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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아트로드 두려움을 예술로 승화시킨 현대미술 거장의 숨결 쿠사마 야요이 미술관(Yayoi Kusama Museum)

노란 호박과 물방울무늬로 20세기 후반 미술사를 다시 쓴 예술가로 언급되는 쿠사마 야요이가 지난 8월 별세했다. 점과 호박으로 대표되는 자기만의 예술세계를 구축한 빨간 단발머리 할머니 쿠사마 야요이. 60년 넘게 단 하루도 캔버스와 멀어진 적이 없을 정도로 한평생 뜨거운 예술혼을 불태운 쿠사마 야요이의 작품을 감상할 수 있는 쿠사마 야요이 미술관은 이제 그녀를 추억하는 공간이 되었다.

붉은 단발머리와 물방울무늬 의상을 입고 빨간색과 흰색 도트 패턴의 설치미술 작품 앞에 서 있는 쿠사마 야요이
사진1 야요이 쿠사마(Yayoi Kusama)의 작품 전시 모습

점으로 무한을 그린 집념의 예술가

"저는 트라우마를 예술로 승화합니다."

다큐멘터리 영화 <쿠사마 야요이: 무한의 세계>에서 쿠사마 야요이가 한 말이다. 이 말은 그녀의 예술 인생을 관통하는 말로 박제되었다. 어느 순간부터 꽃들이 말을 걸어오기 시작하고, 무늬가 눈앞에서 증식하며, 점들이 사방으로 퍼져나가는 환각을 겪게 된 쿠사마 야요이. 이를 예술로 승화하려는 열망으로 뉴욕에서 화가로서의 삶을 시작했지만 녹록치 않았고, 48세가 된 1977년, 그녀는 자발적으로 정신병동에 입원한다. 자신을 옭아매는 정신적 질환을 외면하지 않고, 그것과 당당히 맞서며 예술에 투영하기로 한 것이다. 정신병원을 평생의 거처로 삼겠다는 마음으로, 병원 인근에 스튜디오를 마련해 작품 활동에 몰입했다. 그녀에게 스포트라이트가 쏟아지면서 예술가로서의 삶에 전환점이 되어준 것은 1993년 베니스 비엔날레였다. 일본 대표로 참가한 쿠사마 야요이의 작품에 세계의 시선이 집중된 것. 이후로 <호박>, <댄싱 펌킨>, <무한 거울의 방> 같은 대표작들이 전 세계 미술관을 순회하며 비로소 세계적인 작가의 반열에 오른다.

노란색 표면에 검은색 물방울무늬가 반복적으로 그려진 쿠사마 야요이의 대형 호박 조형물
사진2 쿠사마 야요이의 <호박(Pumpkin)> 작품
형형색색의 빛을 내는 물방울무늬 조형물과 거울 속 무한한 반사가 어우러진 쿠사마 야요이의 몰입형 설치미술 공간
사진3 쿠사마 야요이의 <무한 거울의 방> 연작 중 <러브 이즈 콜링(LOVE IS CALLING)> 전시 모습

휘트니미술관 개인전을 비롯해 테이트 모던, 워싱턴 D.C. 허쉬혼미술관, 도쿄 국립신미술관 등 전 세계 주요 미술관에서 대규모 작품전을 가졌고, 데이비드 즈워너 갤러리와 빅토리아 미로 갤러리 등 쟁쟁한 화랑이 그를 전속 작가로 두기도 했다. 뿐만 아니라 명품 패션 브랜드 루이비통과 컬래버레이션 작업을 하면서 예술의 지평을 넓히기도 했다.

프랑스 파리 루이비통 건물 외벽을 장식한 다채로운 물방울무늬와 쿠사마 야요이의 대형 인물 조형물
사진4 쿠사마 야요이와 루이비통의 협업으로 장식된 파리 매장 전경

쿠사마 야요이의 예술적 유산이 머무는 곳

이토록 폭발적인 인기와 명성, 예술적인 인정을 동시에 받는 현존하는 미술가로 입지를 당당히 한 쿠사마 야요이. 그녀를 위한 미술관이 지난 2017년 도쿄 신주쿠에 개관했다. 바로 그녀의 이름을 딴 쿠사마 야요이 뮤지엄이다. 타워형의 지하 1층, 지상5층의 건물로, 일본의 쿠메 세케이(Kume Sekkei) 건축그룹이 디자인한 이 미술관은 가장자리를 곡선으로 처리해 미감을 살리고 건물의 반쪽 면이 유리로 마감해 안이 들여다보이도록 설계됐다. 미술관 2, 3층에는 쿠사마 야요이의 대형 회화와 조각, 오브제가 전시되었다. 4층에는 쿠사마 야요이의 공간 설치작품인 'Infinity Rooms'이 조성되어 있으며, 대중들에게 널리 각인된 다양한 조형물 작업이 설치되어 있다. 5층에는 작가의 사진과 자료를 모은 아카이브와 독서 공간을 마련해 조용히 쿠사마 야요이의 작품 세계에 젖을 수 있게 했다. 초기 회화부터 인피니티 네츠, 근작에 이르기까지 시기별 대표작이 소개되어 쿠사마 야요이의 예술적 궤적을 한눈에 살필 수 있는 특별한 공간인 쿠사마 야요이 뮤지엄은 일본인의 자부심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다.

또 한 곳 쿠사마 야요이의 작품을 감상하며 그녀를 회고할 수 있는 공간으로 나오시마 섬을 빼놓을 수 없다. 일본의 소도시 다카마쓰에서 페리를 타고 30분 정도 이동하면 도착하는 나오시마 섬은 예술섬으로 조성되었다. 이곳에는 쿠사마 야요이의 상징과도 같은 노란 호박이 바다를 바라보며 서 있다. 검은 물방울무늬로 뒤덮인 이 대형 호박 조형물은 섬의 선착장 끝에 자리해, 배에서 내리자마자 방문객을 맞이하는 랜드마크 역할을 한다. 붉은 호박 역시 섬 반대편에 설치돼 있어, 하루 동안 두 점을 함께 둘러보며 쿠사마 야요이의 위대한 작품에 찬사를 보낼 수 있다.

일본 나오시마 섬의 바다를 배경으로 방파제 끝에 설치된 쿠사마 야요이의 노란 호박 조형물
사진5 쿠사마 야요이의 <호박(Pumpkin)>, 일본 나오시마 섬에 설치된 노란 호박 조형물

참고 정보

사진 출처
  • 사진1. Susanne Nilsson, Artwork by Yayoi Kusama (2015), Wikimedia Commons, CC BY-SA 2.0.
  • 사진2. 쿠사마 야요이의 <호박(Pumpkin)> 작품, Data Lore / Unsplash
  • 사진3. 쿠사마 야요이의 <무한 거울의 방> 연작 중 <러브 이즈 콜링(LOVE IS CALLING)> 전시 모습, Neon Wang / Unsplash
  • 사진4. 쿠사마 야요이와 루이비통의 협업으로 장식된 파리 매장 전경, JUNHYUNG PARK / Unsplash
  • 사진5. 쿠사마 야요이의 <호박(Pumpkin)>, 일본 나오시마 섬에 설치된 노란 호박 조형물, Rebecca Lam / Unsplash
  • 메인사진. 쿠사마 야요이의 <호박(Pumpkin)> 작품, Diogo Lemos / Unsplas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