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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에셋박현주재단 34기 장학생이자 오스트리아 특파원 박환희입니다! 저는 현재 오스트리아 클라겐푸르트라는 작은 도시에서 교환학생 생활을 하고 있습니다. 낮에는 알프스 산맥이, 밤에는 수많은 별들이 수놓인 지역이라 행복한 일상을 보내고 있답니다.
유럽에서 가장 행복한 국가
실제로 오스트리아 국민들도 이러한 삶의 만족도를 체감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유럽연합(EU) 통계기관 유로스타트가 2023년에 발표한 조사에 따르면, 오스트리아는 EU 27개 회원국 중 국민들이 가장 행복한 나라로 선정됐습니다. 특히 수도인 빈은 영국 유명 시사주간지 이코노미스트가 선정한 '세계에서 가장 살기 좋은 도시'로도 선정됐습니다.
저는 현지 생활을 통해 이 같은 높은 행복 수준이 단순 경제적 풍요가 아닌, 지속 가능한 사회 구조에서 비롯된 것이라는 생각을 하게 됐습니다. 실제로 이곳에 머무는 동안 만난 오스트리아인들은 매우 여유롭고, 행복이 가득한 표정이었습니다. 대학생 Sara 씨는 "다른 유럽 국가에 비해 인프라는 부족할 수 있다"면서도 "아름다운 자연과 같이 살아간다는 점만으로도 충분히 행복을 체감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이 같은 환경을 우리 세대뿐 아니라 미래 세대까지 누리도록 관리해야 한다"고 덧붙였습니다.
"버리는 게 아니라 돌려준다", 판트(Pfand)
2025년부터 오스트리아에서는 음료 구매 시 일정 금액이 추가로 붙습니다. 바로 일회용 페트병과 알루미늄 캔에 '판트(Pfand)'라는 빈용기 보증금 제도를 도입했기 때문입니다. 소비자는 음료를 구매할 때 제품 가격과 함께 보증금을 추가로 지불하고, 빈 용기를 반환하면 보증금을 다시 돌려받을 수 있습니다. 보증금은 용기 종류에 따라 14센트(약 240원)~36센트(약 630원)까지 부과됩니다. 대부분 용기에는 25센트(약 440원)의 보증금이 적용됩니다.
적용 대상은 0.1~3리터 사이 플라스틱 병과 금속 캔 음료입니다. 소비자가 쉽게 구분하도록 모든 대상 제품에 별도의 보증금 로고가 부착되고, 반환 역시 어렵지 않습니다. 슈퍼마켓에 설치된 자동회수기에 용기를 넣기만 하면 됩니다. 반환금은 현금이 아닌 쿠폰 형태로 지급돼 매장에서 바로 사용할 수 있어 지역 내 소비로도 자연스럽게 이어지는 구조입니다.
도입 배경은 '낮은 포장재 재활용률'이었습니다. EU 통계에 따르면, 2022년 오스트리아의 플라스틱 포장재 재활용률은 유럽 평균보다 낮은 수준인 25%로 평가됐습니다. 판트 제도는 포장재가 자연에 버려지는 것을 방지하고, 수거된 용기가 재활용을 통해 다시 활용되도록 하는 데 의의가 있습니다. 오스트리아 정부는 2027년까지 90% 이상 수거 달성을 목표하고 있습니다.
인상적인 점은 이 과정이 환경 보호를 위한 '희생'처럼 느껴지지 않는다는 점이었습니다. 인근 슈퍼마켓에서 빈 병을 들고 자동회수기로 향하는 사람들을 자주 볼 수 있습니다. 이미 생활 속에 자연스럽게 자리 잡은 모습이었습니다. 시행 7주 만에 100만 개, 3개월 만에 3,600만 개의 용기가 회수된 배경에는 이 같은 높은 접근성과 생활 밀착형 구조가 자리하고 있습니다.
주부 Maria 씨는 "장 보러 가는 길에 반납할 수 있어 크게 불편함이 없다"며 "더 많은 용기가 재활용될 수 있다는 점에서 열심히 참여하고 있다"고 답했습니다. 번거로운 실천을 요구하기보다 누구나 참여할 수 있는 구조를 설계한 것입니다. 이곳에서 지속 가능성은 거창한 구호가 아닌 일상 속 루틴에 가까웠습니다.
"자동차 없이도 생활이 가능하다고?": 자전거·대중교통 활성화
교환학생으로 생활하며 자동차 없이도 일상이 충분히 가능하다는 점을 체감했습니다. 단거리 이동 시 자전거를, 장거리 이동할 때는 기차를 애용했습니다. 현지에서는 자전거와 대중교통이 단순한 '대체 이동 수단'을 넘어 기본 생활 인프라로 자리 잡고 있습니다.
