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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의 중심에서 서울 나들이를 즐기다!

도쿄의 중심에서 서울 나들이를 즐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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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제30기 미래에셋 해외교환 장학생 김용민
안녕하세요. 저는 협정유학생으로서 현재 도쿄의 가쿠슈인 대학(学習院大学)에서 수학 중인 제30기 미래에셋 해외교환 장학생, 미래에셋 글로벌 특파원 김용민입니다. 이번 글에서는 우리나라의 의식주 소개를 테마로, 도쿄의 중심 신주쿠에서 즐긴 '서울 나들이'의 기록을 전해드리고자 합니다.

Ⅰ. 들어가며: 도쿄의 작은 한국

이른바 'K-콘텐츠'의 확산으로 말미암아 전 세계 여러 곳에서 우리의 문화를 즐기는 이들이 점차 늘어나고 있습니다. 그러한 'K-콘텐츠'의 확산에 있어 가장 큰 열기를 띠는 곳이 바로 일본입니다. 최근 한국을 찾는 외국인의 대부분이 일본인인 것에서 알 수 있듯이, 'K-콘텐츠'와 그로 말미암은 한국 문화에 대한 일본인들의 관심은 대단한 수준입니다. 이는 일본에서도 확인할 수 있는데, 어디서든 쉽게 한식당을 찾아볼 수 있고, 마트에서 손쉽게 한국의 식재료들을 구할 수 있다는 점이 일본 내에서 늘어난 한국에 대한 수요를 반증한다고 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한류'의 열풍으로 인하여 일본의 대표적인 코리아타운인 도쿄 신주쿠의 '신오쿠보(新大久保)'는 연일 문전성시를 이루며, 한국 문화를 체험하고자 하는 일본인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고 있습니다. 동시에 한국인 유학생들 또한 고향의 향수를 느끼기 위하여 신오쿠보를 방문하는데, 저 또한 현재 유학 중인 가쿠슈인 대학에서 전철로 단 2개 역을 지나면 바로 신오쿠보에 닿기 때문에 간간이 장을 보러 이곳에 방문하곤 합니다. 이러한 분위기로 인해 신오쿠보에서는 일본이 아니라 마치 일본인 관광객들로 가득 찬 명동의 거리를 걷고 있는 듯한 기분이 느껴지기도 합니다.

또한, 신오쿠보에서 남쪽으로 살짝 떨어져 있긴 하지만, 역시 같은 신주쿠구에는 주일대한민국대사관의 '한국문화원'이 위치하여 전통에서 현대에 이르는 우리 문화를 폭넓게 소개하고 있습니다. 특히 문화원 내에 위치한 사랑방은 일본 유일의 한옥으로, 일본에서도 우리의 전통 생활양식을 확인할 수 있는 특별한 장소입니다. 이러한 환경적인 요인 덕분에 신주쿠구 일대의 코리아타운은 그야말로 '도쿄의 작은 한국'이라고 말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이러한 신오쿠보 일대는 이번 취재의 테마인 '대한민국의 의식주 소개'를 진행하는데 가장 적합한 장소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에 이번 글에서는 신오쿠보 일대의 여러 장소를 거닐며 마치 '서울에서 주말 나들이'를 떠난 듯한 기분으로 의식주와 관련된 현장 스케치를 전해드리겠습니다. '나들이'는 같은 대학의 일본인 친구, 타이완 출신 유학생과 함께할 것이며, '닮은 듯 닮지 않은' 동아시아 문화권에 속한 이들의 우리 문화에 대한 체험과 감상을 통해 우리 문화의 특징에 대해서 다시 한번 되짚어 보는 시간을 갖고자 합니다. 소개는 편의상 '주-의-식'의 순서로 진행하였으며, 동선은 '한국문화원-신오쿠보' 순으로 이동하였음을 먼저 밝힙니다.

Ⅱ. 주(): 도쿄 유일의 한옥

기실, 해외에서 우리 전통의 '주'를 설명하는 것은 썩 쉽지 않습니다. 아무래도 그러한 '주'를 직접적으로 보여줄 수 있는 한옥을 찾기 힘들 뿐더러, 한옥이 있더라도 전통적인 그것과는 다소 차이가 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다행히도 도쿄에는 전통 방식으로 일부 재현한 한옥이 존재하는데, 그것이 바로 신주쿠 소재 주일대한민국대사관 한국문화원 4층에 위치한 사랑방입니다.

