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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민족의 큰 명절 추석은 잘 보내셨나요? 이제 2026년 병오년도 얼마 남지 않았지만, 둥근 달처럼 모두 풍성한 10월 보내시길 바랍니다. 지난 글에서는 그리스의 정치적 혼란에 대해 다루었습니다. 글 말미에 서구 열강들이 그리스 군주국을 염두에 두고 있었다는 내용으로 끝을 맺었는데요, 과연 독립 후 그리스의 모습은 어땠을까요?
그리스 왕국의 성립
그리스의 정치적 혼란이 계속되자 그리스 독립에 큰 영향력을 행사했던 영국, 프랑스, 러시아 등은 그리스를 군주국으로 독립시키기로 결정합니다. 특히 나폴레옹 전쟁이 끝난 지 얼마 되지 않았던 만큼 유럽 열강들은 민중의 지지를 받는 공화국 체제보다 자신들과 같은 전통적인 군주제를 선호했습니다.
1832년 5월, 영국 외무장관 팔머스턴은 1832년 런던 회의를 소집하여 그리스 왕국을 수립하고, 1829년 의정서에 따라 국경을 다시 확정했습니다. 이어 1832년 그리스 제5차 국민의회에서 독일 바이에른왕국 루트비히 1세의 차남이었던 오톤을 국왕으로 선출합니다.
초대 그리스 왕국 국왕이 뜬금없이 독일, 그것도 바이에른왕국 출신이라는 것에 의아한 분들이 있을 겁니다. 그 이유는 당시 그리스 독립에 가장 큰 영향을 끼쳤던 영국, 프랑스, 러시아 세 군주국의 이해관계 때문이었습니다.
그리스를 군주국으로 독립시키기로 결정되자 세 나라는 그리스에 영향력을 행사하기 위해 서로 자신들의 왕실에서 그리스 국왕을 배출하기를 원했습니다. 그러다 보니 쉽게 결론이 나지 않았습니다. 때문에 세 나라는 방향을 바꿔 가장 중립적인 나라에서 왕을 데려오기로 합의를 했습니다. 마침 그들의 눈에 띈 것이 바로 바이에른왕국의 루트비히 1세였습니다.
루트비히 1세는 열렬한 고전주의자로 특히 고대 그리스 문화에 매우 심취해 있었습니다. 자신이 지배하는 바이에른을 북방의 아테네로 만들겠다는 야심을 가지고 예술가들과 건축가들을 초빙해 도시 증축에 나서기도 했습니다. 물론 그리스가 오스만 제국에서 독립하기 위한 전쟁에 나서자 자신의 사비를 털어 그리스 독립을 후원하기도 했습니다.
그리스 왕국의 초대 군주가 결정되지 않았다는 이야기를 듣자 루트비히 1세는 자신의 가문에서 이를 책임지겠다고 나섰습니다. 결국 영국, 프랑스, 러시아는 서로의 이해상충을 고려, 루트비히 1세의 제안을 승낙했고, 그의 차남 오톤을 초대 국왕으로 승인합니다. 바로 오톤 1세입니다.
1826년 그리스 독립정부의 디폴트 선언
문제는 낭만주의자였던 루트비히 1세의 생각과 다르게 그리스는 정치적인 문제뿐만 아니라 경제적으로도 큰 곤란에 처해 있었다는 점입니다. 바로 디폴트 문제였습니다. 사실 그리스 독립전쟁 당시 그리스 독립정부는 아직 국가가 세워지기 전, 1824년과 1825년 두 차례 영국 런던 거래소를 통해 총 280만 파운드의 채권을 발행해 전비에 충당하려 했습니다.
최초 채권 발행은 1824년 80만 파운드, 금리 5%로 모집이 시작됐습니다. 당시 그리스의 비참한 상황에 대한 런던 시민들의 동조, 영국의 낭만주의 시인이자 그리스 독립전쟁에 투신한 바이런의 호소 등에 따라 청약이 많이 몰렸습니다. 1년 뒤 그리스 독립정부는 규모를 2배 넘게 늘려 200만 파운드, 금리 5%로 추가 조달에 나섭니다.
문제는 그리스 독립정부의 신용도가 매우 낮다 보니 발행을 주도한 브로커들과 금융업자들이 이자 및 수수료를 선공제한다는 명목으로 모집된 돈에서 큰 금액을 떼 갔고, 이에 따라 실제로 그리스 독립정부에 전달된 금액이 많지 않았다는 점입니다. 실제로 280만 파운드 중 1/3 정도만 그리스 독립정부에게 전달됐습니다. 전쟁이 길어지면서 독립정부는 자신들이 발행한 채권에 대해 이자를 상환하지 못했고, 결국 1826년 7월, 그리스 독립정부는 디폴트를 선언하게 됩니다.
디폴트가 그리스 정부에게 치명적이었던 이유는 그리스 왕국이 대출금을 상환하지 못하게 되면서, 휴지조각이 된 그리스 독립정부의 채권 보유자들은 각 유럽 증권 거래소에서 그리스의 채권이 거래, 상장되는 것을 막게 했다는 것입니다. 이에 따라 그리스는 사실상 유럽의 신용과 자본으로부터 차단되었고, 그 결과 전후 경제 발전이 상당히 지체됩니다.
당연히 그리스 독립정부의 채권을 샀다 큰 손해를 본 투자자들은 그리스 왕국에도 채무 상환을 요구했고, 그리스 왕국은 1878년이 되어서야 간신히 합의를 통해 디폴트를 탈출하고 국제 자본시장에 복귀합니다. 이 내용에 대해서는 다음에 다루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