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저조차도 오스트리아에 있는 도시라고는 비엔나 밖에 몰랐고, 인스부르크는 교환학생을 준비하면서 알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저도 유럽, 미국, 캐나다, 대만 등 전세계에서 온 친구들에게 물었습니다. 물론 돌아오는 답변은 사람마다 달랐지만, 많은 학생들이 비슷한 답변을 했습니다. 바로 "스키를 타기 위해서"라고요.
오스트리아는 사실 음악뿐만 아니라 알프스로도 유명한 나라입니다. 알프스는 스위스, 이탈리아, 오스트리아, 프랑스 국경에 걸쳐 있는 산이라 오스트리아에서도 알프스를 볼 수 있습니다.
사실 한국에서 알프스를 떠올리면, 대부분 스위스를 생각합니다. 그렇지만 스위스의 높은 물가 때문에 큰 마음을 먹어야 갈 수 있는 게 스위스 알프스 여행이죠. 이런 이유 때문에 유럽에서는 알프스를 더 저렴한 비용으로 볼 수 있다는 장점을 활용해 보통 오스트리아로 알프스 여행을 온다고 합니다.
Austrian Federal Economic Chamber에 따르면, 오스트리아 직업의 10분의 1이 스포츠와 관련됐습니다. 또한 Sport Austria-DATENVADEMECUM의 Federal Ministry of Sport에서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총 산업인구 대비 스포츠 장비 및 서비스 산업에 종사하는 인구는 0.6%, 서비스 및 스포츠 장비 생산과 거래를 포함한 산업에 종사하는 인구는 3.3%, 더 포괄적으로 스포츠 산업에 종사하는 인구는 7.8%나 된다고 합니다. 더 세부적으로 관광산업에서만 보면,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분야는 바로 스포츠입니다. 전세계적으로도 오스트리아에 있는 스포츠 시설의 수준이 유명하며, 동·하계 스포츠뿐만 아니라 알프스에서 하이킹, 산악자전거 등의 스포츠를 즐길 공간이 많기 때문입니다. 또한 오스트리아 인구의 대략 42%가 스포츠 클럽에 가입하였고, 오스트리아 티롤주에는 240개가 넘는 스키장이 있습니다. 약 870만 명 정도의 인구를 가진 작은 나라인 오스트리아에서 알프스가 가진 힘이 어느 정도인지 실감이 되시나요?
이해하기 쉬운 예시는 동계올림픽입니다. 오스트리아 인스부르크에서는 벌써 1964년, 1976년 두 번의 동계올림픽이 개최되었습니다. 2012년에는 청소년 동계올림픽이 열렸고요. 한국에서 평창 동계올림픽이 열렸을 때, 강원도와 강원도 인근의 숙박·관광·교통업의 매출증가는 물론 전세계적으로 대한민국을 홍보할 수 있던 점을 생각해보면, 두 번의 동계올림픽이 오스트리아 경제에 끼친 효과를 쉽게 예상할 수 있습니다.
또 다른 예시는 Freizeitticket (프라이자잇티켓)입니다. 프라이자잇티켓은 오스트리아 티롤주에서 사용할 수 있는 연간이용권이라고 생각하면 됩니다. 학생가격으로 440유로를 주고 미리 구매할 수 있으며, 일 년 동안 티롤주에 있는 박물관, 스키장 등을 무제한으로 이용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티롤주에 거주하는 대부분의 사람들은 매년 프라이자잇티켓을 구매합니다. 일 년 동안 거주하는 교환학생들도 보통 프라이자잇티켓을 구매합니다!
사실 할슈타트는 이미 많이 알려져 있습니다. 모차르트의 도시, 찰츠부르크에서 근교여행으로 많이 가는 곳이 할슈타트입니다. '소금광산'이라는 뜻을 가진 도시로, 광활한 호수와 소금광산으로 유명합니다. 그리고 첼암제는 아직 상대적으로 덜 알려진 알프스 관광지로 할슈타트만큼이나 예쁜 알프스 산맥에 둘러 쌓인 호수를 볼 수 있는 곳입니다. 찰츠부르크나 인스부르크에서 OBB 기차를 타고 방문할 수 있습니다. 저도 아직 여행하지 못했는데, 가 본 친구들의 말에 따르면 알프스 호수를 보고 싶다면 꼭 가야 하는 곳이라고 합니다.
유럽에서는 인스부르크를 '알프스의 장미' 혹은 '알프스의 수도'라고 부릅니다. 교환학생들끼리 우스갯소리로 하는 말이 "여기는 알프스가 뒷산이야." 입니다. 그런데 그저 우스갯소리가 아니라 인스부르크는 정말 알프스를 뒷산으로 두르고 있는 도시입니다.