한국문화원 사랑방은 창덕궁(昌德宮) 연경당(演慶堂)을 모티브로 한 한국 전통의 건축 양식과 생활공을 체험할 수 있는 곳으로 사랑방, 대청마루, 마당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연경당은 일반적인 궁궐의 건축물과는 다르게 민간의 사대부가를 표방하여 지은 건물입니다. 물론 세부적인 면에서는 궁궐의 건물이라는 지위에 걸맞게 사대부의 집과는 구분되는 점들이 일부 존재하긴 합니다. 하지만 기본적으로 사대부가 혹은 왕족의 사저(私邸)를 기반으로 하였기에, 한국문화원 내에 있는 사랑방은 우리의 전통 주거 양식을 체험하기에 최적의 장소라고 할 수 있습니다.

사랑방은 현대식 건물의 중간에 한옥이 들어가 있어 이채롭습니다. 이는 관점에 따라 다소 이질적으로 보일 수도 있으나, 의외로 주변 풍경과 조화를 이루고 있었습니다. 건물 내부에는 한글로 장식한 병풍을 비롯하여 여러 전통적인 요소들로 꾸며져 있으며, 특히 전통적인 장식들이 두드러집니다. 한편, 건물 외부의 하늘정원에는 창덕궁 애련지(愛蓮池) 권역에 위치한 불로문(不老門)을 그대로 재현해 놓았으며, 그 옆에는 온돌에 사용했던 굴뚝 또한 재현되어 있습니다. 불로문의 안쪽에는 장독대가 자리하고 있습니다. 장독대를 보면 그 가정의 살림을 알 수 있다고 했듯이, 장독대는 한 가정의 식생활에 직결되는 중요한 생활공간으로, 예로부터 주부들은 독을 깨끗이 닦고, 주변에 꽃을 심거나 출입구를 별도로 두는 등 관리에 많은 정성을 쏟기도 했습니다.

사랑방은 손님을 맞이하며, 이들과 담소를 즐기는 공간입니다. 사랑방의 특징에 걸맞게 폭염에도 대청마루에 앉아 친구들과 여러 이야기를 나누며 사랑방 체험에 대한 감상을 나눌 수 있었습니다. 이를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첫째, 우리 전통의 가구에 흥미를 느꼈습니다. 사랑방의 내부는 병풍을 비롯하여 궤() 나 상() 등의 우리 전통의 가구로 꾸며져 있습니다. 이를 보고 사극에서 본 것과 같다면서 반가워하면서, 방석에 앉아 사극의 여성 인물들의 자세를 따라 하거나, 일본이나 대만의 가구들과 비교하면서 우리 전통문화의 특징에 관하여 이야기하였습니다.

둘째, 장독대의 존재에 대해서 상당히 신기해했습니다. 앞서 언급하였듯, 근래 일본을 비롯하여 세계 어느 곳에서도 쉽게 우리나라의 식재료를 찾아볼 수 있습니다. 따라서 고추장이나 된장은 구태여 설명하지 않아도 될 정도로 일본에서도 통하는 식재료가 되었습니다. 그러나 그것을 본래 어떻게 보관했는지에 대해서는 다들 처음 접하였다고 했으며, 장독대의 뚜껑을 열어보거나, 그 안을 확인하는 등 흥미를 느꼈습니다.

셋째, 디딤돌을 통한 문화 차이를 느꼈습니다. 우리가 한옥에 방문할 경우, 자연스럽게 디딤돌 위에 신발을 정리하게 됩니다. 그런데 일본과 타이완의 친구들은 자연스럽게 디딤돌 밑의 바닥 쪽에 신발을 정리하였습니다. 처음에는 이를 인지하지 못했으나, 사랑방을 떠나는 과정에서 눈치채고 웃음을 주고받았습니다.

이렇게 사랑방을 방문해 우리 전통 주거 양식을 체험하며 한국 방문 경험이 있는 친구에게는 예전의 추억을, 아직 방문하지 않은 친구에게는 한국의 전통 문화에 대한 흥미를 불러일으켰습니다. 나아가 서로의 문화 사이의 자그마한 차이점까지 파악할 수 있었습니다.

