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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세법개정안이 발표된 후 비슷한 고민을 하는 의뢰인들을 자주 만나게 됩니다. 보통 거주주택 한 채와 등록 임대아파트 한 채를 가진 중산층으로 준공공임대주택(장기일반민간임대주택)의 등록이 자동말소되었거나 자동말소 시한이 도래한 사람들입니다.
자동말소된 8년 임대사업자의 선택은?
물론 임대주택이 자동말소되어도 계속 임대사업을 하는 것은 불법이 아닙니다. 하지만, 여러 가지 세제상의 불이익을 생각할 때, 매매나 증여를 통해 아파트를 한 채만 소유하고자 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얼마 전에 의뢰받은 상담의 경우도 상황은 비슷했습니다. 거주하는 아파트 한 채와 임대아파트 한 채, 이렇게 두 채를 보유하고 있는 의뢰인이었습니다. 그런데, 이분은 두 주택을 모두 처분한 뒤 그 돈을 합쳐 지금보다 비싼 집 한 채를 구입해 거주하고 싶다는 계획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50대로 은퇴가 멀지 않았고 금융자산이 많지 않은 상황이어서 필자는 조심스럽지만 우려를 표명했습니다.
부동산 세금상담을 하다 보면 많은 사람들이 자산의 크기에 집중합니다. 10억 원짜리 집에서 살다가 20억 원짜리 집으로 옮기면 금융자산을 보태서 산 것임에도 불구하고 자산이 늘어난 것처럼 느끼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은퇴를 앞둔 사람에게 중요한 것은 단순히 얼마짜리 집을 가지고 있느냐가 아닙니다. 더 중요한 것은 매달 얼마의 현금이 들어오느냐 하는 것입니다.
거주주택과 임대주택을 처분하고 세금과 거래비용을 제외한 대부분의 자금을 20억 원짜리 집에 넣었다고 가정해 보겠습니다. 그 집의 환경은 이전보다 나아질 것입니다. 더 좋은 입지, 더 넓은 평수, 더 편리한 생활환경도 누릴 수 있을 것이고 물론 이것도 큰 가치입니다.
하지만, 20억 원짜리 집이 매달 생활비를 만들어 주지는 않습니다. 오히려 집값이 높아질수록 보유세와 관리비, 향후 수선비 등의 부담도 커질 수 있습니다. 집값이 아무리 많이 올라도 팔지 않는 이상 당장 생활비로 사용할 수 있는 현금은 생기지 않습니다.
은퇴 후에는 매달 일정한 돈이 필요합니다. 식비와 공과금 등 고정지출은 물론이고 의료비, 보험료, 경조사비, 여가생활비 등 은퇴 전에 생각했던 것보다 많은 생활비가 지속적으로 발생합니다. 특히 부동산 자산이 많으신 사람들은 건강보험료가 큰 부담으로 다가옵니다. 그래서 필자는 은퇴설계를 할 때 자산의 규모보다 현금흐름을 먼저 봐야 한다고 말합니다. 은퇴 후에는 자산부자보다 현금흐름부자가 갑(甲)이기 때문입니다. 그렇다면 아파트 두 채를 가진 사람이라면 어떤 방향으로 은퇴설계를 하면 될까요?
은퇴 후에는 자산부자보다 현금흐름부자
첫째, 부동산평가액에 집착하면 안 됩니다. 우리 주변에는 자산은 많지만 생활비 때문에 고민하는 사람이 적지 않습니다. 부동산 가격이 30억 원이고 금융자산도 조금 있지만, 특별한 소득이 없는 경우입니다. 겉으로 보면 상당한 자산가입니다. 하지만 매달 500만 원 이상의 생활비가 필요하다면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집을 팔지 않는 한 생활비는 계속 다른 곳에서 마련해야 합니다. 이런 사람들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부동산의 평가액이 아니라 생활비를 만들어 내는 구조입니다. 매달 또는 정기적으로 들어오는 현금이 있어야 은퇴 후 생활이 안정되기 때문입니다.
