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은 우리가 이 세상을 살아가기 위한 중요한 도구이고, 특히 나이가 들어서 더 이상 소득이 없는 은퇴자들에게는 생명줄이나 다름없습니다. 퇴직은 하였지만 충분한 노후 자금을 모으지 못하여서 저임금의 단순 노동이라도 구하려고 애쓰는 50대, 60대의 사연이 요즘 언론에 자주 등장합니다. 그것을 보면서 은퇴를 앞두고 있는 40대, 50대에게는 노후가 매우 불안하게 느껴지고, 빨리 돈을 모아야 하겠다는 조급함이 생길 것입니다.
하지만 우리 사회는 금융 투자를 통한 노후 준비라는 교육을 논리적이고 체계적으로 제공하지 못하였습니다. 이미 은퇴를 하였거나 이제 은퇴하는 분들은 1970~1980년대의 고도 성장기에 사회생활을 시작하였기에 여윳돈을 은행 예금에 넣어 두어도 높은 이자를 받았고, 부동산을 구입해 두면 하루가 다르게 가격이 폭등하였기에 다른 투자를 생각할 필요가 없었습니다.
그런데 이제는 우리나라의 경제 성장이 둔화되어 예금 이자는 물가 상승률을 간신히 상회하는 수준이고, 부동산 가격은 예전처럼 오르지 않으면서 오히려 각종 규제와 세금을 감당해야 합니다. 그러다 보니 은퇴 준비자들이 주식으로 대표되는 금융상품 투자에 눈을 돌리기 시작하는데, 이것을 돈 놓고 돈 먹는 투기로 생각하시는 분들이 많습니다.
그래서 소위 '정보'라는 것을 찾게 됩니다. 빠른 시일에 높은 수익을 내는 비법을 찾으려고 하는 것입니다. 이 세상에는 그런 비법이나 정보가 없습니다. 저는 빨리 돈 버는 방법은 없다고 단언합니다. 그래도 사람들은 조그마한 정보라도 목말라 합니다. "주위의 누가 주식으로 큰 돈을 벌었다더라"하면 득달 같이 "나도 그 정보 알려줘"라고 합니다.
정말로 그런 정보가 있을까요? 모든 상장 기업들은 분기 보고서를 제출하고, 그것만 읽어도 기업의 현황과 미래가 다 공개되어 있는데, 요즘 시대에 비밀 정보가 과연 있을까요?
몇 년 전 서울 강남이 개발될 때 어느 지역에 아파트 단지가 들어서는지 정보를 먼저 알아서 부자가 되었다는 설은 그나마 설득력이 있습니다. 하지만 미래의 주가를 알고 있으므로 그 정보를 제공한다는 사람은 전부 사기꾼 아니면 시세 조작꾼이라고 봅니다.
사기꾼은 아니더라도 '이 종목이 유망하다', '이 종목을 소개하겠다'하는 유튜버와 블로거가 많이 있습니다. 요즘은 미국 주식이 많이 오르다 보니 주로 미국 주식을 소개하는데, 유식하게 보이기 위해서 온갖 주식들을 다 가져옵니다.
미국 주식은 틱커 심볼(Ticker Symbol)이라고 하여 기업이나 펀드 이름을 약자로 표시하는데, 알파벳 약자를 줄줄 읊어대면 마치 전문가처럼 보입니다. 그러면서 특정 종목이나 2배, 3배 레버리지 상품이 좋다고 열심히 설명하는데, 저는 상당히 위험한 주장이라고 생각합니다. 빨리 돈 벌 수 있을 것 같지만, 오히려 빨리 돈을 잃을 수도 있습니다.
물론 소수의 특정 종목에 집중 투자하면 단기간에는 큰 수익을 낼 수 있습니다. 작년에 큰 인기를 모았던 테슬라와 엔비디아가 이에 해당합니다. 하지만 대부분 오래가지 못합니다. 수익을 낸 만큼, 또는 그 이상으로 손실을 보는 경우가 많습니다.
아주 운이 좋으면 특정 종목을 사고 팔기를 반복하면서 꽤 오랫동안 수익을 낼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 확률은 매우 낮을 것입니다. 투자의 방향성을 제시할 수도 없고, 투자 방법을 체계화할 수도 없는 그냥 랜덤이나 복불복 같은 운일 것입니다.
주식투자, 특히 연금계좌에서의 투자는 분산투자이어야 하고 장기투자이어야 합니다. 분산투자와 장기투자를 하면 누구나 상위 1%의 부자가 됩니다. 1%가 되기 위해서 100명 중 1등을 해야 하는 것이 아니고, 100명 중 100명 모두가 1%의 부자가 되는 것입니다. 이게 가능하냐고요? 네, 가능합니다. 그 방법을 설명하겠습니다.