Ⅲ. 의(): 전통한복과 생활한복

근래 서울을 방문한 외국인들의 필수 코스가 한복을 입고 궁궐을 둘러보는 것임에서 알 수 있듯이, 한복에 대한 관심도 예전보다는 상당히 높아져 있습니다. 서울이었다면 쉽게 한복을 체험할 수 있겠지만, 아쉽게도 이곳은 도쿄입니다. 물론 신오쿠보에 한옥을 체험할 수 있는 업체가 있기는 하지만, 이는 체험이라기보다는 스튜디오에 가깝습니다. 따라서 의복 역시 그리 쉽게 소개할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 이에 의복에 대한 소개는 제가 개인적으로 가지고 있는 생활한복 저고리를 활용하여 진행하였습니다.

저는 한복을 상당히 좋아하며, 사극의 한복 고증에 대하여 복식사(服飾史) 차원에서 접근하는 것을 즐겼습니다. 이에 근래에는 단순한 분석을 넘어 실생활에서 한복을 즐기게 되었고, 몇 년 전 생활한복 저고리를 한 벌 구매하여 일상적으로 입고 다니곤 했습니다. 이는 일본에서도 계속되어 가끔 입고 다니곤 합니다. 이렇게 애착을 가지고 있는 저고리를 이번 '의'의 소개에 활용하였습니다.

한복을 소개하면서 가장 집중한 부분은 '옷고름'의 매듭 방식과 옷깃인 '동정'에 대한 설명입니다. 단추를 활용하지 않고 끈을 여미는 매듭을 통하여 옷을 입는 방식은 동아시아에 공통으로 나타납니다. 하지만 넓고 길게 흘러내리는 옷고름이 겉으로 드러나는 형태는 우리 한복에서만 볼 수 있는 특징적인 것으로, 익숙하지 않으면 생각보다 고름을 만드는 것이 쉽지 않습니다. 이에 이 특수한 고름의 매듭 방식을 직접 시연하면서 그 특징에 관해서 설명하였습니다. 동시에 옷깃의 흰 천인 동정이 특징적이라는 점 또한 설명하여 우리 한복의 독특한 멋을 가시적으로 전하였습니다.

한복 체험을 통해 이전에 한국에서 한복을 입은 경험이 있는 친구들을 그때의 기억을 되짚으며 당시 입었던 옷이 어떠한 구성이었는지를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더불어 체험 당시 한국 여행을 앞두고 있던 타이완 친구는 사극 속 궁녀 의상을 입어보고 싶다고 하여 비슷한 한복을 추천해 주기도 하였으며, 일본의 기모노와 비교하면서 우리 한복의 특징을 더욱 확실하게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Ⅳ. 식(): 전통음식에서 소울푸드까지

한옥과 한복 체험을 마친 후, 저녁 식사를 위해서 도쿄 제일의 한인타운인 신오쿠보로 이동하였습니다. 이때, 우연히 한국문화원 1층에서 한국 음료 자판기를 발견해 각각 식혜·수정과·배 음료를 한 잔씩 마시고 출발하였습니다. 이 과정에서 실수로 뜨거운 수정과를 뽑아버려 한 친구가 이열치열을 경험하는 해프닝도 겪었지만, 다행히 입에 맞는다며 뜨거운 수정과를 식혀가며 끝까지 마시는 모습을 보여주었습니다. 수정과 특유의 계피 맛에 익숙하지 않은 한국인이 있는 것을 생각하면 한식에 대한 애정이 깊다고 생각되어, 한국에 단기 유학으로 방문하게 될 이 친구에게 쌍화차를 소개해 주었습니다. 부디 한국에서 더 깊고 그윽한 전통 차의 맛을 즐기기를 기원합니다.

이렇게 의도치 않은 전통 음료 시음회를 뒤로하고 신오쿠보로 걸음을 옮겼습니다. 한식의 체험이라는 맥락에서 어떠한 음식을 함께 먹을지 상당히 고민했습니다. 신오쿠보는 한국에서 먹을 수 있는 거의 모든 음식이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지역이기에 아예 전통음식을 먹을지, 아니면 삼겹살 등 또 다른 현대적인 음식을 먹을지도 상당히 고민했습니다. 최종 선택한 것은 한국인의 소울푸드라고 말해도 과언이 아닐 한국식 치킨이었습니다.

