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초 연금투자자라면 다소 아쉬워할 소식이 있었습니다.
우리 정부가 올해부터 해외투자 소득과 관련해 외국 정부에 납부하는 세액 처리 방식을 개편했는데 이로 인해 연금계좌에 이중과세 가능성이 생기고 일부 세제혜택이 줄어들게 돼 논란이 불거진 것입니다.
문제는 논란을 다루는 과정에서 실제 영향에 비해 불이익이 더 클 것이라는 오해도 함께 생겼다는 것입니다. 연금투자자로서 합리적으로 대응하려면 오해를 바로잡고 정확한 사실만을 인지할 필요가 있습니다.
이번 세제 개편으로 영향을 받는 대상이 실제로 어디까지인지, 연금투자자들에게는 어느 정도 영향을 미치는지 알아보겠습니다.
국세청 외납세 공제 방식 개편
연금계좌에 불거진 논란은 두 가지입니다. 첫째는 이중과세, 두 번째는 과세이연 효과가 사라진다는 것입니다.
왜 이러한 결과가 발생했는지 알아보기 위해 우선 외국납부세액 처리 방식이 어떻게 개편되었는지 간략하게 살펴보겠습니다.
해외투자 ETF가 담고 있는 해외주식에서 배당금이 발생하면 해당 국가의 정부에서 세금을 징수합니다. 기존에는 원천징수 된 세액을 국세청에서 보전해 줬습니다.
펀드 입장에서는 세전 배당금을 수취한 셈입니다. 그리고 나중에 투자자에게 분배금을 지급할 때 국내 원천징수세율에 맞춰 세금을 징수했습니다.
하지만 올해부터는 국세청에서 선환급을 해주지 않습니다. 즉, 외국 정부에 원천징수 된 세후 배당금이 분배금으로 지급되는 것입니다. 문제는 연금계좌의 경우 출금 시 과세가 이루어진다는 점입니다.
현행대로라면 해외주식형 ETF에서 발생한 분배금 역시 인출 시 과세가 이루어질 텐데, 이미 외국 정부에 세금을 납부한 만큼 이중과세 문제가 발생합니다.
다만 한국 세법상 이중과세는 못하게 되어 있어 이 문제는 기획재정부에서 세법 시행령 개정 등을 통해 시정하겠다고 발표했습니다.
그 다음 짚어봐야 할 것은 분배금에 대한 과세이연 효과가 사라지는 것입니다. 기존에는 연금계좌에 입금된 세전 분배금을 추후에 과세하기 전까지 그대로 운용할 수 있었습니다.
세후 분배금을 운용하는 경우보다 더 높은 복리 효과를 누릴 수 있었던 것입니다. 연금계좌에서 자금을 출금할 때까지 과세를 이연하기 때문에 얻을 수 있는 효과였습니다.
하지만 개편 이후부터는 외국정부에서 원천징수한 세후 분배금이 들어오기 때문에 과세이연 효과는 사라집니다.
해외주식형 ETF의 분배금 등 일부만 영향
하지만 그렇다고 연금계좌 자체가 무용지물이 되는 것은 아닙니다. 외국납부세액 공제 개편에 영향을 받는 소득은 일부로 한정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이와 관련해 질문 형태 로 투자자들이 궁금해할 만한 사실들을 정리해 보겠습니다.
질문:
연금계좌에서 발생한 모든 ETF 분배금에 대해 과세이연 효과가 사라지는 건가요?
대답:
그렇지 않습니다. 외납세 공제 개편의 영향을 받는 것은 외국 정부에서 세금을 원천징수 하는 투자수익만 해당됩니다. 구체적으로 해외주식(리츠 포함)의 배당금 등입니다.
따라서 이들을 재원으로 한 ETF의 분배금만 영향을 받습니다.
질문:
해외투자상품의 매매차익도 영향을 받나요?
대답:
그렇지 않습니다. 해외 기초자산 가격 상승에 따른 해외투자 펀드, ETF의 매매차익은 영향을 받지 않습니다.
또한 국내주식의 배당금이나 국채이자, 미국 국채 및 회사채 이자, 옵션 프리미엄 등을 재원으로 한 분배금도 영향을 받지 않습니다.
따라서 연금계좌 내 여타 소득들의 경우, 과세이연 효과는 여전히 유지된다는 점을 기억할 필요가 있습니다.
연금계좌는 여전히 뛰어난 노후준비 투자 수단
질문:
해외주식의 배당금을 재원으로 분배금을 지급하는 해외주식형 ETF는 연금계좌 대신 일반 주식위탁계좌에서 투자하는 것이 낫지 않나요?
대답:
그렇진 않습니다. 변화가 있긴 하지만 여전히 연금계좌는 일반 주식위탁계좌와 비교할 때 절세효과가 뛰어난 노후 준비 투자 수단입니다. 우선 연금계좌에는 세액공제 혜택이 있습니다.
연소득 5,500만 원이 넘는 직장인은 연간 납입금 중 최대 900만 원에 대해 13.2%, 연소득이 그 이하이면 16.5%의 세금을 공제받을 수 있습니다.
다음으로 저율과세 혜택이 있습니다. 일반계좌에서는 이자배당소득세율이 15.4%입니다. 하지만 연금계좌에서 연금을 수령할 경우 운용 수익에 대해 3.3~5.5% 세율로 저율 과세합니다.
또, 연금계좌에서 발생한 투자수익이 얼마가 되든 금융소득 종합과세 부담에서도 자유롭습니다.
마지막으로 연금계좌에는 모든 수익과 손실에 대해 손익통산 기능도 있습니다. 총 순이익에만 과세를 하기 때문에 투자자 입장에서는 보다 유리합니다.
따라서 해외ETF의 분배금에 대한 과세이연 효과가 사라졌다는 이유만으로 연금계좌가 지닌 혜택들을 포기할 필요는 없습니다.
질문:
연금계좌에서 투자하고 있는 해외 고배당주 ETF의 자금을 다른 상품으로 옮겨야 하나요?
대답:
이에 대한 의사결정을 내릴 때 명심해야 할 것은 결국엔 '수익'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는 것입니다.
해외 고배당주 ETF 등의 상품이 외납세 공제 개편으로 연금계좌에서 과세이연 효과를 누리지 못하게 되더라도 해당 ETF의 세후 분배금이나 가격 상승폭이 과세이연 효과가 유지되는 다른 ETF의 성과보다 더 높을 수 있습니다.
따라서 단순히 과세이연 효과가 사라졌다고 해서 무조건 다른 투자상품으로 교체하는 것을 고려하기보다는 장기적으로 소득이 얼마나 성장할지, 궁극적으로 세후 수익이 무엇이 더 높을지 등을 차분히 따져볼 필요가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