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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투아니아가 러시아의 에너지 무기화 전략에
당당히 맞선 비결은 무엇일까?
(2023년 11월 기사)

리투아니아가 러시아의 에너지 무기화 전략에
당당히 맞선 비결은 무엇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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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3년 11월 기사)
기고: 제28기 미래에셋 해외교환 장학생 이예원
안녕하세요, 리투아니아에서 교환학생 생활 중인 미래에셋 해외교환 장학생 28기, 이예원입니다.
리투아니아는 구 소련 국가 중 처음 독립을 선포한 나라입니다. 인구 280만 명에 불과한 소국(小國)이지만,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두 달 만인 지난해 4월 유럽연합(EU) 회원국 중 가장 먼저 러시아산 석유 수입을 중단했으며 이어 전력과 천연가스 등 기타 러시아산 에너지 수입도 끊었습니다. 리투아니아가 어떻게 러시아에 당당할 수 있었는지, 그 방법과 현재 상황에 대해 소개하고자 합니다.

280만 명에 불과한 소국 리투아니아의 에너지 독립 과정

러시아에 에너지 수입을 크게 의존한 독일 등 전통의 유럽 강대국들이 머뭇거린 것과 대조적으로 리투아니아는 러시아산 에너지 수입을 중단하고, 대러 외교에서도 초강수를 두었습니다. 리투아니아는 자국 주재 러시아 대사를 본국으로 추방하였고, 러시아와 맺은 외교 관계를 격하했습니다. 또한 EU가 추진한 대러 제재에서도 선봉에 섰습니다. 이로써 자국 안보와 독립을 강조하며, 에너지 독립을 실현하려는 리투아니아의 결단력은 두드러졌습니다.

대러 제재 표현 사진

러시아는 구 소련 해체 이후 에너지 공급을 끊겠다며 협박하는 등 독립국들을 통제하려는 전략을 내세웠습니다. 이에 리투아니아 에너지부 알비나스 자나나비치우스 차관은 "구 소련에서 나온 이후 정말 힘든 시기를 겪어야 했다"라고 언급했습니다. 그는 또한 "독립 직후 러시아가 에너지를 때때로 차단하여 열 공급이 중단되고, 수도가 끊기며, 교통이 마비되는 사태를 겪기도 했다"라며 "일부 국가는 이런 러시아에 굴복해 친러가 되었지만, 우리는 계속 이렇게 속국처럼 살 수는 없다고 생각하였다"라는 말을 전했습니다.

EU에 일찌감치 가입하고 서방국과 가까이 지내던 리투아니아가 눈엣가시였던 러시아의 국영 석유 회사 가스프롬은 10여 년 전까지도 독일에 공급한 천연가스보다 30~40% 높은 가격을 리투아니아에 적용했습니다. 다른 에너지 공급원을 확보할 수 없었던 리투아니아는 울며 겨자 먹기식으로, 높은 비용을 지불해야 했습니다. 이러한 상황에도 러시아 국영 언론은 리투아니아를 비아냥거리며 "에너지 부족의 운명에 처한 죽어가는 젊은 민주주의"라고 비판했습니다. 그러나 리투아니아는 러시아의 압박에 굴복하지 않고 본격적인 에너지 독립을 추진했습니다.

액화천연가스(LNG)기지; 인디펜던스호

에너지 독립을 주도한 인물은 2009~2019년 집권하며 '발트해 철의 여인'으로 불린 달리아 그리바우스카이테 전 리투아니아 대통령입니다. 취임 직후부터 러시아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기 위한 계획에 착수하였고, 5년 후인 2014년 현대중공업이 건조한 선박이 완성되었습니다. 이 대목에서 한국이 세계적으로 인정받은 조선 강국이라는 사실도 엿볼 수 있습니다.

현대중공업이 제작한 이 선박은 LNG를 수입해 오래 저장할 수 있는 LNG 저장·가공 선박 인디펜던스호입니다. 길이 294m, 너비 46m, 높이 26m로, 여의도 63빌딩(249m)을 눕혀 놓은 것보다 덩치가 크다고 합니다. 뱃머리엔 'Independence(독립)'라고 새겨져 있는데, 이는 러시아에서 에너지 독립을 이루겠다는 뜻으로 붙인 이름입니다.

리투아니아가 다른 나라로부터 에너지를 본격적으로 수입할 조짐을 보여 '독점'이 어려워지자, 러시아는 그제야 다른 국가와 같은 수준으로 낮춘 천연가스 판매가를 리투아니아에게 제공했습니다. 2014년 100㎏ 당 48유로였던 러시아산 천연가스 가격이 이듬해 26유로로 인하되었다고 합니다.

