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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의 지혜가 깃든 살림살이
이동식 난방과 조리도구의 원조, 화로
(2023년 12월 기사)

한국인의 지혜가 깃든 살림살이 이동식 난방과 조리도구의 원조, 화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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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3년 12월 기사)

화로는 이제 박물관이나 전통행사 등에서나 볼 수 있게 되었지만 7~80년대만 해도 생활 속 곳곳에서 드물지 않게 볼 수 있는 물건이었다. 난방과 취사의 보조용으로 사용하던 화로는 현대인들에게도 비교적 익숙한 우리의 전통 문화유산이다. 추억 속으로 스러져갔지만 귀하디 귀한 우리의 전통 화로를 제대로 들여다보자.

생활밀착형 살림살이이자 귀한 유산

화로(火爐)는 주로 조리와 난방 등을 보조하는 기구로 안방과 사랑방에 두고 사용했던 물건이다. 시원은 선사시대까지 올라가며, 변화를 거쳐서 지역에 따라 여러 형태를 보인다. 주로 무쇠와 놋쇠 등으로 제작되었지만 세월을 더 거슬러 올라가면 토기와 도자기, 돌 등을 사용해 만들기도 했다. 대개 화로의 형태는 둥글거나 사각형을 띄며, 무늬가 없는 경우도 있지만 '수복(壽福)', '장생(長生)' 등의 상서로운 문구 또는 길상 문양을 새기거나 그려 놓기도 했다. 모양새를 자세히 살펴보면 손잡이는 좌우 양쪽에 있으나 받침은 대부분 없으며, 무쇠화로는 형태가 질화로와 비슷하나 손잡이가 달려 있고, 바닥에 세 개의 발이 달려 있다. 놋쇠화로는 상류층에서 주로 사용하며, 전이 대체로 넓고 다리가 개다리처럼 살짝 돌출되어 있다. 돌화로는 곱돌을 이용하며, 따뜻한 기운을 오래 간직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둥근 쇠를 좌우 양쪽에 꿰어서 손잡이로 삼기도 한다.

화로
화로 사진(1)

사진출처: 국립민속박물관

화로형토기
화로형토기 사진

사진출처: 국립민속박물관

관습적인 측면에서의 의미도 적지 않다. 대부분의 집에서는 불씨가 집안의 재운을 좌우한다고 믿어 시어머니는 불씨를 담은 화로를 며느리에게 대대로 물려주었으며, 종가(宗家)에서 분가(分家)할 때는 맏아들이 불씨 화로를 들고 이사하는 새집에 먼저 들어가는 것을 중요시 여겼다.

다재다능하게 활용된 선조들의 잇템

무엇보다 화로의 가장 큰 특징은 실용성 있는 생활도구이면서 공예와 회화 측면의 아름다움도 지니고 있다는 점이다. 화로는 이동식 기구로, 생활 속에서 조리와 난방 등 두루두루 쓰던 다기능 살림살이로 특히 겨울철에 외풍이 심했던 한옥에서는 요긴한 쓰임새가 있는 살림살이가 아닐 수 없었다. 온돌과 더불어 우리 조상들이 이용할 수 있는 유일한 난방기구가 화로였던 것이다. 요즘으로 치면 이동식 난로 역할을 화로가 했다.

금칠 모란문과 당초문이 들어간 옻칠 화로
금칠 모란문과 당초문이 들어간 옻칠 화로 사진

사진출처: 국립민속박물관

자개 화로
자개 화로 사진

사진출처: 국립민속박물관

그뿐이 아니다. 화로는 우리 조상들이 보다 편리하게 요리를 하기 위해 사용한 휴대용 조리기구의 원조라고 할 수 있다. 음식물을 굽거나 끓일 때 유용하게 사용한 것이 바로 화로인 것이다. 조상들은 화로 위에 석쇠를 올리고 고기를 구워 먹기도 하고, 전골을 끓여 먹기도 했다. 이 또한 양반가에서나 즐길 수 있는 풍요로운 문화였다. 이렇게 화로를 유용하게 사용한 기록은 『임원경제지』에 화로에 고기를 구워 먹는 방법이 남아 있기도 하다.

화로의 기능성은 몹시 다양해 화로의 숯에 인두를 달구어 다림질을 하는 등 화로는 조상들의 삶에서 다방면으로 없으면 안 되는 유용한 살림살이였다.

날씨가 쌀쌀해진 요즘 조상의 지혜로운 살림살이인 화로에 숯을 지펴 보온도 하고, 군고구마나 군밤을 구워 먹는 상상을 해본다. 맹추위의 겨울이 한결 포근하고 낭만적으로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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