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한 의미로 떠나 것이니만큼 정해진 것 없이 자유롭게 여행을 했습니다.
촉박하게 일정을 짰고 계획을 구체적으로 세우지는 않았지만 여행지기로 인연을
맺은 사람과는 아직도 연락을 주고받을 정도로 좋은 여행이었습니다.
여행을 떠난 3월 중순, 한국은 아직 차가운 기운이 느껴지는 날씨였지만 스페인은 몹시 따뜻했고
도착한 당일 파란 하늘과 따스한 햇살, 새들이 지저귀는 소리가 함께하는 톨레도의 아침은 너무도
평화로워 힘들었던 비행을 한순간에 잊게 했습니다.
제법 긴 여정이었던 이번 여행은 톨레도 1박, 마드리드 2박,
스페인 남부(세비야, 네르하, 론다, 그라나다, 말라가) 4박, 바르셀로나 3박으로 일정을 잡았습니다.
그 중 그라나다는 아주 인상적인 도시였습니다. 유럽에서 이슬람 문화를 접할 수 있고, 그라나다 성을 배경으로 하는 야경은 정말 장관이었습니다. 음식문화 또한 독특해서 와인을 한 잔 시키면 타파스 하나를 랜덤으로 제공해 주었습니다. 와인을 시킬 때마다 어떤 타파스가 나올지 기대감에 설레고, 맛도 훌륭했습니다.
여행에서 만난 사람들도 기억에 남습니다. 은퇴 후 각각 스페인과 미국에서 은퇴하고 여행 오신 노부부 두 쌍과 톨레도 나이트 투어에 동행했습니다. 톨레도 골목 구석구석을 다니며 거리마다 전해지는 구전을 듣는 것도 흥미로웠고, 노부부들과의 대화도 즐거웠습니다.
스페인이 미식의 나라라 음식도 좋은 추억이 되었습니다. 말라가에서 먹었던 버섯 위에 하몽과 새우를 올린 요리와 문어 요리는 정말 근사했습니다. 평소 육식을 좋아하지만 하몽과 새우를 올린 버섯은 특히 맛있었고, 문어는 매우 부드러워 탱글탱글한 식감의 우리나라 문어와는 다른 풍미를 가지고 있었습니다.
세계적으로 가장 유명한 하몽의 나라인 스페인에서 맛본 하몽은 풍미가 우수하고 비린 맛도 일절 없었습니다. 한국에 와서도 그 맛이 그리워 한동안 여러 곳에서 하몽에 도전했지만 만족하지 못했습니다.
이번 스페인 여행은 처음으로 혼자 계획하고 아는 사람 없이 다녀와서 더욱 기억에 남습니다. 그 곳에서의 분위기와 새로 만난 모든 인연들이 구김 없고 여유로워 충분히 휴식을 취할 수 있었습니다.
다시 일상으로 돌아와 바쁘게 살고 있지만 스페인의 피에스타처럼 일상 속에서 여유를 찾는 시간을 확보하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부지런하고 열심히 사는 것도 좋지만 여유롭고 느긋하게 생활하면서 그 에너지를 제 자신의 행복뿐만 아니라 주변 사람들에게도 나누어 줄 수 있었으면 합니다.
여행은 일상과 떨어져서 자신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는 시간이라고 생각합니다. 잠시 속도를 늦추고 여행지에서 스스로를 객관적으로 들여다보는 것은 삶에서 놓칠 수 없는 행복이 아닐까요?
웅장한 규모는 물론 아름다운 색감으로 반짝이는 스테인드글라스도 매혹적인
사그라다 파밀리아 성당에서 기념사진은 필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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