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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의 비극 속에 드높이 펄럭인 투쟁정신
귀환의 그날까지 기억해야 할 어재연 수자기
(2023년 06월 기사)

역사의 비극 속에 드높이 펄럭인 투쟁정신 귀환의 그날까지 기억해야 할 어재연 수자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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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3년 06월 기사)

6월은 우리 민족이 겪은 아픈 역사, 한국전쟁을 먼저 떠올리게 한다. 아프고 슬픈 과거이지만 반드시 기억해야 할 역사이기도 하다. 하지만 우리 민족이 겪은 전쟁이 유독 한국전쟁만은 아니었다. 동족상잔의 비극이라는 이유로 한국전쟁의 참상은 어쩌면 더 컸지만 끊임없이 외세의 침략을 받았던 우리는 수많은 전쟁을 겪어야 했다. 이러한 역사로 인해 전쟁과 관련한 우리의 귀한 문화유산도 있다. 전쟁에서 결연한 의지를 다지며 높이 매달았던 대장의 군기, 바로 수자기(帥字旗)다. 호국의 달을 맞아 수자기에 대해서 알아본다.

현존하는 유일한 수자기이자 미군이 전리품으로 가져간 어재연 수자기

우리에게 가장 익숙한 수자기를 들자면 이순신 수자기가 대표적이다. 왜구로부터 굳건히 우리나라를 지키고자 했던 이순신 장군의 곁에도 늘 수자기가 함께했던 것. 하지만 이 귀한 이순신 장군의 수자기는 현재 남아있지 않다. 우리나라 전쟁사의 남은 귀한 문화유산인 수자기 중 남아있는 것은 신미양요 때 강화도 광성보에서 미국과 치열한 전쟁을 치를 때 높이 매달아 사기를 충전시킨 어재연 장군 수자기가 유일하다.

부산진순절도(釜山鎭殉節圖) 부분
부산진순절도(釜山鎭殉節圖) 부분 사진

변박卞璞 모사 | 1760년 | 비단에 채색 | 147.0X97.0cm | 육군박물관 | 보물 제391호

동래부순절도(東萊府殉節圖) 부분
동래부순절도(東萊府殉節圖) 부분 사진

변박卞璞 모사 | 1760년 | 비단에 채색 | 147.0x97.0cm | 육군박물관 | 보물 제392호

평양성탈환도(平壤城奪還圖) 부분
평양성탈환도(平壤城奪還圖) 부분 사진

조선 | 비단에 채색 | 10폭 병풍 | 96.7x329.5cm | 고려대학교박물관

가로와 세로 길이가 각각 4미터가 넘는 이 거대한 수자기는 비극의 역사 속에 펄럭였던 우리 민족의 투쟁정신이 오롯이 담겨있다. 1871년(고종 8) 신미양요 때 진무영 중군에 임명된 어재연 장군이 광성보를 본진으로 해 미군과 전투할 때 사용한 위풍당당한 깃발. 수자기는 불리한 상황에서도 물러서지 않고 나라를 위해 열악한 무기로, 외세와 당당히 맞서 싸웠던 조선병사들의 용기와 투쟁 정신을 상징한다. 하지만 미군의 근대적 군사력에 밀려 광성보는 함락당하고 말았고 수자기는 이때 전리품으로 미군이 가져갔다.

고국의 품으로 영원히 돌아올 그날을 기다리며

전리품으로 미국으로 건너간 어재연 장군 수자기는 이후 애나폴리스에 위치한 미 해군사관학교 박물관에 보관되어 있다가 조국을 떠난 지 136년만인 지난 2007년 고국으로 돌아왔다. 2007년 초 문화재청이 수자기 반환 계획을 세우고 같은 해 3월 미 해군사관학교 박물관장 앞으로 의견을 타진하였지만 원칙적으로 반환은 불가하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하지만 연구 목적의 조사는 괜찮다는 미국측의 입장에 따라 조사단이 파견되었고, 우여곡절 끝에 같은 해 6월, 미 해군사관학교 박물관에서 10년간의 장기대여를 결정하면서 수자기는 2007년 10월 19일 한국에 도착했다.

수자기(帥字旗)
수자기(帥字旗) 사진

19세기 | 면·마 | 430.0x413.0cm | 미국 애나폴리스 해군사관학교박물관

속병장도설(續兵將圖說)
속병장도설(續兵將圖說) 사진

조관빈趙觀彬 등 | 1749년 | 종이에 먹 | 36.8x24.2cm | 한국학중앙연구원 장서각

이후 2010년 10월 강화역사박물관이 개관하면서 139년 만에 원래 수자기가 있었던 고향인 강화로 돌아왔다. 하지만 어재연 장군 수자기는 대여 형식으로 한국에 돌아왔기 때문에 2년마다 대여 연장을 하면서 2022년 10월까지 강화역사박물관에 전시되어 있다가 다시 미국으로 긴 여행을 떠났다. 대여 형식으로 국내에 들어온 환수문화재가 지닌 한계로 인해 어재연 장군 수자기는 결국 머나먼 타국에서 여전히 슬픔을 감내하고 있는 것이다.

150여년 전 나라를 지키기 위해 용감하고 치열하게 싸운 우리 선조들의 불굴의 정신을 상징하는 문화유산이자 급변하는 국제정세의 흐름에 어두웠던 우리 역사를 담은 귀한 자료인 어재연 장군 수자기. 현존하는 유일한 우리나라의 수자기인만큼 하루 빨리 고국으로 돌아오기를 바라면서 기억해야 할 소중한 문화유산이다.

위 사진은 국립고궁박물관 특별전 '수자기 帥字旗 - 136년 만의 귀환'(2008년 4월 1일~5월 5일)의 도록에서 발췌하였습니다. 자세한 내용은 아래 문화재청 간행물 링크에서 확인 부탁드립니다.
사진출처: 문화재청(https://www.cha.g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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