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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달의 경제 이슈 ·이란 종전 이후 주목받을
고압경제로 본 올해 하반기 이후 세계 주가 전망

기고: 한상춘 국제금융 대기자 겸 한국경제신문 논설위원

기고자 한상춘 프로필 사진

미국과 이란 간 전쟁이 발생한 지도 4개월이 넘었다. 전쟁 발생 당시만 하더라도 우리 경제는 스태그플레이션, 증시도 큰 폭의 조정을 거칠 것이라는 예상이 지배적이었다. 하지만 우리 경제와 증시 모습은 다른 양상이다. 올해 1분기 성장률이 연율로 6%가 넘는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코스피 지수도 전쟁 이전 수준을 넘어선 지 오래됐다.

앞으로 우리 경제와 증시가 어떻게 될 것인가를 알아보기 위해서는 지금까지 예상과 다른 움직임을 보인 원인부터 따져봐야 한다. 이 문제가 중요한 것은 이번 전쟁 피해가 1970년대 발생했던 두 차례 중동전쟁, 지난 4년간 지속되고 있는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 피해액을 합한 것보다 크다는 평가 속에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

가장 먼저 금융과 실물 경제 간의 인과 관계가 바뀐 뉴노멀 여건을 들 수 있다. 금융위기 이전까지만 하더라도 금융은 실물 경제를 반영(following)하는 얼굴이었다. 하지만 그 이후 금융이 실물 경제를 주도(leading)하면서 미국과 이란 전쟁이 실물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클 것이라는 예상 속에서도 주가는 따로 노는 수수께끼 현상이 발생하고 있다.

금융이 주도하는 여건에서 주가 등이 상승하면 자산효과(wealth effect)가 발생해 전쟁이 실물 경제에 미치는 효과를 완충시킬 수 있다. 앨런 그린스펀 미국 중앙은행(Fed) 전 의장은 미국 국민의 주식소득이 1달러 증가하면 소비가 3~4센트 늘어나는 것으로 추정했다. 한국 국민도 아직까지 부동산이 높지만, 주가 상승에 따른 자산소득 효과가 높아지는 추세다.

실물 경제 자체적으로는 세계 경제 주도국이 전쟁 전부터 '고압경제(HPE·High Pressure Economy)'를 실험해 온 점도 빼놓을 수 없다. 1960년대 미국과 베트남 전쟁이 한창 진행 중에 아서 오쿤 예일대 교수가 제시한 HPE는 실물 경제 각 부문에 초과 수요를 발생시켜 전쟁에 따른 피해를 완충시키고 경기와 증시를 부양하는 정책 처방을 말한다.

HPE의 핵심인 노동시장부터 살펴보면 재정과 금융 완화를 통해 노동 수급 여건에 인위적으로 초과 수요를 발생시키면 임금이 올라간다. 임금이 '그냥 쉼(take a break)' 만족도보다 높아지면 자발적, 비자발적 실업자 모두 고용시장에 들어온다. 취업자도 생산성과 임금이 높은 자리로 이동하는 고용 사다리 효과(employment ladder effect)도 발생한다.

아서 오쿤 교수는 1960년대처럼 노동 집약적 산업이 주도될 때 실업률을 1% 낮추면 성장률을 3%까지 높일 수 있다는 오쿤 계수를 고안해 노벨 경제학상을 받았다. 지금도 1인당 소득이 1만 달러 이하의 저개발 국가에는 그대로 적용된다. 3만 달러 이상의 자본 혹은 첨단기술 집약적 국가도 오쿤 계수가 2배 내외로 높게 나온다. 기업도 상품시장 등에 초과 수요가 발생하면 예상 수익이 증가할 것으로 기대됨에 따라 설비투자를 늘린다.

특정국의 총수요 항목별 성장 기여도(Y=C+I+G+(X-M), Y:국민소득, C:민간 소비, I:설비투자, G:정부 지출, X-M:순수출) 중 HPE로 정부 지출(G), 민간 소비(C), 설비투자(I)가 모두 증가한다. 상품시장 등에 초과 수요로 수입이 증가함에 따라 순수출 기여도가 낮아져 구축 효과(crowding out effect)가 발생할 수 있다. 하지만 정부 지출에 따른 케인즈언 승수 효과(keynesian multiplier effect)에도 못 미치는 수준으로 전체적인 성장률은 크게 커진다.

HPE는 베트남 전쟁으로 점철됐던 1960년대에 존 F. 케네디 정부와 린든 존슨 정부까지 이어지는 미국 경제와 증시의 장기호황을 이끌었다. 그 후 전쟁, 코로나 사태와 같은 디스토피아 문제가 불거질 때마다 HPE가 실험되다가 작년 1월 출범한 트럼프 정부와 올해 2월 총리직을 걸고 중의원 선거를 통해 더 강력해진 다카이치 사나에 정부가 상용화하고 있다. 정도 차가 있지만, 이재명 정부가 전쟁 중에 추가경정예산을 편성한 것도 맥을 같이한다.

