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에는 상속세와 증여세가 없습니다. 1979년 호주 정부는 상속세를 폐지했습니다. 참고로 현재 OECD 국가 38개국 중 24개국이 상속세를 부과하고 있습니다. 상속세를 부과하지 않는 나라는 캐나다·홍콩·말레이시아·멕시코·뉴질랜드·노르웨이·싱가포르 등입니다. 그러나 호주에서도 상속 자산을 처분하거나 매각해 소득이 발생할 경우 해당 소득에 대한 세금 의무가 주어집니다.

상속 자산의 주요 사용처로는 투자, 주택 대출 상환, 가족에게 사용하는 것 순으로 꼽힙니다. 조사(Perpetual, 2023.12.)에 따르면 호주에서 상속받은 자산의 약 30%는 투자, 28%는 주택 대출 상환, 19%는 가족에게 각각 사용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는 상속이 단순히 개인의 자산 축적을 넘어 가족 전체의 경제적 안정과 발전에 기여하고 있음을 보여줍니다. 결론적으로, 호주에서의 상속은 개인과 가족의 자산 증식뿐만 아니라 국가경제에도 큰 영향을 미치고 있으며, 미래의 상속 증가 추세는 호주와 세계경제 전반에 중요한 변화 요인이 될 것으로 보입니다.

호주에서는 상속 방식에도 변화가 일어나고 있습니다. 전통적으로는 자녀에게 자산을 물려주는 것이 일반적이었으나, 최근에는 손자·손녀에게 유산을 직접 물려주는 추세가 점점 확대되고 있습니다. 주요 원인으로는 이혼 증가와 젊은 세대 자립의 어려움입니다. 이로 인해 사망 시 자녀가 아닌 손자들에게 돈이나 재산을 남기는 경우가 많아진 것입니다.

사법기관 세이프윌 리걸(Safewill Legal)의 대표 변호사 이자벨 마카리안(Isabelle Marcarian)은 "현재 60~80대 조부모 세대가 있고 그들의 자녀인 40~60대 연령은 대부분 경제적 안정성을 갖추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세이프윌 리걸 통계에 따르면, 지난 5년간 손자를 상속자로 지정한 유언장의 비율이 3배로 증가했으며, 자녀를 건너뛰고 손자에게만 유산을 남기는 경우는 225%나 증가했습니다. 자산 금액 기준에 따른 상속 경로의 비중도 손자에게 직접 상속되는 경우가 5%에서 12%로 증가했습니다.

세대를 거르고 상속하는 이유는 다각적입니다. 일부 조부모는 이미 자녀들에게 충분한 경제적 지원을 했고, 최근의 높은 물가와 주거비용 상승으로 인해 경제적 어려움을 겪고 있는 20~30대 손자들이 더 많은 도움이 필요하다고 판단하기 때문입니다. 자산이 손자의 자산으로 안전하게 전해지길 바라는 바람도 큽니다.

이러한 결정은 가족 간 불화를 방지하는 효과를 내기도 합니다. 마카리안은 "대개 자녀들도 이 결정을 이해하거나 동의하며 자녀가 아닌 손자들이 혜택을 받는다는 것을 알고 조부모와 의견을 조율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습니다. 상속자산이 자녀의 이혼 등으로 인해 가족 외부로 유출될 가능성을 염려해, 가족 내에서 자산을 보존하려는 의도도 있습니다.

실제로 호주 시민인 이사벨(Isabel Almendrades)은 손자들을 유산의 단독 상속자로 지정했습니다. 그녀는 "결혼이 영원함을 보장하지 않는다"며 "내 자산이 가족 외부로 넘어가 손자들이 혜택을 받지 못하게 되는 것은 바라지 않는다"고 밝혔습니다. 손자와의 정서적 유대감을 바탕으로 유산을 물려주려는 조부모들의 선택은 앞으로도 호주의 새로운 상속 트렌드로 자리 잡을 가능성이 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