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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이공계 명문 대학인 칭화대 캠퍼스에 록 음악을 좋아하는 한 학생이 있었습니다. '스플레이(Splay)'라는 이름의 밴드를 구성하고, 자신은 드럼을 쳤습니다. 수재였습니다. 전국 정보 올림피아드에서 우승하고 특별전형으로 컴퓨터공학과에 입학했습니다. 입학도 수석, 졸업도 수석이었습니다. 중국 인공지능(AI) 전문 회사인 문샷AI(Moonshot AI)의 CEO 양즈린(楊植麟·34)이 그 주인공. 그는 학창 시절부터 '천재 양(天才)'이라 불렸습니다.
양즈린은 칭화대 졸업 후 미국으로 건너가 카네기멜론대(CMU)에서 AI 권위자 루슬란 살라후트디노프 교수의 지도 아래 박사 학위를 받았습니다. 구글과 메타에서 연구원으로 일하며 AI 역사에 남을 논문을 쓰기도 했습니다. <Transformer-XL·XLNet>라는 논문은 지금도 AI 연구의 핵심 기반으로 인용됩니다.
구글, 메타, 애플 등 내로라하는 회사로부터 러브콜을 받았지만, 모두 거절했습니다. 그는 중국 안에서 세계를 바꿀 수 있다는 확신이 있었고, 귀국을 선택했습니다.
2023년 초 베이징으로 돌아온 양즈린은 같은 밴드에서 기타를 치던 친구 저우신위(周昕宇) 등과 함께 문샷AI를 창업했습니다. 회사 이름 '월지암면(月之暗面)'은 록 밴드 핑크 플로이드의 명반 'The Dark Side of the Moon(달의 어두운 면)'에서 따왔습니다. "보이지 않는 영역까지 탐험하겠다"는 의지였습니다.
시장을 강타한 '제2의 딥시크 쇼크'
그 문샷AI가 만든 모델이 바로 '키미(Kimi)'입니다. 2026년 7월 16일, 문샷AI가 키미 K3를 공개했습니다. 파라미터 2조 8,000억 개. 세계 최대 오픈소스 AI 모델입니다. 성능은 충격적이었습니다. K3는 AI 성능 평가 플랫폼 아레나(Arena.ai)에서 프런트엔드 코드 부문 1,679점으로 1위에 올랐습니다. 앤트로픽 클로드 페이블5(1,631점), 오픈AI GPT-5.6Sol(1,618점)을 모두 제쳤습니다. 7개 평가 항목 중 6개에서 최고 성적을 냈습니다.
시장이 즉각 반응했습니다. 이 소식에 엔비디아(-2.2%)·어플라이드머티리얼즈(-5.6%)·인텔(-2%) 등 AI 반도체주가 일제히 하락했습니다. 필라델피아 반도체지수(SOX)는 한 주 만에 12.5% 급락했습니다. 중국의 오픈소스가 서방 시장에 매머드급 충격을 던진 셈입니다. 시장은 이를 '제2의 딥시크 쇼크'라고 불렀습니다.
"뭐야? 중국 AI, 언제 이렇게 컸어?" 당연히 이런 반응 나옵니다. 문샷AI의 경쟁력을 한마디로 표현하면 '더 크게, 더 길게, 더 싸게'입니다.
첫째, 규모입니다. K3는 파라미터 2조 8,000억 개로 딥시크 R1(6,710억 개)의 4배 규모입니다. 세계 최대 오픈소스 AI 모델입니다.
둘째, 성능입니다. 아티피셜 애널리시스는 K3를 클로드 페이블5·GPT-5.6Sol에 이은 종합 순위 3위로 평가했습니다. 격차가 크지 않습니다. 오픈소스 모델이 폐쇄형 최상위 모델을 거의 따라잡았다는 게 핵심입니다.
셋째, 초장문 처리(Long Context)입니다. 100만 토큰 컨텍스트 윈도우. 책 750권 분량을 한 번에 처리합니다. 긴 코드베이스 전체를 한 번에 읽고 분석하는 데 최적화됐습니다. AI 코딩 도구들이 키미를 선택하는 이유입니다.
넷째, 오픈소스 전략입니다. 오픈AI·앤트로픽이 기술을 꼭꼭 숨기는 동안, 문샷AI는 모델의 핵심 가중치를 공짜로 풀었습니다. 생태계를 먼저 장악하겠다는 전략입니다. 미국 AI 업계가 가장 두려워하는 무기입니다.