LNG 선박 표현 사진(1)
LNG 선박 표현 사진(2)

프란코 마티자섹 인디펜던스호 공동 최고 책임자는 "인디펜던스호 덕분에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의 에너지 무기화 전략에도 당당히 버틸 수 있었다"라고 언급한 적이 있습니다. 2015년 상업 운영을 시작한 인디펜던스호는 선박에 장착한 탱크 4곳에 LNG를 최대 7만 톤까지 저장할 수 있습니다. 평소에는 연안에 정박하여 LNG 선이 운반해 온 천연가스를 액화시켜 저장해두고, 수요가 생기면 다시 천연가스로 바꾸어 파이프라인을 통해 육지로 운반합니다.

'해상 LNG 기지'로 에너지 독립 시동

인디펜던스호는 현재까지 리투아니아 국영 에너지 기업 KN이 운영하고 있습니다. KN 상업 책임자주리타 실린스카이테 벤스로비네는 "우크라이나 전쟁 전에는 6~7개의 기업이 LNG 터미널을 이용하였는데, 지금은 16개 기업이 사용하고 있다"라며 "초기에는 이용 용량의 50% 정도를 사용했지만, 우크라이나 전쟁 후 수요가 늘어 지금은 80~100% 수준으로 풀가동하고 있다"라고 설명했습니다.

폴란드 국영 가스 회사 PGNiG 등 이웃 나라의 기업도 무상으로 인디펜던스호를 빌려 사용하고 있습니다. 이 기업들은 미국, 노르웨이, 이집트 등 세계 각국에서 LNG를 수입한 뒤 이곳에 저장해 둡니다. 프란코 마티자섹 인디펜던스호 공동 최고 책임자는 "7~8일에 한 번씩 크고 작은 LNG 수송선이 와서 가스를 저장하거나 받아 간다"라고 설명했습니다.

에너지 공급망 다변화 추진

리투아니아가 인디펜던스호 하나만으로 러시아에 맞선 것일까요? 그렇지 않습니다. 에너지 공급망 다변화에도 적극적으로 나섰습니다. 리투아니아와 폴란드를 잇는 파이프라인(GIPL)은 2020년 1월 착공해 지난해 5월 상업 운영을 시작했습니다. 508㎞에 달하는 GIPL을 통해 한 해 천연가스 약 20억㎥가 양국으로 이송되고 있습니다. GIPL은 라트비아와 에스토니아, 핀란드를 잇는 기존 가스관과 연결해 리투아니아의 유럽 천연가스 네트워크 접근성을 대폭 확장했다는 평가를 받았습니다. 또한 리투아니아와 스웨덴을 잇는 해저 전력 케이블(NordBalt)도 2021년 상업 운영을 시작하였으며, 이를 통해 리투아니아는 스웨덴을 포함한 인근 국가에서 전력을 수입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이번 3월, 수도 빌뉴스에서 마리우스 스쿠오디스 운송 통신부 장관은 "자연재해나 테러, 전쟁 등 예상치 못한 상황이 언제든 발생할 수 있어 에너지 공급을 한 국가나 기업에 전적으로 의존하기엔 위험이 너무 크다"라며 "2030년까지 유럽 대륙과 연결된 전력망을 추가로 건설해 EU와의 전력망 동기화에도 속도를 내겠다"라고 말했습니다. 또한 4월 17일 한국을 방문한 스쿠오디스 장관은 "클라이페다 항구와 부산항 간 다양한 협력 방안을 모색하겠다"라고 전했습니다.

재생에너지 표현 이미지

2050년까지 신재생에너지 80% 확대 목표로

리투아니아는 신재생에너지를 확대해 에너지 패러다임을 바꿔 화석 에너지 의존도를 줄이는 전략도 추진하고 있습니다. '국가 에너지 독립' 전략을 채택하여 총 에너지 소비량에서 신재생에너지 비율을 2030년까지 45%, 2050년까지 80%로 늘리는 것을 목표로 세웠습니다.

리투아니아의 신재생에너지 비율은 2009년 20%에서 2019년 34%까지 높아졌습니다. 자나나비치우스 에너지부 차관은 "발트해는 수심이 비교적 얕고 바람도 많이 불어 풍력발전기를 설치하기 적합한 환경"이라며 "클라이페다에 해상 풍력발전 시설 건설도 추진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리투아니아의 성공은 국제사회로부터 찬사를 받고 있으며, 다른 나라들에게도 에너지 독립을 실현하기 위한 영감을 제공하고 있습니다. 또한 리투아니아의 에너지 독립은 성공적인 사례일 뿐만 아니라 우리에게 바람직한 미래를 상상하게 해주는 이야기입니다. 우리도 리투아니아의 노력과 열정을 배우고, 지속 가능한 에너지 전환을 위해 노력해야 합니다. 우리 모두가 작은 변화로도 큰 변화를 이룰 수 있다는 것을 기억하며, 지속 가능한 미래를 향한 여정에 함께 나아가 봅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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