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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고 순수한 색채와 풍요를 담다
미니멀한 도자 예술의 백미, 달항아리
(2023년 02월 기사)

맑고 순수한 색채와 풍요를 담다 미니멀한 도자 예술의 백미, 달항아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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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3년 02월 기사)

한국을 대표하는 도자기로 양립하는 고려 청자와 조선 백자는 조형미나 다양한 문양을 그려 넣은 형태를 기본으로 한다. 하지만 조선 백자 중에서도 드물게 제작된 것으로 알려진 달항아리는 풍만한 구조와 아무런 장식도 하지 않은 단아하고 정갈한 형태가 특징이다. 현대적으로 해석하자면 미니멀리즘의 전형이라고 할 수 있다. 독특한 매력을 가진 달항아리는 조선시대를 지나 근대와 현대를 관통하면서 더 많이 제작되고 새롭게 해석되며 한국적인 아름다움을 대표하는 도자 예술로 손꼽히고 있다.

오직 조선에서만 빚어 현대로 이어진 동양 도자 예술의 정수

달항아리 사진(1)

조선시대에 만들어진 달항아리는 현재 스무 점 미만으로 전하고 있고 그중 일곱 점이 국보나 보물로 지정되어 있다. 17~18세기 중국이나 일본에서도 많이 제작된 보통의 백자 항아리와 달리 달항아리는 오직 조선에만 존재했다. 높이 40여cm의 달항아리는 커다란 대접을 두 개 만든 다음 이것을 잇대어 둥글게 만든다.

그 때문에 모든 달항아리에는 가운데 이은 자국이 있고 자연스레 달항아리의 둥근 선은 정형화되지 않았다는 독특함을 소유하고 있다. 둥그런 형태에 아무 무늬가 없는 조선 후기의 대형 백자인 달항아리의 원래 이름은 '백자대호'로 보름달처럼 크고 둥글게 생겼다 해서 1950년 무렵부터 백자 달항아리라는 이름으로 불리게 됐다.

한국을 대표하는 화가인 김환기와 미술학자인 최순우도 각별히 아끼고 사랑했다고 알려진 달항아리는 우리나라 고유의 도자기로 고유성과 독보적인 아름다움을 자랑한다. 현대에 와서도 그 아름다움을 이어나가고자 하는 작가들의 시도가 이어져 권대섭이나 최영욱, 강민수, 승지민 등이 달항아리를 주제로 활발하게 작품활동을 하며, 오히려 현대에 들어 한국을 대표하는 도자 예술의 정수로 알려지고 있다. 한국적인 아름다움을 고스란히 담은 달항아리는 방탄소년단 RM과 빌 게이츠가 구입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주목을 받았고, 한국에 대한 남다른 애정을 과시하고 있는 프랑스의 작가 알랭 드 보통이 그의 책 『영혼의 미술관』을 통해 '겸허의 미덕에 대한 최상의 오마주'라고 극찬하면서 전 세계적인 관심을 받는 한국의 대표적인 도자기에 등극했다.

고유성을 유지하거나 다양한 접근으로 재해석한 현대 미술의 주요 소재

조선시대 백자의 특징인 온화한 백색과 유려한 곡선, 넉넉하고 꾸밈없는 형태를 고루 갖춘 항아리로 인정받는 달항아리. 매력적인 볼륨감과 질감, 형태, 공간감을 가진 고유성과 셀럽들의 예찬이 이어지면서 최근에는 국외에서도 달항아리를 찾는 도예가들이 많아지고 있다. 달항아리의 쓰임새에 대해서는 여러가지 설이 있지만 정확히 입증된 것은 아직 없다. 기름이나 꿀과 같은 액체 혹은 곡식을 담는 저장용이나 꽃을 꽂아 장식하는 용도로 사용되었을 가능성이 제기되었지만 불분명하다.

달항아리 사진(2)
사진출처: 국립중앙박물관
달항아리 사진(3)
사진출처: 국립중앙박물관

다만 세계 어디에서도 찾을 수 없는 풍만하면서도 정갈한 아름다움을 가진 달항아리는 한국 예술의 위상을 높이는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은 분명하다. 특히 전통의 소재가 현대에 와서 여러 작가들에 의해 고유성을 그대로 담아 한국미의 결정체를 도자기로 꽃피고 있다. 수묵화 기법으로 캔버스에 담은 회화, 달항아리 고유의 풍만하고 유려한 곡선미의 형태는 살리되 색감을 다양화하고 자개로 유니크함을 강조한 기법 등 다채롭게 재해석되고 있다. 이처럼 다양한 접근으로 재해석되거나 혹은 고유성을 유지하면서 전문적으로 작업하는 우리 전통의 예술품은 달항아리가 처음이다. 그만큼 달항아리의 매력이 무한하다는 것을 우회적으로 보여주는 것이기도 하다.

바라보고 있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너그러워질 정도로 깨끗하고 담백하며, 넉넉한 이미지를 가진 달항아리. 한국 예술품을 대표하는 글로벌 화제작이라는 점에서 우리의 자부심을 채우는 조상의 위대한 유산이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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