 저금리 시대의 은행 금리로는 매달 연금 재원의 1%를 생활비로 꺼내 쓰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했습니다.
브라질 국채도 진지하게 검토했습니다. 한국과 브라질 간 조세협약 덕분에 이자소득세 부담이 없고, 당시 국채 금리는 연 14% 안팎으로 매우 높았습니다. 계산만 놓고 보면 매월 원하는 수준의 현금흐름을 만들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환율 변동성이 너무 컸습니다. 무엇보다 10년, 20년 뒤에도 지금의 연금액이 물가상승을 이겨내는 구매력을 유지할 수 있을지 확신할 수 없었습니다. 높은 금리는 매력적이었지만, 장기적으로 금리가 인하된다면 미래까지 책임져주지는 못했습니다.
그렇게 여러 선택지를 고민한 끝에 제가 정착한 곳은 '월 분배형 커버드콜 ETF'였습니다.
커버드콜 ETF를 고르는 원칙
사실 금융권에는 이 상품에 대한 부정적인 기억이 많습니다. 저 역시 잘 알고 있습니다. 초창기 월 분배형 상품 상당수는 투자자에게 높은 월 배당을 약속하기 위해 운용수익뿐 아니라 원금까지 깎아 분배하는 구조였습니다. 시간이 흐를수록 원금은 줄고, 원금이 줄어드니 운용수익도 감소하는 악순환이 반복되었습니다. 결국 많은 상품이 기대에 미치지 못했습니다.
그럼에도 저는 지난 3년 동안 월 분배형 커버드콜 ETF를 통해 매달 연금 재원의 약 1% 수준의 현금흐름을 꾸준히 받아왔습니다. 더욱 흥미로운 것은 그동안 연금을 지급받았음에도 전체 연금 재원은 오히려 약 20% 증가했다는 점입니다. 기초자산 가격 상승의 힘이었습니다. 그 과정에서 제게는 나름의 원칙이 생겼습니다.
기초자산의 성장성
저는 미국 시장을 중심으로 투자했습니다. 미국 증시는 단순한 주식시장이 아닙니다. 전 세계 혁신 기업이 모여드는 거대한 자본시장입니다. 기축통화국으로서의 지위, 끊임없는 기술혁신, 그리고 인재와 자본이 몰리는 구조를 생각하면 장기적으로 성장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했습니다.
분산투자
같은 미국 시장이라도 S&P500, 나스닥, 다우존스 등 서로 다른 지수를 기반으로 포트폴리오를 구성했습니다. 시장은 언제든 특정 섹터나 특정 지수에 쏠릴 수 있습니다. 그러나 장기적인 연금 운용에서 가장 경계해야 할 것은 '몰빵'의 유혹입니다. 잘 분산된 포트폴리오는 조용하지만 오래 갑니다.
운용사의 역량
같은 지수를 추종해도 결과는 ETF마다 달랐습니다. 커버드콜 전략의 세부 운용 방식에 따라 수익률과 분배금의 안정성이 크게 차이가 났습니다. 저는 정기적으로 ETF를 비교하고 분석했습니다. 성과가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상품은 미련 없이 교체했습니다. 금융시장에서 공짜는 없습니다.
욕심 절제
최근처럼 특정 시장이 급등하면 그 시장에 집중 투자하고 싶은 마음이 생깁니다. 월 분배율이 지나치게 높은 ETF도 유혹적입니다. 그러나 연 20% 이상의 분배율은 대부분 어딘가에서 무리를 하고 있다는 신호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금융상품의 세계에서 지나친 고수익은 종종 미래의 원금 훼손을 의미합니다.
불안과 욕심 사이에서 균형 찾기
돌이켜보면 은퇴 이후의 삶은 단순히 돈을 관리하는 문제가 아니었습니다. 그것은 불안과 욕심 사이에서 균형을 찾는 과정이었습니다. 매달 계좌에 들어오는 연금은 단순한 현금흐름이 아닙니다. 그것은 "나는 아직도 내 삶을 스스로 책임질 수 있다"는 작은 자신감이었습니다.
저의 월 분배형 커버드콜 ETF 연금플랜은 아직 진행 중입니다. 앞으로 5년, 10년 뒤에는 지금보다 더 단단한 구조가 되어 있을지도 모릅니다. 그래서 저는 지금도 꾸준히 ETF를 공부하고 시장을 분석합니다. 은퇴는 끝이 아니었습니다. 오히려 내 돈으로 내 삶을 설계하는 두 번째 직업의 시작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