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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달의 경제 이슈 경제여건 좋은데 올라가는 원·달러 환율...

기고: 한상춘 국제금융 대기자 겸 한국경제신문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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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달러 환율이 고공행진을 지속함에 따라 우리 경제와 증시의 최대 현안으로 대두되고 있다. 외환 당국에서도 구두, 달러 매도 개입, 금리 인상 등을 통해 안정시키려고 노력하고 있지만 효과가 종전만 못하다. 원·달러 환율이 어떻게 될 것인가에 따라 올해 하반기 이후 주가를 비롯한 재테크 변수를 좌우할 것으로 예상된다.

하반기 들어 원·달러 환율 움직임은 종전과 구별되는 두 가지 커다란 특징을 갖고 있다. 하나는 절대 수준이 높다는 점이다. 실질실효환율 기준으로 추정되는 원화 가치의 적정선인 1,330~1,350원에 비해 150원 이상 웃돈다. 원화와 같이 움직이는 엔화를 제외한 재정거래 대상 대부분 이종 통화에 비해서도 높다.

다른 하나는 원화의 변동성이 우리보다 경제 위상이 낮은 동남아시아 통화보다 심하고 좀처럼 개선되지 않고 있는 점이다. 대표적으로 베트남 통화보다 2배 이상 높은 변동성이 4년 이상 지속하고 있다. "원화를 팔아 아프리카 콩고 주식을 사라"는 말이 나올 만큼 이류 통화로 전락할 것이 아닌가 하는 우려마저 나오는 상황이다.

원화와 미국 달러 지폐를 함께 배치한 원·달러 환율 상징 사진

특정국 통화가치가 그 나라 경제 실상을 반영하는 얼굴이라는 차원에서 보면 원·달러 환율은 하락해야 하고 변동성도 축소돼야 한다. 올해 들어 5월까지 경상수지흑자는 1,400억 달러를 넘어섰다. 외환보유고도 적정수준을 웃돈다. 지난 1분기 성장률은 전분기대비 1.7%를 기록해 미국 0.5%에 비해 3배 이상 높다. 코스피 지수 상승률은 압도적으로 세계 1위다.

외환 당국의 원·달러 환율을 하락시키려는 의지도 그 어느 때보다 강하다. 수입 물가 안정과 대미 투자 재원 등을 마련하기 위해 원·달러 환율은 낮으면 낮을수록 좋다는 입장이다. 미국도 원화 가치가 저평가됐다고 인식하고 있어 스무딩 오퍼레이션 등을 통해 원·달러 환율을 하락시키는 데 적극적으로 협조할 태세다.

외환시장에서 경제여건이 괜찮고 정책 의지도 강한데 원·달러 환율이 올라가고 변동성이 커지는 것은 심리적으로 불안할 때 나타나는 전형적인 현상이다. 지난 4월 이후 달러 예금과 미국 주식투자 비중도 다시 늘어나는 추세다. 리밸런싱만 끝나면 그칠 것으로 봤던 외국인 자금의 대거 이탈도 줄어들고 있지 않다.

더 심각한 것은 국제수지표상 오차와 누락 항목의 적자 폭이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는 점이다. 이 항목은 수출 금액보다 더 적게 국내에 들어오거나 수입 금액보다 많게 해외에 유출하는 등 원인이 명확하지 않은 외화거래를 알 수 있는 지표다. 최근 들어서는 국내 증권사의 해외 주식투자와 회수 과정에서 이 항목의 적자 폭을 커지게 하는 점도 눈에 띈다.

구두나 외환보유를 낭비하는 환시 개입보다 더 강력한 특단의 원·달러 환율 안정 대책이 절실한 것도 이 때문이다. 달러화, 엔화 이외 이종 통화에 대한 직거래 비중을 높이고 원화 실수요 원칙을 강화해야 한다. 국내에 들어오는 외화를 곧바로 원화로 바꾸는 외환집중제나 해외 주식 등에 투자할 때 달러 가변 예치제를 일시적으로 추진하는 것도 검토해 봐야 한다.

