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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6월 이재명 정부 출범 이후 코스피 지수 상승률은 글로벌 증시에서 1위를 기록했다. 우리 경제와 증시 역사상 유례를 찾아볼 수 없는 현상이었다. 올해 들어서도 이 같은 상승세가 지속할 것인가가 코스피 지수 전망치와 관계없이 그 자체가 올해 한국 증시를 전망하는 데 최대 관심사였다.
뜻하지 않는 곳에서 악재가 터졌다. 지난 2월 말 미국과 이란 간 전쟁이 발생했다. 전쟁 발생 당시만 하더라도 세계 경제와 한국 경제는 스태그플레이션을 우려하는 시각이 많았다. 지난해 4월 도널드 트럼프 정부의 상호관세 부과 이후 지칠 줄 모르고 올랐던 세계와 한국 증시도 이번 전쟁을 계기로 큰 폭의 조정을 거칠 것이라는 시각이 지배적이었다.
하지만 세계 경제와 증시 모습은 다른 양상을 보였다. 전쟁이 겹치는 올해 상반기 성장률이 미국 경제는 2%로 잠재 수준을 웃돌았다. 높은 중동산 원유 의존도로 가장 피해가 클 것으로 봤던 한국 경제도 3%대 성장했다. 세계 주가와 코스피 지수도 전쟁 이전 수준을 뛰어넘어 사상 최고치 행진이 지속했다.
지난 5월 말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레버리지 ETF 허용으로 흔들리기 직전까지 세계 주가와 코스피 지수가 당초 예상과 다른 움직임을 보였던 원인을 짚고 가는 것은 중요하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레버리지 파동이 끝나면 세계 주가와 코스피 지수가 어떻게 될 것인가에 대한 답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미국과 이란 간 전쟁 피해가 1970년대 발생했던 두 차례 중동 전쟁과 지난 4년간 지속하고 있는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 피해액을 합한 것보다 컸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일부 예측기관은 1930년대 대공황과 같은 상황이 닥친 것이라는 극단적인 전망 속에 왜 세계 주가와 코스피 지수가 상승세를 지속할 수 있었는가는 아직도 궁금해하는 사안이다.
가장 먼저 금융과 실물 경제 간의 인과 관계가 바뀐 뉴노멀 여건을 들 수 있다. 금융위기 이전까지만 하더라도 금융은 실물 경제를 반영(following)하는 얼굴이었다. 하지만 그 이후에는 금융이 실물 경제를 주도(leading)해 미국과 이란 전쟁이 실물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클 것이라는 예상에도 주가는 따로 노는 수수께끼 현상이 발생하고 있다.
실물 경제 자체적으로도 세계 경제 주도국이 전쟁 전부터 '고압경제(HPE·High Pressure Economy)'를 실험해 온 점을 빼놓을 수 없다. 1960년대 미국과 베트남 전쟁이 한창 진행 중에 아서 오쿤 당시 예일대 교수가 제시한 HPE는 실물 경제 각 부문에 초과수요를 발생시켜 전쟁에 따른 피해를 완충시키고 경기와 증시를 부양하는 정책 처방을 말한다.
HPE는 베트남 전쟁으로 점철됐던 1960년대에 존 F. 케네디 정부와 린든 존슨 정부까지 이어지는 미국 경제와 증시의 장기 호황을 이끌었다. 그 후 전쟁, 코로나 사태와 같은 디스토피아 문제가 불거질 때마다 HPE가 실험되다가 트럼프와 다카이치 정부에 의해 상용화되고 있다. 정도 차가 있지만, 이재명 정부가 전쟁 중에 추가경정예산을 편성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증시가 침체국면에 놓여 있을 때 견인하는 수단인 레버리지 ETF가 주가 과열이 우려될 정도로 정점으로 치달을 때 허용한 탓에 한국 증시는 심한 홍역을 치러왔다. 그 대상도 한국 증시를 주도해 왔던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로 설정해 혼란이 발생했다. 해외에서도 '한국 혐오증(korea fying)'이란 용어까지 나올 정도로 한국 증시를 보는 눈도 달라졌다.
다행인 것은 2개월 이상 홍역을 치르는 과정에서도 우리 경제 펀더멘털의 그린 슛 현상이 지속하고 있는 점이다. 시중 자금도 친증시 정책 이전으로 돌아갈 조짐이 나타나고 있지만 소비적·담보적·기득권 위주의 금융에서 생산적·혁신적·포괄적 금융으로 이동하는 추세는 흐트러지지 않고 있다.
