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코는 1인당 맥주 소비량은 단순히 세계 1위일 뿐 아니라, 2016년을 기준으로 무려 143.3L를 기록한 바 있습니다. 2위인 나미비아보다 크게 앞선 숫자임은 물론, 한국과 비교해보면 약 3.3배(한국은 42.8L)에 달하는 양입니다. 게다가 놀랍게도 체코는 24년간 연속으로 1인당 맥주 소비량에 있어 세계 1위를 단 한 번도 놓치지 않았다고 하네요.
체코의 1인당 맥주 소비량이 이렇게 높은 데에는 맥주에 대한 오랜 역사와 함께 저렴한 맥주 가격이 한몫하고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체코 프라하에서는 맥주를 560mL 기준으로 34코루나에 구입할 수 있는데 이는 세계에서 가장 저렴한 가격이라고 하네요. 실제로 제가 4파운드(117코루나)를 가지고 구입해본 용량은 1,931mL로, 같은 돈을 가지고 프라하에서 구입 가능한 맥주의 양이 가장 많았습니다. 체코 프라하에서 지내며 마트나 레스토랑, 펍을 갈 때마다 매번 값싼 맥주 가격에 새삼 깜짝 놀라곤 한답니다.
많은 국민들이 맥주를 즐겨 마시는 만큼 체코는 많은 양의 맥주를 생산하고 있습니다. 2016년 기준으로, 체코는 18억 8천만 리터의 맥주를 생산함으로써 EU에서 7번째로 큰 맥주 생산지가 되었습니다. 맥주 수출에 있어서도 체코는 2017년 기준 2억 7천 390만 달러의 수출량과 1.9%의 점유율을 기록하며 세계 10위의 자리를 차지했습니다.
소비량과 생산량 모두 압도적인 만큼, 체코의 맥주 산업을 이끄는 일꾼 역시 어마어마하게 많겠지요? 최근 체코 맥주 업계 종사자는 약 55,000여 명에 달합니다. 업무 분야는 크게Breweries(양조장), Suppliers(공급자), Horeca&Retail(Horeca:호텔, 레스토랑, 바, 카페 등의 제품과 서비스를 제공, Retail:백화점, 대형마트, 슈퍼마켓, 편의점 등에 제품 판매)로 나눌 수 있겠습니다.
Breweries는 소형 양조장과 대형 양조장 등 다양한 규모가 있습니다. Suppliers에는 농장주, 건설업체, 화학공업체, 물류 서비스업체 등이 존재합니다. Horeca에는 펍, 레스토랑, 카페, 바 등이 있고 Retail에는 백화점, 마트, 슈퍼 등이 포함됩니다.
체코 맥주 산업 고용의 특성을 보면 Breweries의 경우, 대부분 직접적인 고용을 통한 약 7,600여 명의 종사자를 두고 있습니다. Suppliers와 Horeca&Retail 분야는 간접적인 고용을 통해 각각 12,500여 명, 34,600여 명의 종사자를 두고 있습니다. 이를 통한 정부 총 수입은 약 3,430억 CZK이고, 이 중에서 Horeca로부터의 수입이 가장 크다고 합니다.
플젠스키 프라즈드로이는 체코에서 가장 높은 시장점유율을 가진 기업입니다. 대표적인 맥주로는 체코 내 1위 소비 맥주인 필스너 우르켈과 한국인들에게 유명한 체코 맥주인 코젤, 그리고 감브리누스, 라데가스트가 있습니다. 2017년 이후, 일본 그룹의 아사히 맥주 유럽에 인수되었으며 브랜드의 예상 가치는 대략 2,000억 CZK로 추정됩니다. 2016년 기준 약 1,100만 헥토리터(1헥토리터=100리터)의 맥주를 생산했으며, 수출은 주로 슬로바키아, 독일, 폴란드, 오스트리아, 슬로베니아를 대상으로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아시아, 특히 한국에서 플젠 맥주에 대한 관심이 증가하는 추세이지요.
'오래된 샘(Old spring)'이라는 의미를 가진 스타로프라멘은 플젠스키 프라즈드로이를 이어 2번째로 체코 맥주 시장을 주도하는 또 다른 맥주 제조업체입니다. 대표 맥주로는 스타로프라멘, 브라닉, 벨벳 등이 있습니다. 1869년 설립 후 2005년에 미국 회사인 몰슨 쿠어스 양조 회사에 인수되었습니다. 2015년 기준 맥주 판매량이 지난해보다는 감소했으나 수출은 7% 증가했으며 특히 슬로바키아, 영국, 독일에서 가장 많은 수출량 증가세를 보였습니다.