비즈니스 아이콘이 배치된 퍼즐 위에 성장 그래프가 그려진 퍼즐 조각을 손으로 맞추고 있는 사진

고압경제(HPE)의 이론적 배경은 예일 거시경제 패러다임이다. 어떤 정책이든 복잡한 경제 현실을 푸는 것은 쉽지 않다. 미국과 이란 간 전쟁 이후 후유증 처리처럼 시차가 길고 논리보다 결과를 중시하는 경제정책일수록 더 어렵다. 이 때문에 특정 경제이론에 의존하기보다는 지속 가능한 성장에 기여한 종전의 정책 처방을 참고로 하는 방법이 많이 활용된다.

예일 거시경제 패러다임 출발은 예일대에서 화폐 경제학을 가르쳤던 제임스 토빈이다. 정책적으로는 아서 오쿤, 로버트 솔로, 케네스 애로 교수 등과 함께 1960년대 케네디와 존슨 정부의 경제정책을 설계하고 실행하는 데 핵심 역할을 담당했다. 1970년대 이후에는 윌리엄 노드하우스, 로버트 실러 교수와 함께 재닛 옐런 전 Fed 의장이자 재무장관이 계승하고 있다.

전체 기조는 경기 침체, 금융위기 극복, 전쟁 후유증 처리와 같은 단기 과제 해결은 케인즈언 이론을 선호하지만, 지속 가능한 성장 기반 확충과 같은 장기 과제는 신고전학파 이론을 받아들인 독특한 정책 처방 패키지다. 즉, 단기 과제는 총수요와 총공급 곡선으로 이해하고, 지속 가능 성장과 고용 창출 등의 장기 과제는 토빈과 로버트 솔로 모델을 선택했다.

정책 수단은 초기에는 재정정책보다 통화정책이 보다 더 유용하다고 봤다. 이 때문에 재정정책은 경기 부양을 위해 일시적으로 적자 폭이 커지더라도 '재정 건전화' 틀은 깨지 않아야 한다고 권고했다. 하지만 통화정책은 물가가 어느 선을 벗어나지 않으면 완만한 인플레이션이 경제 활력을 북돋는 데 바람직하기 때문에 적극적으로 운용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최종 목표인 장기 성장과 완전고용을 위해서는 물적자본, 인적자본, 연구개발(R&D)에 대한 지속적인 투자를 강조했다. 정부는 재정 건전화를 도모하고, 통화당국은 통화 완화 기조를 유지해 기업 이윤이 높아질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세제도 투자세액공제제도를 도입하고 소비세율을 높여 저축과 투자가 함께 늘어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봤다.

예일 거시경제 패러다임을 토대로 경제정책을 추진했던 1960년대와 1990년대 미국 경제는 전례 없는 호황을 구가했다. 토빈 교수가 케네디 정부에 정책 자문을 했던 1961년 이후 106개월 동안 확장 국면이 계속되었다. 1990년대에는 예일대 교수들이 다시 클린턴 정부와 손잡으면서 확장 국면이 2001년 3월까지 120개월 동안 이어졌다.

예일 거시경제 패러다임은 미국 이외 국가에서도 활용됐다. 1990년 이후 '엔고()의 저주'에 걸려 20년 이상 침체국면이 지속되는 과정에서 하마다 고이치 예일대 교수의 발권력을 통한 엔저 유도 권고를 받아들여 '잃어버린 30년' 우려를 차단한 아베노믹스가 대표적인 예다. 고이치 교수는 토빈의 제자이다.

조 바이든 정부 시절 실질적인 경제 컨트롤타워 역할을 했던 옐런 재무장관은 거시경제 기조를 '분배'보다 '성장', 목표는 '물가 안정'보다 '고용 창출'에 우선순위를 뒀다. 운영 방식은 '준칙'보다 '재량적' 방식, 시장과의 관계는 '우월적'보다 '친화적'으로 가져갔다. 재정정책과 통화정책 간 비중은 후자에 무게를 두되 Fed와의 협조를 중시해 나갔다.

이재명 정부의 경제정책도 재정지출은 늘리고 통화정책 기조는 중립적이다. 미국과 이란 간 전쟁 기간에도 추경을 편성했다. 반면 통화정책은 이창용 체제에서 신현송 체제로 교체되는 과도기와 맞물려 적극적이지 못했다. 예일 거시경제 패러다임과 다른 듯하지만, 기본적으로 맥을 같이한다.

금색 체스 말이 검은색 체스 말들 사이에 놓여 있으며, 배경에 금융 차트가 표시된 사진

막대한 군비가 들어간 미국과 이란 간 전쟁 이후 가장 먼저 들이닥치는 후유증은 재정 파탄에 대한 우려다. 트럼프 정부처럼 회계연도(F.Y) 2026 예산안 처리가 안 돼 임시 예산안으로 연명하는 여건에서는 이 문제가 순조롭게 처리되지 못하면 미국은 디폴트 위험에 처할 뿐만 아니라 트럼프 대통령도 탄핵에 몰릴 확률이 높다.