글로벌 금융시장과 경제 지표를 상징하는 디지털 지구본 및 금융 차트 사진

불안한 심리보다 더 중요한 요인은 최근 미국 중앙은행(Fed)가 발표한 '재정적자, 포트폴리오 마찰, 그리고 국제적 파급(fiscal policy, portfolio friction and international transmission)'이란 보고서에서 지적한 '재정 지배(fiscal dominance)'다. 권력욕이 강한 통수권자의 재정이 의회와 중앙은행 등의 견제를 무시하고 압도한다는 차원에서 붙여진 용어다.

재정 지배로 가장 우려되는 것은 '부채의 화폐화(bond monetization)'다. 재정적자와 국가채무가 늘어나는 여건에서 발행한 국채는 민간에서 소화되기가 어려워 중앙은행이 사줘야 하기 때문이다. 표심을 겨냥한 포퓰리즘 공약을 많이 내건 통수권자일수록 이 방안에 대한 유혹은 커질 수밖에 없다.

중요한 것은 통수권자가 해결하고자 하는 목적은 달성할 수 있을까 하는 점이다. 결론부터 말한다면 'No(아니다)'다. 오히려 영국의 경제 전문지인 이코노미스트는 자신의 목적 달성을 하지 못하면 더 강하게 중앙은행을 지배하는 '재정적자와 포퓰리즘 간 죽음의 악순환 고리(deficit populism doom loop)'에 빠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재정이 중앙은행까지 지배하면 물가는 누가 책임질 것인가. 재정적자와 국가채무가 많은 국가일수록 현재보다 기대, 단기보다 장기일수록 기대 물가가 높다. 재정지출이 늘어나는 여건에서 중앙은행은 금리 인상을 단행해야 하지만 통수권자의 요구대로 금리를 내리면 물가는 말이 뛰는 식으로 올라가는 캘로핑 인플레이션이 우려되기 때문이다.

경기에 미치는 효과도 의문시된다. 케인즈언의 재정지출 승수효과는 1930년대 대공황 당시에는 3배를 웃돌았으나 최근에는 1배 내외까지 떨어졌다. 선진국처럼 국채 부채가 위험수위가 넘은 여건에서는 국채 발행에 따른 구축 효과로 오히려 물가 상승 속에 경기가 침체되는 '재정 긴축(fiscal stagnation)'이 나타날 확률이 높다.

국채(Bonds)와 금융 데이터를 상징하는 채권시장 인포그래픽 사진

국채 투자자는 더 곤혹스러운 상황에 빠질 수 있다. 2년 전부터 기준금리 인하, 지정학적 위험 등을 고려해 국채에 투자하더라도 재정 지배로 재정적자와 국가채무가 우려되면 국채금리가 올라가 손실을 보기 때문이다. 국채 투자 성과는 보이지 않는 기준금리가 아니라 시장에서 형성된 보이는 국채금리에 의해 결정되기 때문이다.

지난해 트럼프 정부가 관세정책을 추진할 때 재무부가 주관해 '스텔스 양적완화(QE)'를 병행한 것도 이 때문이다. 관세를 부과할 때 국채 발작이 일어나고 국채금리가 급등해 국가부도 위험이 커지기 때문이다. 만약 관세를 부과할 때 국채시장 안정방안을 병행하지 않으면 국채금리 상승과 국가부도 위험 간 악순환 국면에 처할 확률이 높다.

재정 지배의 궁극적 모습은 어떻게 될 것인가. 케네스 로코프 미국 하버드대 교수가 포린어페어스에 기고한 칼럼에서 △재정이 불안하고 △금리가 높으며 △정치가 마비돼 있고 △충격이 오는데 위정자가 느끼지 못할 때 부채 위기가 온다는 4단계론을 제시하면서 지금 선진국은 마지막 단계에 와있다고 진단했다.

