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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크푸르트 도서전:
독일 도서 시장 이념과 도서 정가제(Buchpreisbindung)

프랑크푸르트 도서전: 독일 도서 시장 이념과 도서 정가제(Buchpreisbindu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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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미래에셋 31기 장학생 김가현 특파원
안녕하세요 여러분! 제31기 미래에셋 장학생 및 글로벌 특파원 김가현입니다. '독일' 하면 맥주와 축구가 유명하지만 세계 최대 규모의 도서전이 매년 개최된다는 사실, 알고 계셨나요? 직접 다녀온 프랑크푸르트 도서전은 어땠는지, 독일의 도서 시장은 어떤 특징을 가지는지 자세히 소개해 보겠습니다.

프랑크푸르트 도서전이란?

프랑크푸르트 도서전은 매년 10월에 5일간 개최되는 축제입니다. 구텐베르크가 금속 활자를 발명한 곳이 프랑크푸르트 근교의 마인츠라는 도시인데, 발명 이후 15세기 무렵부터 지역 상인들이 도서를 판매할 수 있게 되며 최초의 도서전이 개최되었습니다.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난 후 1949년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된 프랑크푸르트 도서전은 현재는 세계 최대 규모의 출판물 거래 시장으로 성장하였습니다. 개최 첫 3일 동안은 일반 방문객이 아닌 업계 관계자들만 입장이 가능한데, 그 기간 동안 수많은 출판사, 멀티미디어 업체들이 번역, 출판 등 여러 계약을 진행할 정도로 전세계 출판/미디어 거래 시장으로서 기능하고 있습니다.

프랑크푸르트 도서전 실제 현장 후기

프랑크푸르트 도서전은 중앙역인 프랑크푸르트 암 마인 역에서 조금 떨어진 거리에 있는 박람회장에서 진행되고 있었습니다. 독일어로 입구=Eingang, 출구=Ausgang으로 커다랗게 쓰여 있고 워낙 규모가 크기 때문에 길 안내가 잘 되어있습니다. 입구 쪽에 지도도 있어 본격적으로 박람회장에 들어가기 전에 간단히 지도를 살펴보았습니다. 박람회장 건물이 워낙 크고 도서전 규모가 방대하기 때문에 지도를 꼭 촬영한 뒤 입장하시는 것을 추천합니다.

5.1 구역에서 한국 출판사들을 비롯한 일본, 중국, 싱가포르 등 다양한 아시아 국가의 책을 만날 수 있었습니다. 출판물 거래 시장으로서 유명한 프랑크푸르트 도서전인만큼 작가 혹은 도서에 따른 분류보다 출판사 별로 나누어져 있었습니다.

2024년 한국 문학계에 노벨문학상 수상이라는 큰 이슈가 있었던 만큼 한강 작가의 수상을 축하한다는 현수막도 있었고, 이로 인해 많은 외국인들이 한국 출판사에 관심을 가지는 모습도 볼 수 있었습니다. 뿐만 아니라 웹툰 강국인 한국답게 웹툰 관련 미디어 업계도 도서전에 참여하고 있었습니다. 이를 통해 프랑크푸르트 도서전이 단지 서적뿐 아니라 다양한 형태의 출판물을 모두 아우르고 있다고 느꼈습니다.

한국 출판사 구역에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던 한강 작가의 도서는 현재 한글판은 품귀 현상 때문에 구하기 어렵다는 안내를 받았습니다.

대신 3.1 구역에 독일 Aufbau라는 출판사가 한강 작가의 독일어 번역본 서적을 전시해 놓았다고 해서 직접 가보았습니다. 실제로 많은 독일 사람들이 한강 작가의 도서에 관심을 갖고 꺼내 보는 모습을 볼 수 있었습니다.

도서전에서는 작가가 직접 책을 읽어주는 행사나, 구텐베르크의 과거 활자 인쇄술을 그대로 재현하는 것을 관람할 수 있었습니다. 독일의 전 지역에서 온 많은 사람들이 엄청나게 크고 많은 도서가 전시된 박람회장을 꽉 채우고 있어 마치 어린이날에 놀이공원을 방문한 것 같은 착각이 들 정도였습니다. 도서를 향한 독일인들의 열정을 많이 느낄 수 있기도 했습니다. 도서전에서 수많은 인파와 어마어마한 규모를 겪고 나니 '독일 사람들에게 도서란 무엇일까?' 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독일의 도서 시장과 도서 정가제(Buchpreisbindung)

독일은 이전부터 도서정가제를 안정적으로 유지하던 국가로, 도서를 상품이 아닌 문화적 자산으로 취급하며 문화재로서의 도서를 보호하는 시장 정책을 펼쳐왔습니다. 독일인들은 도서 정가제로 인해 가격보다 내용 등 품질과 개인의 관심 분야를 더욱 고려하여 도서를 구매하며, 도서정가제를 사회적으로 더욱 지지하게 되었습니다.

독일은 '도서'를 정의하는 방식에서 차이점을 보입니다. 보통 많은 국가들은 자유 시장 논리에 따라 도서에도 각기 다른 값어치를 매깁니다. 그러나 독일은 유럽 사법재판소 차원에서 도서정가제가 위법임을 지적 받았음에도 줄곧 도서정가제를 고수하고 있습니다. 도서가 상품으로서의 의미보다 문화적 자산으로서 가지는 의미가 더 크다고 판단하기 때문입니다.

책이 문화재로서 특별한 지위를 갖고 있다는 사실과 고정된 가격이 다양한 종류의 책과 소규모 서점의 생존을 보장한다는 사실을 통해 독일의 도서정가제는 독일 도서 시장 전반에 걸친 중요한 제도로 자리 잡고 있습니다. 도시에 살든 시골에 살든, 큰 백화점이든 작은 지역 서점이든 관계없이 독일에서는 고정된 가격에 도서를 손쉽게 구할 수 있습니다. 고정 가격을 통해 출판사도 기회와 위험의 균등을 맞추고 문학적 다양성을 제공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베스트셀러의 수익금은 다시 신인 작가들을 지원하거나 비주류 분야의 책을 판매할 수 있는 밑거름이 되기 때문입니다.

프랑크푸르트 도서전 방문 후 소감

프랑크푸르트 도서전에서 여러 나라의 수많은 출판사들과 책들을 둘러보면서, 독일 사람들이 얼마나 도서에 열광하는지 알 수 있었습니다. 독일 국민들의 이러한 열정이 바탕이 되었기에 프랑크푸르트 도서전도 연방 정부의 지원 없이 독자적으로 거대한 규모의 도서전을 개최할 수 있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프랑크푸르트 도서전에서 도서의 다양성과 출판계의 열기를 한껏 느끼고 나니 책을 통해 경험할 수 있는 세계가 참 넓을 텐데 스스로 독서 습관을 들일 수 있도록 노력해야겠다고 다짐하게 되었습니다. 또한 프랑크푸르트 도서전은 현재 정부와 보조금 문제로 갈등을 빚고 있는 대한민국 출판협회의 벤치마킹 모델이기도 합니다. 작년 우리나라 성인 독서율은 43%로, 10명 중 6명은 1년에 책을 한 권도 읽지 않는다고 합니다. 우리나라 또한 독서에 대한 열정과 관심을 통해 도서 시장이 더욱 활성화될 수 있으면 좋겠다는 바람이 생긴 독일에서의 가을 날이었습니다.

10월에 독일에 방문하신다면 프랑크푸르트 도서전에 하루 정도 다녀와 보시길 추천합니다.

참고자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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