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글로벌 핫이슈) 노인도 청년처럼 적극적으로 사회적 의무 짊어져야 | 미래에셋증권 웹진(202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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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핫이슈 노인도 청년처럼 적극적으로 사회적 의무 짊어져야

기고: 김수민 베를린 자유대학 박사과정

독일은 2011년 징병제를 폐지하고 모병제로 전환했습니다. 젊은이들이 국방에 보다 자발적으로 참여할 수 있게 된 것입니다. 우리는 상식적으로 국가와 사회를 위한 활동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하는 사람들은 청년들이라는 생각을 갖고 있습니다. 그러나 그 책임이 특정 연령대에 과중하게 치우쳐 있다는 생각은 미처 하지 못합니다.

독일의 사회학자이자 세대연구가 클라우스 후렐만 (Klaus Hurrelmann)은 최근 독일 매거진 슈피겔(Der Spiegel)에 기고한 글을 통해 시니어들도 '사회적 의무 활동'을 해야 한다는 주장을 펼치고 있습니다. 그는 "청년들만 위기 시 국방 의무를 이행하도록 하는 것은 형평에 맞지 않는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렇다고 젊은이들과 똑같이 노인도 국가에 대한 책임과 의무를 공평하게 나눠져야 한다는 뜻은 아닙니다. 은퇴한 시니어들이 사회를 위해 일할 수 있는 특정 시기, '(사회활동) 의무 기간(Pflichtjahr)'을 제도적으로 마련할 것을 제안합니다.

의무 기간을 언제로 정할 것인가 하는 것은 논의가 필요한 문제입니다. 은퇴자라고 해서 모두 의무 활동을 이행할 것인가 하는 것도 고려해봐야 합니다. 개인적인 사정과 그동안의 삶의 이력 등을 따져봐서 이를 차등적으로 적용할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후렐만은 이렇게 말합니다. "65세가 되면 사람들은 개인 취미 활동만 하거나 여행만 다니며 살게 된다. 하지만 그들이 새롭게 수행할 수 있는 일이 있다면 어떤 것이 있을까?"

한편 후렐만 자신도 81세 노인입니다. 후렐만이 제안한 사회적 의무 활동에 대한 독일 사회의 관심이 커지고 있습니다. 여러 언론매체는 이 내용을 가지고 찬반 토론을 시작했습니다. 시민들은 양측으로 갈려 큰 입장 차이를 보였습니다. 이 제안을 비판하는 측에서는 한평생 힘들게 일했는데 노후에도 일을 해야 하는 부담감을 지고 싶지 않다고 말합니다.

젊은 층의 사회적 부담 커진 게 가장 큰 이유

독일의 젊은 세대를 집중적으로 연구해온 후렐만은 점점 가속화되는 노령화 사회에서 살아가는 요즘의 젊은이들이 그 이전 세대들은 경험하지 못한 부담감을 지니고 살고 있다는 점을 지적합니다. 그가 청년층과 노인층이 사회적 부담을 공평하게 나눠 가져야 한다고 말하는 이유는 단지 형평성 때문만은 아닙니다. 고령화로 인한 노동생산성 저하와 출산율 감소가 가져오는 미래 사회에 대한 부담은 이미 전 세계적인 문제라고 봐야 합니다.

후렐만은 연구를 통해 현재의 젊은 층이 사회적·정치적·개인적인 영역 모두에서 과도한 부담을 느끼고 있다는 사실이 증명되었다고 강조합니다. 그는 독일 젊은 층에서 보이는 대표적인 성향이 무력감이라고 주장합니다. 무력감은 과도한 부담감이 원인입니다. 그는 연구 결과를 통해 젊은 사람들이 부담, 스트레스, 불안, 우울과 같은 정신적인 문제에 시달리는 정도가 예전보다 더 높게 나타나고 있다고 진단합니다.

