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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CXMT(창신메모리테크놀로지) 이야기입니다. 단도직입하겠습니다. 지켜볼 건 두 가지입니다. 하나는 애플이 CXMT 제품을 쓰겠다고 나선 것이요, 다른 하나는 7월 말 진행된 IPO입니다.
중국 IT 생태계 구축의 1등 공신
애플을 먼저 언급하겠습니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애플이 중국에서 판매되는 기기에 CXMT 메모리 칩을 테스트하고 있다'고 보도했습니다. 이를 위해 미국 정부에 로비 중인 것으로 전해집니다.
트럼프 행정부의 승인 여부는 아직 미지수지만, 애플이 중국 CXMT의 D램을 쓴다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로서는 적잖은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습니다. 시장을 갉아먹히니 말입니다. 삼성전자, SK하이닉스, 그리고 마이크론이 지배하던 시장에 CXMT가 숟가락을 들고 달려드는 모양새입니다.
단순히 시장을 긁히는 차원을 벗어난 문제입니다. 애플이 결국 CXMT의 기술력을 높여줄 것이라는 점에서 그렇습니다. 애플은 중국의 IT 생태계를 만든 장본인입니다. 그들의 중국 비즈니스는 2000년대 초부터 본격 시작됐습니다. 중국 대륙 곳곳에 퍼진 대만 폭스콘 공장에서 아이팟을 생산했고, 아이폰을 만들었습니다. 물론 PC, 태블릿도 모두 중국에서 만듭니다. 애플은 그 과정에서 중국 공장에 기술을 이전했습니다. 해외 부품 업체를 끌어와 붙여주기도 했습니다. 그렇게 중국 곳곳에 애플 단지가 생겼고, 자연스럽게 스마트 생태계가 형성됐습니다.
애플에서 기술을 배운 엔지니어들은 슬금슬금 중국 로컬 IT 기업으로 자리를 옮겼습니다. 중국 기업들은 아예 '애플 엔지니어 구함'이라는 팸플릿 전단을 공장 주변에 뿌리기도 했습니다. 그렇게 중국 스마트 기술이 성장했습니다. 화웨이가 경쟁력을 키웠고, 오포, 비보 등 신생 업체들이 등장하기도 했습니다.
애플이 중국 IT 생태계 구축의 1등 공신인 셈입니다. 그런 애플이 이젠 중국 반도체 기업에 기웃거리고 있습니다. CXMT는 까다로운 애플의 요구 조건을 만족시키려 필사적으로 노력할 테고, 애플은 CXMT에게 필요한 기술 사양을 알려줄 수도 있습니다. 핸드폰에서 봤던 일입니다. 결과는 어땠을까요? 지금 애플은 중국 시장에서 화웨이에 스마트폰 시장 1위 자리를 넘겨줘야 했습니다. 아니 아예 쫓겨날 판입니다.
반도체 시장이라고 다를까요? 애플과 CXMT의 협력이 가시화된다면 CXMT의 기술력은 크게 높아질 수 있습니다. 세계 메모리 시장에 독자적으로 움직이는 거대 경쟁자가 존재한다는 것, 그 자체가 피곤한 일입니다. 누가 그 피해를 볼지는 너무나도 뻔합니다.
CXMT는 IPO 자금을 어디에 쓰나
IPO 이야기를 해 봅시다.
CXMT는 당국의 IPO(기업공개) 승인 절차를 모두 끝내고 지난 7월 16일 일반인을 대상으로 공모에 들어갔습니다. 공모가는 주당 8.6위안(약 1,900원)으로 확정됐습니다. 이번 IPO를 통해 조달하는 자금은 당초 예상치(약 295억 위안)보다 2배 이상 늘어난 666억 위안(약 14조 6,000억 원)에 이를 전망입니다. CXMT로서는 말 그대로 '더 이상 좋을 수 없다'는 분위기입니다.
기관투자가들은 CXMT의 2026년 순이익을 1,500억~2,000억 위안(약 33조 원~44조 원)으로 추산합니다. 주가수익비율(PER) 20배를 적용하면 시가총액 3조 위안, 일부 기관은 최대 4조 위안 이상을 제시하기도 합니다. 이는 현재 중국 증시 시가총액 1위인 건설은행(약 2조 6,700억 위안)을 뛰어넘는 수치입니다.
운 때가 맞았습니다. 한국 증시가 말해 주듯, 지금 글로벌 메모리 반도체 시장은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습니다. CXMT도 그 열풍의 수혜자입니다. 2025년 흑자 전환에 성공한 데 이어, 올 1분기 순익은 330억 위안(약 7조 2,600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268% 치솟았습니다. CXMT는 가장 적절한 시기에, 가장 화려한 모습으로 증시 입성에 성공했습니다.
AI 붐의 효과입니다.