이전부터 오스트리아 정부는 자전거 이용 활성화를 위한 정책과 인프라 확충에 힘써왔습니다. 2013년에는 도로교통법(StVO) 개정을 통해 자전거 도로를 확대하고, 자전거 이용 환경 개선에 나서기도 했습니다. 당시 오스트리아 전체 인구(845만 명) 중 절반 이상인 480만 명이 자전거를 이용했고, 이 중 200만 명 이상은 자전거를 일상에서 적극 활용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지금은 이용 인구가 더욱 늘어났을 것으로 추정됩니다.
최근에는 전기자전거 시장도 빠르게 성장하고 있습니다. 특히 비엔나와 잘츠부르크를 중심으로 공유 전기자전거와 관련 인프라가 확대되며, 단거리 이동에서 자동차를 대체하고 있습니다. 실제로 지난해 오스트리아 전기자전거 시장은 10억 달러(1.5조 원) 규모로 평가된다는 보고서가 나올 만큼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대중교통 시스템도 잘 구축돼 있습니다. 오스트리아 연방철도인 ÖBB를 중심으로 철도와 버스 노선이 촘촘하게 연결돼 도시 간 이동은 물론, 소도시 여행도 어렵지 않습니다. 특히 정부를 필두로 친환경 이동을 적극 장려하고 있다는 점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실제로 오스트리아 관광청은 기차와 버스를 활용한 '자동차 없는 여행'을 권장하고 있습니다. 이 같은 교통 구조는 단순 이동 편의성을 넘어 환경 부담을 줄이고, 지속 가능한 삶의 방식을 일상에 자연스럽게 녹여내고 있었습니다.
모두의 진정한 행복을 위한 여행: 지속 가능한 관광 정책
아름다운 자연과 역사·문화유산을 갖춘 오스트리아는 전 세계 관광객이 찾는 대표적인 유럽 관광 국가입니다. 동시에 전 세계 관광객이 몰리며 '오버투어리즘(과잉 관광)' 문제를 겪고 있습니다. 2024년 기준 오스트리아를 방문한 외국인 관광객은 3,200만 명에 달하는데, 900만 명이라는 인구를 고려하면 연간 외국인 관광객 수가 인구의 3.5배에 달합니다. 특히 비엔나, 할슈타트 등 유명 관광지에는 수백만 명의 관광객이 몰리며 교통 혼잡과 환경 훼손, 주거비 상승 등 문제로도 이어지고 있습니다.
이에 오스트리아는 흥미로운 방식으로 오버투어리즘 문제에 대응했습니다. 올해 초 오스트리아 관광청은 'Non-Disclosure Austria'라는 독특한 캠페인을 공개했습니다. 관광지 정보를 얻기 위해선 먼저 '비밀유지 계약서'에 서명해야 하는 방식입니다. 계약서에는 아직 잘 알려지지 않은 자연 명소나 현지인들만 아는 관광지 등의 정보를 외부에 공유하지 않겠다는 내용이 담겨 있습니다.
계약에 동의하면 스키 코스와 산장, 스파 등 120여 곳의 관광 명소 정보를 확인할 수 있습니다. 법적 효력이 있는 계약은 아니지만, 유명 관광지에 집중된 관광 수요를 덜 알려진 지역으로 분산시키려는 상징적 시도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단순히 더 많은 관광객을 유치하는 데 급급하기보다는 지역 주민과 여행객이 상생하는 관광 구조를 고민하고 있다는 점이 인상적으로 다가왔습니다.
'행복은 성적순이 아니다'라는 말이 있습니다. 그렇다면 한 사회의 행복은 무엇으로 설명할 수 있을까요. '지속 가능성', '친환경 정책'은 더 이상 한국에서도 낯선 개념이 아닙니다. 그러나 여전히 일부 국민에게는 정책 실천이 번거로운 일로 인식됩니다. 환경을 위한 행동이 곧 개인 희생을 전제로 한다는 인식 때문입니다.
그러나 오스트리아에서의 생활은 이러한 생각을 뒤흔들었습니다. 이곳에서 지속 가능성은 선택이 아닌 '필수'에 가까웠고, 개인의 의지보다 시스템을 통해 자연스럽게 실현되는 일상이었습니다. 용기 보증금 제도를 통한 재활용 구조, 자전거와 대중교통 이용을 장려하는 이동 방식, 환경과 지역사회를 고려한 관광 정책까지. 지속 가능성은 생활 전반에 깊숙이 스며들어 있습니다.
이 같은 경험은 행복한 사회가 단순히 경제적 풍요만으로 완성되는 게 아니라는 사실을 느끼게 했습니다. 중요한 건 '지금'의 편리함만이 아니라, 미래에도 지금의 삶이 이어질 수 있다는 믿음이었습니다. 내일도 깨끗한 자연을 누릴 수 있고, 다음 세대 역시 같은 풍경 속에서 살아갈 수 있다는 확신. 결국 지속 가능성은 단순한 환경 보호를 넘어, 사람들에게 '내일이 있다'는 안정감과 희망을 주는 일이 아닐까요. 어쩌면 오스트리아 사람들이 느끼는 행복의 이유도 바로 그 지점에 있는 듯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