양출제입(量出制入)의 원칙상 전쟁 이후 재정정책에서 문제 되는 것은 세수보다 세출 부문이다. 고압경제(HPE)를 주도해 나가는 트럼프와 다카이치 정부는 토마스 피케티 공식대로 성장률(g)이 이자율(r)보다 높으면 빚내서 더 쓰더라도 재정적자와 국가부도 우려는 없다는 인식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추종자로 알려진 워런 모슬러가 주장한 현대통화이론과 같은 논리다.

세수 부문에서는 지나치게 포퓰리즘적인 차원에서 정책을 구상할 확률이 높은 것도 문제다. 트럼프 정부처럼 중간선거를 앞둔 여건에서 표심과 직결되는 각종 세금은 감세를 추진할 수밖에 없다. 미국과 일본처럼 국가채무비율이 100%를 넘은 여건에서 세출을 늘리는 대신 세수를 줄이면 피케티 공식대로 g가 r보다 높다 하더라도 디폴트 우려는 커질 수밖에 없다.

더 우려되는 것은 트럼프 대통령처럼 자신의 이익을 우선하는 재정정책을 추진하면 '재정적자-포퓰리즘 악순환 고리(deficit-populism deep loop)'에 빠질 수 있는 점이다. 세계 3대 평가사는 미국의 국가채무가 높은 점을 들어 신용등급을 계속해서 낮춰왔다. 앞으로 이란과의 전쟁 이후 국가채무를 더 늘리면 신용등급은 추가로 강등될 전망이다.

이란과의 전쟁 이후 트럼프 정부는 케네스 로코프 하버드대 교수가 주장한 '삶은 개구리 증후군(boiled frog syndrome)'에 처할 확률이 높다고 보는 것은 이 때문이다. 가장 좋아하는 25도 비커에 넣은 개구리가 온도가 올라가는 것을 모르고 즐기다 보면 가장 싫어하는 75도 비커에 넣은 개구리보다 먼저 죽는다는 것이 요지다.

문제는 국가채무를 증대시키는 재정정책으로 미국 경제를 살릴 수 있을까 하는 것이다. 이 문제는 2012년 아베 신조 정부 이후 다카이치 정부에 이르기까지 장기간 고압경제를 추진하고 있는 일본 경제를 보면 쉽게 알 수 있다. 1990년 이후 일본 경제 잠재 성장률은 지속적으로 하락해 0.5% 내외까지 떨어졌다.

총공급 면에서 단순생산함수(Y=f(L,K,A), L=노동, K=자본, A=총요소생산성)를 이용해 잠재 성장 기반을 따져보면 노동 섹터는 인구절벽과 저출산·고령화가, 자본 섹터는 토빈 q비율이 1을 밑돌아 생산성이 낮다. 총요소생산성도 정치권의 부정부패 등으로 사회간접자본(SOC) 제도가 확충되지 않아 획기적인 구조개혁이 없으면 성장률은 더 떨어질 수밖에 없다.

총수요 면에서 항목별 소득 기여도로 저성장의 원인을 살펴보면 잃어버린 30년 동안 일본 경제를 지탱해 왔던 양대 항목인 민간 소비와 순수출 기여도가 회복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 지출 항목도 GDP 대비 270%에 달하는 국가채무비율이 개선되지 않는 한 오히려 국채 발행을 통한 경기부양 정책은 구축 효과가 우려된다.

국민경제 3면 등가 법칙(생산=분배=지출)으로 총공급과 총수요를 연결하는 각 부문에도 병목(bottle-neck)이 심하다. 생산과 분배 간에는 SOC 미확충에 따른 전후방 연관 효과가 떨어져 소득 불균형을 심화시키고 있다. 분배와 지출 간에는 일본 국민의 높은 저축률로 절약의 역설에 걸린 지 오래됐다. 지출과 생산 면에서는 해외 누수 현상이 의외로 심각하다.

다카이치 정부가 이 난제를 풀어낼 수 있을까. 제3의 정책을 모색해야 한다. 최대 돈맥 경화 변수인 저축을 소비로 유도하기 위해 부()의 저축세 도입을 미뤄서는 안 된다. 케인즈언의 균형재정승수가 1이라는 점에 착안한 '간지언 정책'도 고려해야 할 때다. 산업연관표(I/O)상 병목 현상은 풀기가 어려운 점을 고려하면 더 강력한 친증시 정책을 추진할 필요가 있다. 정도 차가 있지만, 미국과 우리도 마찬가지 정책이 요구된다. 결국 이 문제를 해결하느냐 여부에 따라 올해 하반기 이후 세계 경기와 주가가 좌우할 것으로 예상한다.

손이 쓰러지는 도미노를 손으로 막아 연쇄적인 넘어짐을 방지하는 사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