이재명 정부의 친증시 정책의 성공 여부는 이제부터가 중요하다.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코스피 지수가 레버리지 ETF 상품 출회 이후 무수히 나오는 곁가지, 즉 각종 비관론부터 전지 작업을 해야 한다. 증시 정책이 6월에 치러졌던 지방 선거용이라든가, 원·달러 환율이 1,500원을 넘으면 외환위기가 발생한다든가 하는 것이 최근까지 나돌았던 대표적인 비관론이다.
전지 작업을 했으면 뼈대가 잘 자랄 수 있도록 새로운 영양분을 줘야 가을에 풍성한 열매를 맺을 수 있다. 지금까지 특정 종목을 중심으로 한 코스피 지수 상승세가 남은 코스피 지수 편입 종목, 코스닥 상장 종목 그리고 비상장 종목까지 확산할 수 있도록 증시 정책을 지속적으로 추진해야 한다.
친증시 정책의 우선순위도 바뀌어야 한다. 이제부터는 삼성전자, SK하이닉스가 주도한 경기 회복과 주가 상승세를 남은 코스피 상장기업, 코스닥 상장기업 그리고 비상장 기업에까지 확장할 수 있도록 하는 산업과 증시 정책이 더 중요하다. 이 정책의 성공 여부에 따라 한국 경제와 증시의 모습이 달라질 것으로 예상된다.
마지막으로 미국 재무부가 사전 예고 없이 환율 보고서를 발표한 이후 환율 관찰 대상국으로 지정된 동아시아 7개국을 대상으로 달러 약세 시정에 나서고 있는 움직임을 잘 활용할 필요가 있다. 삼성전자, SK하이닉스처럼 한국 증시를 주도하는 종목일수록 외국인 비중이 높은 점을 고려하면 미국의 달러 약세 시정 정책을 활용하면 외국인 자금이 들어올 수 있기 때문이다.
외형상으로 제2 아시아 외환위기를 방지해 주겠다는 이유를 들고 있지만 80일 남짓 다가온 중간선거를 겨냥해 국채 파동과 무역적자를 줄이겠다는 숨은 의도가 드러나고 있다. 첫 대상국은 일본이다. 우에다 가즈오 일본은행(BOJ) 총재 취임 이후 금리 인상, 작년 말부터 달러 매도 개입을 통한 엔저 저지 노력이 모두 실패했다.
미국이 일본처럼 자체적으로 외환시장 안정 수단이 바닥 난 국가를 가장 확실하게 도와줄 방안은 통화스와프 체결이다. 하지만 물가 안정에 우선순위를 두고 있는 미국 중앙은행(Fed)과 BOJ의 협조를 구하기는 어렵다. 무리하게 밀어붙이다간 중앙은행 독립성 훼손 우려가 불거질 소지가 크다.
차선책으로 미국 재무부의 환율 안정 기금(ESF)을 활용하는 방안이다. 자국 통화를 담보로 달러화를 지원하는 것으로 국제통화기금(IMF)의 일반 쿼터(general transit)와 같은 방식이다. 작년 초 페소화가 국제 환투기 세력의 공격을 받을 때 ESF 자금을 지원받은 아르헨티나처럼 미국의 경제 예속국이란 비판을 받을 수 있어 일본으로서는 받아들일 수 없다.
고민 끝에 찾아낸 것이 해외 국제통화당국(FIMA) 환매조건부 채권(레포·Repo) 자금을 활용하는 방안이다. ESF와 다른 것은 외환위기에 처한 국가가 보유한 미국 국채를 담보로 달러화를 공여한다는 점이다. 이 역시 Fed의 협조가 필요하지만, 통화스와프와 달리 주도권은 미국 재무부가 갖고 있다.
FIMA 레포는 인위적인 달러 약세와 함께 대표적인 근린 궁핍화 정책이다. 미국 재무부가 이 수단을 사용하는 것은 엔저 저지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일본이 미국 국채를 매각하는 것을 사전 차단해 국채 파동을 줄이는 것이 1차 목적이다. 이 자금으로 일본이 엔저 저지에 성공하면 무역적자가 축소되는 2차 목적도 달성할 수 있다.
제3의 방안은 부작용이 만만치 않다. 담보로 잡은 미국 국채 규모만큼 달러화가 풀리기 때문에 역트리핀 딜레마에 빠져 달러 가치가 약세를 보일 확률이 높다. 관세, 전쟁에 따른 인플레이션 부담이 있는 Fed는 약달러로 수입 물가 상승까지 겹쳐 강요하지 않으면 FIMA 레포 자금 공여에 비협조적으로 나갈 수밖에 없다.
FIMA 레포 자금은 받은 일본의 달러 매도 개입을 허용하되 전체적으로는 유로화 매도 개입을 택하는 투트랙 전략을 취했던 것도 이 때문이다. 달러인덱스에서 유럽 통화가 차지하는 비중이 70%를 넘어 유로화를 매도해 약세를 유도하면 달러 가치는 유지할 수 있다. 물가 안정을 최우선으로 유럽중앙은행(ECB)이 어떻게 나올 것인지 주목되는 상황이다.