삼성전자·SK하이닉스·마이크론 등 글로벌 3대 메모리 업체들은 생산 능력의 대부분을 돈 되는 HBM(고대역폭메모리) 쪽으로 틀었습니다. 일반 D램 시장에 공급 공백이 생겼고, 가격은 가파르게 올랐습니다. CXMT는 그 빈자리를 채우며 폭발적으로 성장했습니다. 시장은 이제 글로벌 3사(삼성전자·SK하이닉스·마이크론)라는 말 대신 CXMT를 추가한 글로벌 4사라는 용어를 쓰기 시작했습니다.
그들의 IPO를 마냥 축하할 수는 없는 노릇입니다. CXMT가 자금력으로 무장하면 할수록, 우리 밥그릇을 노리는 그들의 시선은 더 강렬해질 것이기 때문입니다. 'CXMT는 IPO로 마련한 자금으로 무엇을 할까?'라는 질문이 나오는 이유입니다.
IPO 자금을 어디에 쓸지는 명확합니다. CXMT는 IPO 보고서를 통해 조달 자금(당시 예상치 295억 위안)을 ▶웨이퍼 제조 공장 증설(25%)▶기존 라인 기술 업그레이드(44%)▶차세대 D램 연구개발(31%)에 투입할 계획이라고 밝혔습니다. 이 구조는 조달 규모가 기존보다 2배 이상 늘어도 그대로 유지될 것으로 보입니다.
우선 공장 증설의 경우 현재 월 29만 장인 웨이퍼 생산 능력을 34만~35만 장으로 끌어올릴 계획입니다. 상하이에 대규모 공장을 건설 중인데 올해 말 가동이 목표입니다. 삼성전자·SK하이닉스와 맞짱 뜰 규모의 경제를 갖춘다는 구상입니다.
기존 라인의 공정은 더 정밀하고 효율적으로 바꿀 예정입니다. 현재 CXMT의 주력 공정은 16㎚입니다. 삼성전자·SK하이닉스가 10㎚인 것과 비교하면 아직 격차가 있습니다. 이를 뛰어넘으려는 게 CXMT의 계획입니다.
HBM도 당연 확장 대상입니다. 상하이 공장은 HBM 후공정(패키징)도 포함됩니다. 초기 월 생산 목표는 웨이퍼 3만 장 수준입니다. 2026년 말 양산 목표입니다. CXMT는 그렇게 삼성전자·SK하이닉스와의 격차를 차츰차츰 좁혀오고 있습니다.
반도체 비즈니스는 '돈의 게임'이 적용되는 분야입니다. 돈이 기술을 부르고, 시장 장악력을 키웁니다. CXMT는 IPO로 조달한 15조 원 규모의 총알을 마련했으니, 공세는 더 거칠어질 게 분명합니다. 그렇다면 기술 수준은 어느 정도일까요?
메모리 밥그릇을 위협하는 CXMT의 기술력
2026년 현재, CXMT와 한국의 삼성전자·SK하이닉스 사이의 거리를 한마디로 정의하자면 "범용은 턱밑까지, 첨단은 한 발 뒤"라고 할 수 있습니다. 범용 D램의 경우 불과 1~2년 전만 해도 한국과 중국의 격차는 5년 이상으로 평가받았습니다. 하지만 지금 현장의 목소리는 다릅니다. DDR5 기준으로는 수치상 삼성전자·SK하이닉스를 앞서고, 최근 CXMT가 내놓은 LPDDR5X는 SK하이닉스 프리미엄급과 동등한 수준까지 올라왔다는 평가입니다. 다만 수율과 양산 완성도는 아직 검증이 필요합니다. 업계에선 D램 범용 제품의 기술 격차를 사실상 '1~2년' 내외로 봅니다.
물론 AI의 핵심인 HBM 시장에선 한국이 '넘사벽'인 건 사실입니다. SK하이닉스가 6세대(HBM4) 양산에 들어간 시점에, CXMT는 이제 막 4세대(HBM3) 샘플을 화웨이에 돌리기 시작했습니다. 전문가들은 이 분야의 격차를 여전히 3~4년 정도로 평가합니다.
문제는 속도입니다. CXMT의 경우 DDR5 개발 착수부터 양산, DDR4 단종에 이르기까지 걸린 시간이 채 2년밖에 안 됩니다. 삼성전자·SK하이닉스가 4~5년 걸린 것을 절반의 시간을 들여 이뤄낸 셈입니다. 여기에 화웨이를 필두로 한 중국 내수 IT 연합군이 "수율이 좀 낮아도 우리가 다 사주겠다"며 판을 깔아주고 있습니다. 시장이 받쳐주니 기술 진보는 더 빠릅니다.
우리가 쥐고 있는 '메모리 밥그릇'은 지금 위협당하고 있습니다. 삼전닉스가 10㎚의 벽에서 멈칫하는 사이, CXMT는 6조 원이 넘는 상장 자금을 챙겨 마지막 스퍼트 준비를 마쳤습니다. 세계 메모리 반도체 시장은 '초격차'를 지키려는 한국과 '중국 제조 2025'의 마지막 퍼즐을 맞추려는 CXMT의 사투로 요동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