치킨 자체가 온전히 한식이라고 말하기엔 다소 무리가 있기도 하거니와, 닭을 튀긴 음식은 일본의 '가라아게(唐揚げ)'와 타이완의 '지파이(鷄排)'가 존재하는 등 그 자체만으로는 한국을 대표하는 음식이라고 말할 수 있는 것은 아니긴 합니다. 그럼에도 치킨을 한식으로 소개한 것은, 한국의 맛있는 매운맛을 경험하기에 가장 좋은 음식이기 때문입니다.

매운 음식에 비교적 익숙하지 않은 일본에서는 한국인에게 "이것이 매운가?"를 묻는 것을 하면 안 된다는 장난 섞인 말이 있습니다. 한국인에게 맵다는 것은 "이것은 먹고 아플 정도로 매운 것이다"라는 의미라면, 일본인에게는 "매운맛이라는 것이 존재하는가?"라는 의미이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맛있게 맵다"라는 우리의 매운맛을 모른 채, 불닭볶음면 식의 매운맛이 한식의 '신미(辛味)'라고 오해하기도 합니다. 이에 누구나 간편히 즐길 수 있는 한국식 양념치킨을 함께 먹으며, 한식의 '매운맛'이 마냥 두려운 것이 아님을 역설하였습니다.

물론 주문 실수를 해서, 양념치킨 2마리에 매운 고추 양념치킨 반 마리를 시키는 참사가 발생하기는 했습니다. 하지만 모두 맛있게 치킨을 즐기면서 한국의 '매운맛'에 대하여 재인식하는 좋은 시간을 보냈습니다. 특히 이때 방문한 가게가 한국 대학가에서 흔하게 볼 수 있는 체인이 아닌 치킨집의 분위기와 상당히 유사해, 한국에서 뒤풀이 하는 듯한 기분을 낼 수 있었습니다.

Ⅴ. 나가며: 닮은 듯 닮지 않은 우리

저는 인천 출신으로 평생을 인천에서 살고 있지만, 학교가 서울의 한복판인 점과 더불어 전통문화가 살아있는 서울을 상당히 좋아합니다. 방과 후에 고궁이나 북촌 등을 산책하고, 주말에는 한국인 친구는 물론 일본인 친구와 종로나 중구 일대에서 만나 이번 도쿄에서 그러하듯이, 한옥과 관련된 어딘가를 방문하고 식사한 뒤 해산하는 일정의 '나들이'를 상당히 자주 즐겼습니다. 따라서 저에게 일상적인 그 '나들이'를 일본에서 하며 오랜만에 고국의 정취가 느껴져 그리운 마음이 들었습니다.

동아시아 문화는 '닮은 듯 닮지 않은' 사이입니다. 따라서 서로의 문화에서 익숙함을 느끼면서도, 동시에 이질감을 느끼기도 합니다. 이는 한편으로는 '이질감'이 강조되어 서로를 배척하는 결과를 이끌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익숙함'에 매몰되어 결국 모든 문화가 자신의 문화와 같다는 식의 논리적 비약으로 귀결되기도 합니다. 하지만 진정 자국의 문화를 이해하는 것은 곧 다른 문화와의 '익숙함'과 '이질감'을 고르게 인정하고 이해하는 것을 통하여 가능합니다. 요컨대, 비슷한 문화권 속에서 우리가 가지고 있는 특수함을 상호 간의 인정과 체험을 통해서 파악할 수 있는 것입니다. 그러한 맥락에서 이번 '대한민국의 의식주 체험'이라는 테마에 있어 '한국·일본·타이완'이라는 동아시아 문화권 내의 '이웃'들과 우리 문화의 체험을, 그것도 일본에서 진행한 것은 '우리의 문화'가 무엇인지에 대해 자각케 해준 귀중한 경험이었습니다.

여행으로 일본을 방문한 분들이라면 구태여 한인타운에 방문할 이유는 없다고 생각되기는 합니다. 하지만 혹시라도 일본에서 고국을 느끼고 싶거나, 혹은 누군가에게 '우리의 문화'를 전하고 싶으신 분들이 있다면, 신주쿠 일대의 '작은 한국'에서 '서울 나들이'를 즐겨보는 것이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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