다섯째, 가격입니다. K3의 API 표면 가격은 입력 100만 토큰당 3달러. 클로드 Opus 4.8(5달러)보다 저렴합니다. 캐시 기술 적용 시 실질비용은 0.57달러까지 떨어집니다. 클로드의 10분의 1 수준입니다.
블랙웰 우회와 지식 증류 논란, 미국의 '뒷문'을 파고들다
키미는 어떻게 이 경쟁력을 확보했을까요? 물론 문샷AI는 독자 기술로 개발했다고 말합니다. 그러나 업계는 미국의 '뒷문'을 열고 들어와 추격에 나섰다고 말합니다.
우선 반도체 우회입니다. 미국 정부는 엔비디아 최첨단 반도체의 대중 수출을 막고 있습니다. 문샷AI 저격에 나선 마이클 크라치오스 백악관 과학기술정책실장은 "문샷AI가 태국 등 동남아 데이터센터를 통해 블랙웰 칩에 우회 접근했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동안 업계에서는 중국 기업들이 싱가포르, 태국 등 제3국을 통해 블랙웰 칩을 확보하고 있다는 얘기가 나돌았습니다. 크라치오스 실장은 그 루트를 얘기하고 있습니다. 블룸버그는 알리바바가 H200 2만 개를 문샷AI에 공급했다고 보도하기도 했습니다. 이 보도에 대해 알리바바는 2만 개 공급 자체를 부인하지 않습니다. 다만 그 칩이 H200인지에 대해서는 함구하고 있습니다. 엔비디아 칩이 문샷AI로 흘러 들어갔을 것으로 보는 이유입니다.
둘째, 지식 증류(Knowledge Distillation, 선진 AI 모델 학습)입니다. 앤트로픽은 2026년 2월 문샷AI가 가짜 계정 수백 개를 동원해 클로드를 340만 건 이상 호출했다고 폭로했습니다. K3 개발이 한창이던 시기였습니다. 클로드의 지식이 K3에 녹아들었을 가능성은 충분하다는 게 앤트로픽의 주장입니다. 물론 문샷AI의 기술을 무시할 수는 없습니다. K3는 2조 8,000억 개 파라미터를 896개의 전문가 모델로 쪼개고, 텍스트 하나를 처리할 때 단 16개만 활성화되도록 설계했습니다. 전체의 1.8%만 깨우고도 연산을 완성합니다. 덩치는 최대인데 실제 연산 비용은 훨씬 가볍습니다.
미국 행정부는 견제에 나설 태세입니다. 크라치오스 실장은 "미국의 독자 기술을 탈취하려는 대규모의 은밀한 산업 불법행위는 용납할 수 없다"고 날을 세웠습니다. 재무장관 베센트도 제재 가능성을 경고했습니다. 그러나 현재까지 실제 조치는 없습니다. 왜일까요?
자사 제품에 中 AI 몰래 쓴 미국 기업들, 딜레마에 빠진 백악관
올해 3월 19일이었습니다. 세계 최강의 AI 코딩 플랫폼 커서(Cursor)가 새 기능 '컴포저 2'를 출시하며 "직접 개발한 자체 AI 모델"이라고 홍보했습니다. 그런데 개발자들이 API 통신 데이터를 분석하다 이상한 걸 발견했습니다.
모델 식별자에 'kimi-k2p5-rl'이라는 이름이 찍혀 있었습니다. 문샷AI의 키미 모델이었습니다. 빼박이었습니다. 커서는 "중국 문샷AI의 오픈소스 모델을 가져다 썼다"고 실토했습니다. 이 일 이후 커서는 문샷AI와 협약을 맺고 공식적으로 키미 소스를 이용하고 있습니다. 미국 AI 모델의 두뇌에 중국 AI 소스가 파고들고 있다는 얘기입니다.
젠슨 황 엔비디아 CEO는 "오픈소스를 무조건 막는 건 능사가 아니다"라며 과도한 규제에 반대했습니다. 엔비디아, 메타, 마이크로소프트(MS) 등은 K3 등 성능이 뛰어난 중국의 오픈 모델은 개발 비용을 획기적으로 줄여주는 도구라며 차단하지 말라고 요구하기도 합니다.
미국 정부가 키미 제재를 경고하는 동안, 정작 미국 기업은 키미를 자사 제품 개발의 수단으로 쓰겠다고 나서는 실정입니다. 미중 AI 전쟁의 현주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