둘째, 세금만 보고 부동산 계획을 세우면 안 됩니다. 부동산을 팔거나 증여할 때는 당연히 세금이 중요합니다. 양도소득세가 얼마인지, 증여세가 얼마인지, 보유세 부담이 얼마나 줄어드는지는 반드시 계산해야 합니다. 하지만 세금을 줄이는 것 자체가 최종 목표가 되어서는 안 됩니다. 예를 들어, 양도소득세가 부담스럽다고 해서 계속 보유하는 것이 좋은 선택인지, 반대로 세금을 아끼기 위해 자녀에게 증여하는 것이 가족 전체의 자산관리 측면에서 유리한지는 별개의 문제입니다. 더 중요한 것은 부동산을 처분하거나 증여한 뒤 남은 자산이 앞으로의 삶을 어떻게 지탱해 줄 것인가입니다.
셋째, 임대주택을 처분한다면, 돈의 일부는 꼭 남겨두어야 합니다. 자동말소되는 임대주택을 무조건 처분하는 것이 좋다는 뜻은 아닙니다. 예상되는 세금부담과 임대수익률, 향후 부동산 가치, 본인의 자금 상황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해 보유나 매각, 증여를 결정해야 할 것입니다. 하지만 임대주택을 처분한다면 그 돈을 모두 새로운 거주주택에 넣는 것이 좋은 선택이 아닌 것은 분명합니다. 거주주택을 조금 더 좋은 곳으로 옮기더라도 모든 자금을 집에 넣지 않는 것이 중요합니다. 일부는 금융자산으로 남겨 두고, 그 자금을 연금이나 정기적인 현금흐름을 만들 수 있는 자산으로 구성하는 것입니다.
주택은 투자자산이면서 동시에 소비자산
우리가 살고 있는 집은 조금 특별한 자산입니다. 가격이 오르면 자산가치가 높아지지만, 그 집에서 발생하는 현금은 없습니다. 오히려 더 좋은 집, 더 큰 집으로 갈수록 유지하는 데 들어가는 비용이 커질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은퇴가 가까워질수록 거주주택을 바라보는 관점도 조금 달라져야 합니다.
젊을 때는 직장에서 발생하는 소득이 있기 때문에 더 좋은 집으로 갈아타는 것이 큰 부담이 아닐 수 있습니다. 앞으로 소득이 늘어날 가능성도 있고, 부족한 현금은 다시 벌어서 채울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은퇴 이후에는 상황이 달라집니다. 한 번 집에 들어간 큰돈을 다시 꺼내 쓰기 위해서는 집을 팔거나 대출을 받아야 합니다. 따라서 은퇴를 앞둔 시기에는 집의 크기보다 은퇴 후 현금흐름을 먼저 생각해야 합니다. 따라서, 예비은퇴자라면 다음의 순서로 고민해 보는 것이 좋겠습니다.
첫째, 앞으로 필요한 생활비를 계산합니다. 은퇴 후 한 달에 얼마가 필요한지, 국민연금과 퇴직연금, 개인연금으로 얼마를 충당할 수 있는지부터 확인해야 합니다.
둘째, 부족한 생활비를 어떻게 마련할지 생각해야 합니다. 임대소득으로 마련할 것인지, 금융자산을 활용할 것인지, 일부 일을 계속할 것인지 계획이 필요합니다.
셋째, 그 이후에 부동산의 처분 여부를 결정해야 합니다. 세금이 많다고 무조건 팔거나, 집값이 오른다고 무조건 보유하는 것이 아니라 전체적인 은퇴자산의 구조 안에서 판단해야 합니다. 임대주택 자동말소를 계기로 주택을 유지할지, 팔지, 증여할지 고민하는 사람이라면 다음 질문에 대한 대답이 그 선택에 대한 해답이 될 수 있을 것입니다.
"부동산 자산을 재정비해서 은퇴 후 어떻게 살 것인가?"
임대주택 자동말소로 해법을 고민하고 있다면 이를 계기로 앞으로의 삶을 어떻게 설계할 것인가를 함께 고민해보면 좋을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