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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달의 경제 이슈 지구촌 폭염에 북극이 해빙됐다...
초크 포인트, 신영토 격전지

기고: 한상춘 국제금융 대기자 겸 한국경제신문 논설위원

기고자 한상춘 프로필 사진

지난 8월 22일에 부산에서 출항했던 팬스타 아크로호가 북극해를 거쳐 동시베리아해, 랍테프해, 카라해, 바렌츠해를 지나 영국 펠릭스토우, 네덜란드 로테르담에 기항한 뒤 50일 만에 부산으로 귀항했다. 이번에 선택한 북극항로는 지구촌 폭염으로 해빙이 빠르게 진전되면서 생긴 새로운 뱃길로 아시아와 유럽을 잇는 최단 거리다.

최근 들어 북극의 얼음이 예상보다 빠르게 녹으면서 북극의 항로와 자원을 개발하고자 국제사회의 경쟁이 갈수록 치열해지고 있다. 종전에는 두꺼운 얼음층과 빙산 충돌 위험 때문에 약 10,000km나 차이가 나는 수에즈 운하를 통과해야 했다. 하지만 최근에는 지구온난화의 가속화로 항로의 이용 가능성이 커져 △항해 거리 단축 △연료 절감 △운임과 운송에 대한 단가 절감 등이 가능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얼음이 떠 있는 바다를 항해하는 LNG 운반선과 뒤따르는 선박 사진

북극의 빠른 해빙으로 북극항로 통과 수송과 더불어 자원개발 가능성이 증대돼 북극항로의 상업적 개설이 앞당겨지는 추세다. 아크로호의 북극 항해 성공은 큰 의미가 있다. 북극항로는 현재 자원개발 프로젝트들이 활발히 추진되고 있어 중장기적으로 북극해 자원개발로 생산될 자원의 해상수송 수요가 급격히 증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북극 항로가 활성화되면 컨테이너 화물 해상 운송 체계의 지각변동이 일어날 수 있다. 지금까지 세계 경제의 공산품 이동을 주도하고 있는 나라는 미국·북유럽·일본·중국 등 컨테이너 화물의 주도적인 생산지와 소비지가 모두 지구 북반구 지역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들 컨테이너 화물을 운송하는 선박들이 북극해를 항해할 수 없었기 때문에 불가피하게 지구 남반구의 수에즈 운하를 이용하는 장거리 물류체계가 형성됐다.

하지만 북극항로가 활성화되면 동북아지역과 북유럽지역 간의 화물 수송 체계가 수에즈 운하를 경유하는 남반구 네트워크에서 북극해를 경유하는 북극 네트워크로 전환될 수 있다. 특히 북극항로는 △북극 신흥광구에서 생산된 자원의 수송량 증가 △해빙으로 사라지는 영구 동토층 위에 설치된 기존의 지상 파이프라인을 대체할 해상운송 물량 증가라는 두 가지 면에서 북극 자원 해상 수송량을 확대할 전망이다.

표1 항로별 선박 운영 경비(日 기준, 달러)
구분 항로 운송 소요일 인건비 보험료 유지 및 보수비 물품 구비비 기타 운영비 합계
천연가스 기존(도하항 - 울산항) 18.23 93,192 30,553 10,136 29,405 48,692 211,978
천연가스 북극(카탄타항 - 울산항) 14.21 87,170 28,579 9,481 27,505 45,546 198,281
원유 기존1(지다항 - 울산항) 20.67 78,484 31,563 9,715 37,826 51,675 209,263
원유 기존2(두바이항 - 울산항) 17.71 67,245 27,043 8,324 32,409 44,275 179,296
원유 북극(욜레뇨크항 - 울산항) 12.97 23,766 23,766 7,315 28,482 38,910 157,570
무연탄 기존(하이풍항 - 삼척항) 4.85 4,996 4,996 1,455 3,705 6,514 29,512
무연탄 북극(틱시항 - 울산항) 13.22 16,340 16,340 4,759 12,120 21,305 96,532
유연탄 기존1(멜버른항 - 삼척항) 15.51 15,975 15,975 4,653 11,850 20,830 94,378
유연탄 기존2(탄중프리오크항 - 삼척항) 8.75 9,013 9,013 2,625 6,685 11,751 53,244
유연탄 북극(페벡항 - 삼척항) 10.69 13,213 13,213 3,848 9,801 17,228 78,058
철광석 기존1(멜버른항 - 포항) 15.30 15,759 15,759 4,590 11,689 20,548 93,101
철광석 기존2(산토스항 - 포항) 33.74 34,752 34,752 10,122 25,777 45,313 205,308
철광석 북극(페벡항 - 포항) 10.76 13,299 13,299 3,874 9,865 78,570 139,798