일본은 더 문제다. 위기 방지 최후 보루인 외환보유고로 미국 국채에 투자해 놓았으면 최근처럼 어려운 때에 사용해야 하지 않느냐는 비판이 일파만파 확산 중이다. '강한 일본·일본인 우선주의'를 주창했던 다카이치 사나에 총리가 집권당인 자민당과 함께 국민 지지도가 50% 밑으로 떨어져 '아오키의 법칙'에 걸려들고 있다.
펀더멘털이 받쳐주지 않는 환시 공조 개입은 이해관계가 일치돼야 지속가능하고 효과도 볼 수 있다. 이번처럼 두 요건이 모두 충족되지 않으면 개입할 때마다 엔·달러 환율이 일시적으로 떨어질 수 있지만, 곧바로 되돌림 현상이 빨라진다. 오히려 국제 환투기 세력은 이 점을 더 노리고 있어 공조 개입하면 할수록 더 어려운 상황에 몰릴 수 있다.
우리 경제 여건은 일본과 다르다. 올해 성장률이 연초 1.8%에서 3.0% 내외로 상향 조정됐다. 일부 예측기관은 4%가 가능하다는 시각까지 내놓고 있다. 외화 유동성도 풍부하다. 올해 상반기 경상수지흑자는 1,800억 달러를 넘어 연간으로는 무난히 3,500억 달러에 달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반도체 시장은 수요가 절대적으로 부족해 공급자가 열쇠(key)를 쥐고 있는 시장(seller's market)이다. 작년 초부터 공급 면에서 삼성전자가 주도하는 감산 효과가 나타나는 여건에서 인공지능(AI) 대중화와 산업 발전으로 수요가 급증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정 산업이 발전하는 초기 국면에서 나타나는 순환 금융(circular financing) 문제도 정리되고 있다.
특정국 통화가치가 그 나라 경제 실상을 반영하는 얼굴이라는 차원에서 보면 원·달러 환율은 하락해야 한다. 우리 외환 당국의 원·달러 환율을 하락시키려는 의지는 그 어느 때보다 강하다. 수입 물가 안정과 대미 투자 재원 등을 마련하기 위해 원·달러 환율은 낮으면 낮을수록 바람직하기 때문이다.
외환시장에서 경제 여건이 괜찮고 정책 의지도 강한 데 원·달러 환율이 적정수준보다 높은 것은 심리적으로 불안할 때 나타나는 전형적인 현상이다. 지난 4월 이후 달러 예금과 미국 주식투자 비중도 다시 늘어나고 있다. 리밸런싱만 끝나면 그칠 것으로 봤던 외국인 자금의 대거 이탈이 오히려 늘어나는 추세다.
더 심각한 것은 국제수지표상 오차와 누락 항목의 적자 폭이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는 점이다. 이 항목은 수출 금액보다 더 적게 국내에 들어오거나 수입 금액보다 많게 해외에 유출하는 등 원인이 명확하지 않은 외화거래를 알 수 있는 지표다. 최근 들어서는 국내 증권사의 해외 주식투자와 회수 과정에서 이 항목의 적자 폭을 커지게 하는 점도 눈에 띈다.
구두나 외환 보유를 낭비하는 환시 개입보다 더 강력한 특단의 원·달러 환율 안정 대책이 절실한 것도 이 때문이다. 달러화, 엔화 이외 이종 통화에 대한 직거래 비중을 높이고 원화 실수요 원칙을 강화해야 한다. 국내에 들어오는 외화를 곧바로 원화로 바꾸는 외환 집중제나 해외 주식 등에 투자할 때 달러 가변 예치제를 일시적으로 추진하는 것도 검토해 봐야 한다.
정책 추진과 효과를 낼 수 있는 여건도 좋다. 외화 집중제만이라도 뒷받침되면 원·달러 환율은 쉽게 적정수준으로 하락할 확률이 높아 외국인은 환차익을 겨냥해 국내 증시에 유입될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 재무부와 국제통화기금(IMF)도 원화 가치가 저평가돼 있다고 인식하고 있어 외환 집중제를 추진하더라도 환율 조작 부담은 적다.
지난해 6월 이후 증시 정책은 이재명 정부가 주도했지만, 앞으로는 국민 모두가 참여해야 한다. 1년 전 암울했던 비상 상황에서 벗어날 조짐을 보이자 또다시 제 목소리를 내는 분위기가 고개를 들고 있다. 그렇지만 우리 경제와 증시가 제2의 도약을 하기 위해서는 국민 모두가 '프로 보노 퍼블릭코(pro bono publico·공공선)' 정신을 발휘해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