최근 한국과 같은 고민을 하는 일본을 보면 3년 전 우에다 가즈오 일본은행(BOJ) 총재 취임 이후 엔저를 저지하기 위해 기준금리를 계속 올려왔다. 하지만 엔·달러 환율은 147엔대에서 161엔대로 상승했다. GDP대비 국가채무비율이 270%로 위험수위를 넘은 여건에서는 금리 인상이 국가부도 위험을 더 높여 안전통화로서 엔화의 기능을 약화시켰기 때문이다.

펀더멘털과 정책 여지를 고려하면 원·달러 환율이 하락해야 하지만 올라가는 것도 같은 이유에서다. 우리처럼 국가채무 증가 속도가 빠르게 늘어나는 여건에서는 기준금리를 올려 원·달러 환율을 안정시키려 하더라도 국가부도 위험이 더 커지기 때문이다. 국내 증시에서 리밸런싱만 끝나면 들어올 것으로 봤던 외국인 자금이 계속해서 이탈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현시점에서 원·달러 환율을 안정시키기 위해 절실한 것은 재정 지배가 아니라 '재정 건전화(fiscal consolidation)'다. 재정 건전화란 단순히 재정지출을 줄이는 긴축(austerity)이 아니라 공공기관과 공무원 수 축소, 각종 위원회 폐지, 경직성 항목을 투자성 항목으로 조정하는 페이 고(pay-go) 등으로 재정수지를 획기적으로 개선하는 방안을 말한다.

우리도 40년 뒤에는 국가채무가 국내총생산(GDP) 대비 173%에 달할 것이라는 기획재정부의 충격적인 보고서가 나왔다. 저출산과 고령화로 잠재 성장 기반이 약화하면 성장률이 떨어지는 반면 재정지출은 계속 늘어난 것이라는 근거에서다. 앞으로 국가부도 문제가 선진국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점이다.

국가채무 문제는 경제단위로서 재정이 민간과 다른 점부터 짚고 넘어가야 한다. '양출제입(量出制入)의 원칙'을 취하는 재정은 '양입제출(量入制出)의 원칙'을 취하는 민간과 건전성 판정 기준이 달라야 하기 때문이다. 민간은 흑자를 내야 하지만 재정은 적자를 내는 것이 반드시 나쁜 것이 아니라 오히려 바람직할 수 있다.

공권력이 뒤받쳐주고 있는 재정이 흑자를 내려면 증세를 도모하거나 재정지출을 줄이면 된다. 하지만 세금을 올리면 국민으로부터 조세저항이 심하고 이미 세율이 부담되는 '비표준 지대(래퍼 곡선상 세율과 세수 간 역비례 구역)'에서는 경기를 침체시켜 재정수입이 감소하는 악순환 국면에 처할 수 있다.

재정이 적자를 내는 것이 일반적이라면 국가채무가 늘어나는 것이 나쁘다는 선입견과 반드시 줄여야 한다는 것도 잘못됐다. 국가채무가 늘어나더라도 관리만 가능하면 큰 문제가 없다는 의미다. 관리 시기도 국가채무가 일단 위험수위가 넘으면 국가신인도 추락 등의 부작용이 큰 만큼 '사후'보다 '사전'적인 방안이 더 바람직하다.

국가채무를 관리하는 사전방안은 통화 준칙의 필요성과 실행방법을 살펴보면 그 답이 나온다. 국민경제 생활에 가장 보편적인 영향을 주는 금리 변경을 몇 명의 보드 멤버(우리의 경우 금융통화위원)에 재량적 판단에 맡겨서는 안 된다. 목표선을 정해 물가가 그보다 높으면 금리를 올리고 낮으면 내려야 한다는 것이 밀턴 프리드먼과 같은 통화론자의 견해다.

같은 맥락에서 재정 준칙은 재정적자와 국가채무를 GDP의 일정 범위 내에서 관리하는 방안을 말한다. 통화 준칙보다 경합성과 배제성 원칙이 적용되지 않아 공공성이 강한 재정 준칙은 더 엄격하게 관리돼야 한다. 이 때문에 법적 근거는 가능한 최상위법으로 하되 관리 기준은 엄격히 규정하고 적용해야 하며 위반할 때는 강력한 제재가 뒤따라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