인스부르크에서는 모든 곳에서 알프스 산맥을 볼 수 있습니다. 날씨가 좋은 날이면, 사람들이 인스부르크 중앙에 흐르는 인강(Inn river)옆에 앉아 피크닉을 즐기거나 조깅을 합니다. 이색적이고 신나는 경험을 원한다면 Cloud 9을 추천합니다. 노르트케테(Nordkette) 산맥 위에 있는 이글루로, 금요일 밤마다 클럽파티를 여는 곳입니다. EDM이나 유명한 POP 등의 음악이 흘러나오지는 않지만, 유럽에서 온 친구들은 항상 선곡에 만족스러워 합니다.
구글맵에서 'ski resort'를 검색했을 때, 인스부르크 주변에서만 검색되는 스키장의 수는 무려 스무 개입니다. 이 중 지금까지 제가 가본 스키장은 세 곳입니다. 인스부르크에 있는 스키장은 인접성이 뛰어나 시내에서 30분~2시간이면 스키장에 닿을 수 있는 것은 물론이고 스키 시즌이 보통 4월 초중반, 높은 산맥에 위치한 경우 5월까지 이어집니다. 보다 저렴하게 이용할 수 있다는 것도 매력적입니다. 매주 주말에 열리는 플리마켓에서 저렴한 가격에 스키장비를 구매할 수도 있고 케이블카 비용도 부담이 적은 편입니다. 또한 실력에 따라 스키 루트가 잘 구분되어 있어 안전하게 스키를 즐길 수 있습니다.
노르트케테(Nordkette) 스키장에서는 아쉽게도 직접 스키를 타보지는 못했습니다. 노르트케테 스키장은 레드존과 블랙존밖에 없어서 사실 실력자가 아니면 탈 수 없는 곳입니다. 그런데 7, 8세 정도의 어린 학생들이 이 곳에서 스키를 타는 것을 보면, 인스부르크에서는 말보다 스키를 먼저 배운다는 말이 농담이 아닌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노르트케테 정상에서 바라보는 풍경은 경탄스러울 정도로 아름답습니다. 비록 동계스포츠를 즐길 수 없더라도 인스부르크에 오시면 꼭 한 번 올라가 보세요. 인스부르크 관광 시 인스부르크 카드를 사면 노르트케테 케이블카 비용도 포함되어 있으니 참고하세요.
악사머리줌(Axamer Lizum) 스키장은 시내에서 한 시간 정도 버스를 타면 갈 수 있습니다. 이곳은 킨더존과 블루존이 굉장히 잘 조성되어 있습니다. 산맥 아래로 펼쳐진 블루존은 능숙자라면 15분이면 내려올 수 있습니다. 중간 등급의 스키어라면 30분정도 걸립니다. 악사머리줌 정상에 있는 레스토랑에서 케이크를 판매하는데 맛있고 저렴하니 꼭 드셔 보시길 추천합니다.
파첼코펠(Patscherkofel) 스키장은 인스부르크 시내에서 버스를 타고 30분 정도면 도착하는 곳에 있습니다. 개인적으로 제가 좋아하는 스키장입니다. 파첼코펠 스키장은 다른 곳에 비해 낮은 산에 위치하고 있기 때문에 굉장히 쉬운 코스로 조성되어 있습니다. 레드존이 악사머리줌 스키장의 블루존보다 쉽습니다. 하지만 그만큼 스키시즌이 빨리 끝나는 곳이기도 합니다. 2019년에는 4월 둘째 주까지만 운영됐습니다. 파첼코펠 스키장에서는 숲길을 따라 스키를 탈 수 있어 색다른 재미가 쏠쏠합니다.
Tip. 스키장 이용 시 이것은 기억하세요
추가적인 정보를 드리자면 각 스키장의 운영 기간은 구글맵에 검색하거나 홈페이지에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주의하실 점은 당일 영업 종료 시간에 케이블카도 바로 운영이 정지된다는 점입니다. 만약 5시까지 운영하는 스키장이라면, 5시에 바로 케이블카가 멈춥니다. 만약 정상에서 경치를 구경하고 케이블카를 타고 내려 오고 싶다면, 영업 종료 시간 전에 꼭 케이블카를 타야 합니다.
동계스포츠를 하러 오스트리아까지 가냐고 생각하실 수도 있겠지만 알프스로 유명한 오스트리아에서 스키를 타는 경험은 생각보다 더 각별하고 소중했습니다. 인스부르크로 교환학생 오기를 잘했다고 느낀 순간들 중 하나였습니다. 특히 겨울 학기에 교환학생을 가고 싶고 동계스포츠를 좋아하신다면, 인스부르크를 진지하게 고려해 보세요. 한국에서 온 교환학생들끼리 알프스라고 하면 스위스만 유명하고 인스부르크는 잘 알려지지 않았다는 사실에 많이 안타까워하고 있습니다. 교환학생뿐만 아니라, 알프스 여행을 가고 싶은데 동계스포츠를 사랑하는 분들께도 오스트리아를 강력히 추천해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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