아래 표는 미국 S&P 500 지수의 지난 30년 롤링(rolling) 수익률을 나타냅니다. 풀어서 설명하면, 30년 전인 1995년부터 오늘까지 무작위로 아무 날에 S&P 500 지수에 투자하고, 1년, 2년, 3년 등의 기간이 경과한 후의 연수익률 분포입니다. 투자 기간이 같더라도 투자 시작 날짜를 무작위로 선택했으니 수익률은 제각각 일 것입니다. 운이 좋은 경우 수익률이 매우 높을 것이고, 운이 나쁜 경우 그 기간에 큰 손실을 보았을 것입니다. 그 최대 수익과 최대 손실의 범위를 표시한 도표입니다. lazyportfolioetf.com이라는 사이트에서 가져왔습니다.
그래프 1 SPDR S&P 500 (SPY) ETF(Annualized Rolling Returns 1March 1995 - 28 February 2025 (30 Years))
예를 들어 제일 왼쪽에 표시한 1년 수익률을 보면, 30년의 기간 중 하필 가장 수익률이 안 좋았던 1년 동안 보유한 사람은 -43.44%의 손실을 본 반면, 가장 수익률이 좋았던 1년 동안 보유한 사람은 56.25%의 수익을 냈습니다.
극단적인 경우를 제외하고 통계적으로 의미가 있는 하위 15%에 해당하는 사람을 보면 -7.77%의 손실을 본 반면, 상위 15%에 해당하는 사람은 27.33%의 수익을 보았습니다. 그리고 딱 중간에 있는 사람은 도표에는 수치가 없지만 14.12%의 수익을 보았습니다.
1년이라는 기간은 투자에 있어서 매우 짧은 기간입니다. 그래서 어느 날짜에 매수하였는지에 따라 큰 수익을 낼 수도, 반대로 큰 손실을 볼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투자한 지 2년이 되면 최대 수익은 37.08%, 최대 손실은 -26.04%로 그 범위가 대폭 줄어들고, 시간이 갈수록 더 줄어듭니다. 그러다가 보유 기간이 7년이 되면 하위 15%를 제외한 모든 사람들이 수익을 내게 되고, 15년이 되면 모든 사람이 수익을 내게 됩니다. 즉 지난 30년 동안 S&P 500에 투자하고 15년을 기다린 모든 사람들은 수익을 보았습니다. 적게는 연 3.67%, 많게는 연 15.91%의 수익을 본 것입니다. 그러다가 30년을 보유하면 누구나 연 평균 10.62%의 수익을 보게 된 것입니다.
위의 표는 지난 30년의 실제 데이터를 토대로 작성한 것입니다. 지난 30년 중 가장 비싸게 사서 가장 싸게 팔았더라도, 그 보유 기간이 15년을 넘었으면 절대로 손해를 보지 않았다는 통계를 보여주는 증거입니다. 즉 100명이면 100명 모두 수익을 냈습니다.
오늘 기준으로 그렇다 하더라도, 다른 날짜 기준으로 보면 다를까요? 1965년에서 1995년 사이 어느 날에 S&P 500에 투자하였더라도 30년을 보유하였으면 연 10% 정도의 수익을 얻었습니다. 투자 날짜에 따라 수익률의 차이는 약간 있지만, 몇 % 안 됩니다. 반면 손해를 본 경우는 단 한 번도 없었습니다.
이렇게 확실한 데이터를 제쳐 두고 다른 정보를 찾아 헤맬 필요가 없습니다. 지난 100년 동안 축적된 S&P 500의 방대한 데이터가 가장 확실한 투자 정보입니다. 이 통계를 믿으면, 오늘 S&P 500에 투자하고 30년 후 미래인 2055년에는 연 10% 정도의 수익을 낼 것이 거의 확실하다고 생각합니다. 과거의 통계가 저 정도로 일관성이 있는데, 미래가 갑자기 바뀔 확률은 매우 희박할 것입니다.
연 평균 10%의 수익률을 복리로 적용하면 30년 후의 평가액은 원금의 20배가 됩니다. 오늘 1억 원을 투자하여 연 10%의 수익률을 내면 30년 후인 2055년에는 20억 원이 되는 것입니다. 물론 그 때의 20억 원은 현재의 20억 원과 다릅니다. 향후 30년 동안 물가 상승률이 연 2.3%라고 가정하면, 그 때의 20억 원은 현재의 10억 원 가치입니다. 현재 10억 원이 있으면 1% 부자이니, 30년 후에 20억 원이 있으면 1% 부자일 것입니다.
1퍼센트에 들어가는 방법은 쉽습니다. 30년 동안 꾸준히 S&P 500에 투자하면 됩니다. 그러면 100명 중 100명 모두 1퍼센트의 부자가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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