자료: 한국해양수산개발원(2011년)

북극항로 개발 초기에는 벌크화물에 대한 수요가 많을 것으로 예상된다. 벌크화물의 수송은 우선 수송 조건이 간단하고 특정화물의 수요만 적장하면 선박투입이 가능하기 때문에 먼저 실현 가능하다. 또한 △세계 에너지 및 광물자원 고갈 △세계 최대의 자원 소비 지역인 동북아 삼국의 자원공급 등을 위해 북극해가 마지막 대안지역이 될 수 있다.

북극해가 녹는다는 사실은 새로운 해로의 개통은 물론 북극해의 자원개발이라는 또 다른 이슈가 제기되고 있다. 인류의 마지막 보고라고 말할 정도로 이 지역에는 무한한 자원이 매장되어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2020년 무렵에는 세계 어획량의 37%가 북극해에서 이뤄질 전망으로 에너지 ·식량문제에 처한 상황에서 '신북극시대'가 도래할 것이 예상된다.

해빙과 함께 석유·가스의 탐사 및 시추 기술이 발달하면서 북극 지역에 매장된 자원에 대한 관심이 증대되고 있다. 북극 지역에는 전 세계 미발견 석유·가스 자원량의 22%에 해당하는 4,120억 배럴이 매장되어 있는 것으로 추산된다. 현재 러시아·알래스카·캐나다·북서지역·노르웨이 등 연안국을 중심으로 여러 대형 매장지가 개발돼 생산단계에 진입했다.

북극에는 화석연료 이외에도 고부가 가치의 광물자원과 한류성 수산자원이 풍부하다. 2조 달러 상당의 철광석·구리·니켈 등과 함께 금·다이아몬드·은·아연 등 고부가 가치의 광물자원이 풍부하고 한류성 어류도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그린란드에는 희소금속을 비롯하여 매장 광물자원의 종류와 양이 풍부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향후 △해빙 기간과 지역이 확대되고 △북극 지역 자원의 가격경쟁력이 향상될 것으로 전망된다. 북극 지역의 원유 생산비용은 배럴당 20~60달러 수준으로 두바이유 및 WTI유 시세를 하회해 가격경쟁력이 있다. 이에 미국·캐나다·러시아·노르웨이·덴마크 등 북극 연안 5개 국가는 북극 자원개발을 선점하기 위해 국가 차원의 개발 전략을 추진하고 있다.

북극항로가 가시권에 들어오면서 북극해 인접 국가들도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연안국 중 가장 적극적으로 탐사 개발에 참여하고 있는 러시아는 '북극 지역 전략자원 기지 전환(남진정책)'을 공식화했다. 블라디보스토크항과 무르만스크항을 개발할 계획이며 2008년부터 북극항로 3단계 개발계획을 추진해 오고 있다.

눈으로 뒤덮인 북극권의 대규모 산업시설과 주변 해안 지형을 내려다본 항공사진

노르웨이·아이슬란드·독일·덴마크 등 유럽 국가들도 북동항로(NSR) 선점 경쟁에 뛰어들고 있다. 노르웨이는 북극해 자원개발과 함께 북동항로에 2010년 추디해운의 '노르딕 바렌츠'호 운항에 성공해 북동항로의 운항여건·경제성 분석 등에 대한 자료를 축적했다. 아이슬란드는 지리적으로 북동항로의 유럽 측 입구에 위치해 있어 유리한 입장으로 허브항만으로 발돋움하기 위해 활발한 연구를 진행 중이다. 독일은 서방 상선으로는 벨루가 쉬핑이 2009년 최초로 북동항로를 운항하여 성공한 이후로 많은 운항경험을 축적하고 있다.