특히 이 문제는 아이들의 양육과 관련된 현재 부모들의 태도에서 잘 드러나고 있습니다. 예전에 비해 각 가정의 자녀 수가 현저하게 적고 부모들은 아이들을 과도하게 보호하려는 성향을 강하게 드러냅니다. 아이들의 미래에 대해서도 완벽하리만큼 철저하게 대비하려는 부모들의 자세에서 요즘 젊은 세대가 지니고 있는 현실에 대한 불안을 읽을 수 있습니다.

후렐만의 제안으로 논의가 진행되고 있는 노인들의 사회적 의무 활동은 앞으로 더욱 심각한 사회 문제로 대두하게 될 사회적 불균형에 대한 대안책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젊은 세대의 부담감이 해소되지 않고 지속적으로 쌓인다면 이것이 더 큰 문제가 되어 되돌아올 것은 불 보듯 빤한 일입니다.

사회봉사와 새로운 일자리 가능성

아직까지는 노인들에게 맡길 의무 활동에 대한 구체적인 방안이 논의되지는 않았습니다. 그렇다 해도 그 일들이 어떤 성격을 지니게 될지는 예상하기 어렵지 않습니다.

독일의 은퇴한 노인들은 개인적으로 봉사활동을 하거나 봉사단체에 속해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들은 은퇴 후에 혼자 시간을 보내기보다 주변 이웃들과 어울리고 사회봉사단체에 속하면서 자신들이 사회를 위해 할 수 있는 일들을 찾아 나섭니다. 쓰레기 줍기와 빈 병 수거 등 환경보호활동에 참여하거나 아이들의 학교 행사에 봉사활동자로 나서는 시니어를 쉽게 볼 수 있습니다.

독일 사회에서 유치원과 학교를 끝내고 나온 아이들을 안전하게 집까지 데려다 주는 봉사활동은 직장일로 바쁜 부모들에게 큰 도움을 주는 활동 중 하나입니다. 지역사회에서 열리는 큰 행사에 가면 음식을 해오고, 빵을 나눠주고, 아이들과 놀아주고, 거리를 정리하는 일을 도맡아 하는 노인들을 쉽게 만날 수 있습니다. 직업소개소와 연결돼 있는 경우도 있겠지만 대체로 자원봉사자들인 경우가 많습니다.

봉사활동에만 그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직업적으로 자격증을 보유했거나 특수한 임무를 수행할 수 있는 능력이 있는 경우라면 지역사회에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더 많은 일들을 수행할 수 있습니다. 이런 경우 노인들의 새로운 직업 창출에 대해 새로운 시각이 열릴 가능성이 있습니다.

시니어의 사회적 의무 활동에 찬성하는 일부 시각에서는 공동체 발전과 연대 측면에서 보면 이러한 활동의 의무화가 앞으로는 다방면으로 긍정적인 시너지를 낼 수 있다고 전망하고 있습니다.

정치적 논의로 확대

독일 대통령 프랑크발터 슈타인마이어(Frank-Walter Steinmeier)는 지난 7월 독일 방송 RBB와의 인터뷰에서 의무 사회봉사 시간에 대해 언급했습니다. 그동안 그는 독일 시민이라면 누구나 6개월 혹은 1년 동안 이웃과 공동체, 나라를 위해 의무적으로 활동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시니어 역시 그 대상에서 벗어날 수 없습니다. 이에 대해 시민들에게 공론의 장이 열렸습니다. 수많은 언론매체가 설문조사와 인터뷰 등을 통해 의견을 모으고 있습니다.

후렐만 교수가 이 공론의 장에서 시민들의 의견을 조사해 분석하는 임무를 맡았습니다. 찬반이 오가는 중에 노인들의 체력적인 한계와 이미 평생 일을 했다는 점을 우선적으로 고려해야 한다고 말하는 이들도 있습니다. 그러나 이는 개인의 상황을 충분히 고려해 선택권이 주어질 것이라고 미디어들은 전합니다. 사회 활동에 필요한 의무 시간은 모두에게 강제하는 것이 아니라 자율적으로 조정하는 것을 원칙으로 합니다.

무엇보다 독일 시민들에겐 이 문제를 바라보는 공통된 시각이 있습니다. 현재 공동체가 직면한 위기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남녀노소 모두 어려움을 함께 나눠야 한다는 생각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