중국·일본·한국 3국은 북극이사회의 정식 옵서버국이 되면서 경쟁이 치열하다. 중국은 쇄빙선 쉐룽호에 이어 북극 탐험과 개발 능력 강화를 위해 새로운 쇄빙선 건조를 마쳤다. 일본도 1980년대부터 민간중심의 북극해 연구가 활발했으며, 북극권을 자원개발 중점지역으로 개발하는 5개년 계획을 추진해 오고 있다. 북극항로의 본격적인 상업화가 이루어지면 한국의 부산항, 일본의 요코하마항, 중국의 상하이항이 시종점 항만으로 활용도가 높아질 가능성이 크다.

이처럼 자원과 항로 등을 통해 북극해의 경제적 가치가 재조명되자 영유권을 둘러싼 국제사회의 분쟁도 점차 심화하고 있다. 남극조약으로 큰 충돌이 없는 남극과 달리 명확한 국제조약이나 규범이 존재하지 않는 북극해는 자원선점을 위한 인접 국가들의 각축장이 되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북극항로 사업은 운항 거리는 줄어들지만, 선박비용·연료비 증가 등 사업성 제고를 위해 극복해야 할 난제들이 적지 않다. 우선 북극항로를 이용하기 위해서는 유빙 위험에 대응할 수 있도록 내빙 기능이 있는 선박이 필요하다. 내빙선이 도입되면 선박 내구성이 높아져 무게증가로 해운사업의 20%를 차지하는 연료비용이 상승한다는 문제도 있다.

이밖에 무분별한 북극의 개발 및 산업화는 북극해와 지구환경에 치명적인 결과를 초래할 수 있어 경계해야 한다. 관련 기관들은 △북극이사회의 기능 강화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의 협력 확대 △극지 해역 운항 선박 안전 기준(Polar Code) 제정 등이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북극에서의 이기적이고 배타적인 이익 추구는 인류의 재앙을 초래할 수 있기 때문이다.

북극은 인류가 공동으로 보호해야 할 대상이기 때문에 자연환경을 보호하면서 경제적으로 활용하는 전략이 필요하다. 연안국들의 배타적 독점을 견제하고 북극을 보호하기 위해서는 북극이사회 정식 옵서버 역할을 강화하는 동시에 북극조약과 같은 글로벌 거버넌스를 유도해야 한다.

현재 북극권 개발과 관련된 국제사회의 움직임을 고려하면서 러시아와의 협력 확대를 모색해야 할 시점이 됐다. 즉, △북극항로 개설과 관련한 쇄빙 상선 △항만 정비 등 관련 인프라 건설 △북극권 내 조립주택 사업 등 러시아의 북극권 개발과 관련된 수요증대에 미리 대비해야 한다.

향후 급속한 해빙으로 북극항로의 이용 가능성은 점차 높아질 것으로 기대된다. 또한 밝혀진 원유매장량의 84%가 현재 개발이 진행되고 있는 연안이 아니라 먼 바다 지역에 있어 해빙의 진전과 과학기술의 발전 등은 유전 부존 지역을 북쪽으로 확대하고 채굴이 가능한 자원도 더욱 확대될 전망이다.

우리는 2013년 5월 북극개발을 주도하는 국제기구인 북극이사회의 정식 옵서버 자격 획득에 성공했다. 정식 옵서버 지위는 북극이사회 회의에 참석해 △각종 규범 정립 △북극항로 및 북극 자원개발 △환경보호 △북극개발 관련 프로젝트 등에 대해 적극적으로 의견을 개진할 수 있다.

우리 정부는 자원개발·플랜트·해상운송·조선·수산업 등 파급효과가 높은 산업을 중심으로 국내기업의 북극개발 참여기회를 높이려 노력하고 있다. 해양수산부는 국제협력네트워크를 구축하고 연구 활동을 강화해 북극 진출을 준비하고 있고, △북극 공동연구 확대를 위한 다산기지 규모의 확충 △북극항로 개척 지원 △북극해 연구진흥 등을 위해 제2의 쇄빙연구선 건조를 검토하고 있다.

표2 북극 이사회 참여 국가
정식회원국(8개국) 미국, 캐나다, 러시아, 핀란드, 덴마크(그린란드), 아이스란드, 노르웨이, 스웨덴
영구 옵서버(12개국): 북극이사회에서 의견개진과 정보교환이 가능한 국가 한국, 중국, 일본, 이탈리아, 싱가포르, 인도, 영국, 프랑스, 독일, 네덜란드, 폴란드, 스페인

자료: 해양수산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