부데요비츠키 부드바르는 체코의 대형 맥주 제조업체 중 3번째로 큰 규모이고 유일하게 국영 기업인 곳입니다. 1895년에 설립되었고 대표 맥주로는 버드와이저, 부드바르, 버드와이저 부드바르 등이 있습니다. 국영기업인 만큼 수출에 있어서 국가가 적극적으로 나섭니다. 그래서 체코 맥주 수출에 있어 5분의 1 이상을 차지하고 있고 미국, 캐나다, 스위스, 호주 등과 더불어 케냐, 카메룬, 칠레에도 수출이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앞으로는 아시아와 아프리카 시장으로의 수출을 확대할 계획이라고 합니다.
네덜란드 맥주 브랜드인 하이네켄은 스타로브르노 양조장, 크루쇼비체 양조장, 즐라토프라멘 양조장을 차례로 인수해 현재 체코 내에 3개의 양조장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대표 맥주로는 스타로브르노, 크루쇼비체, 즐라토프라멘, 브제즈냑 등이 있고 이 중 크루쇼비체 같은 경우 유럽뿐 아니라 아시아와 미국에도 활발히 수출되고 있습니다.
체코에는 맥주를 이용한 행사가 참 많습니다. 특히, 도시 곳곳에서 관광객을 유혹하는 축제가 활발히 열리는데 이 덕분에 소규모 맥주업체는 물론, 지방 곳곳에서 자체적으로 지역 특색을 담아 제조한 맥주까지 깊이 있게 만날 수 있습니다.
• 프라하 맥주 축제: 흔히 '체코 맥주 축제'라고도 불리며, 체코 전역에서 생산되는 다양한 맥주들을 접할 수 있는 축제입니다. 70개의 체코산 맥주와 50여 개의 외국산 맥주를 포함, 총 120여 개의 다양한 맥주들을 맛볼 수 있습니다. 매년 5월에 17일간 열리는 행사입니다.
• 플젠 필스너 페스트: 플젠에서는 처음 필스너 우르켈이 양조된 날을 기념하기 위해 매해 10월 초쯤에 플젠 필스너 페스트라는 축제를 엽니다. 플젠은 프라하에서 1시간 반 정도 떨어진 곳이며 세계 최초의 황금색 맥주를 탄생시킨 '맥주의 고장'이라 불리는 곳입니다.
• 양조장 투어: 체코 맥주를 색다르고 즐기고 싶다면 양조장 투어도 좋은 방법입니다. 인터넷에 '체코 양조장 투어' 혹은 '체코 맥주 공장 투어'를 검색하면 플젠의 '필스너 우르켈' 양조장을 방문한 후기를 가장 많이 보실 수 있을 겁니다. 필스너 우르켈 양조장 말고도 코젤 양조장, 스타로프라멘 양조장, 부데요비츠키 부드바르 양조장 등 여러 맥주 공장들 역시 다양한 투어 프로그램을 진행 중입니다.
• 비어스파: 맥주는 단순히 마시는 것뿐만 아니라 스파로도 즐길 수 있다는 사실, 알고 계셨나요? 맥주 속 효모가 혈액순환을 도와 피로회복과 스트레스 해소에 도움을 주고, 각질제거와 보습 등 피부미용에도 탁월한 효과를 보인다고 합니다. 하지만 우리가 시중에서 마시는 맥주는 이산화탄소가 있어서 그 완제품을 이용할 순 없습니다. 대신 욕조에 30도 정도의 따뜻한 물을 받은 후 맥주 원액을 풀어서 손님들에게 제공한다는군요. 프라하 뿐 아니라 체코 지역마다 비어스파를 운영하는 곳이 많기 때문에 누구나 쉽게 이색 체험을 경험하실 수 있을 겁니다.
맥주의 효모는 피부 진정과 탈모 방지에 효능이 있다고 밝혀진 바 있습니다. 그래서 체코에서는 맥주를 이용한 코스메틱이 굉장히 유명합니다. 특히 한국인들이 체코에 오면 기념품으로 이 브랜드의 제품을 꼭 구입하더군요. 바로 체코 쇼핑 리스트 1위라는 '마뉴팍투라'입니다. 마뉴팍투라 매장은 시내 곳곳에 있어 구매하기 쉽습니다.
오른쪽 사진에 나온 제품들은 모두 맥주를 이용해서 만든 화장품 라인입니다. 맥주 샴푸에서부터 맥주 샤워 젤, 데일리 피부크림, 피부 마스크, 모발 마스크, 핸드크림, 헤어 밤, 립밤, 비누, 세럼, 애프터 세이브 밤까지! 맥주를 이용한 제품들이 생각보다 참 다양하지요?
체코 문화에 대해 알아갈수록 개인적으로도 맥주에 대한 체코인들의 뜨거운 애정을 깊이 체감할 수 있었습니다. 1인당 맥주 소비량 세계 1위,
최초의 맥주 양조법에 관한 기록, 세계 최초의 맥주 박물관 개관, 세계 최초의 플젠식 맥주 생산, 맥주 공장 종업원이 대통령이 된 나라…….
모두 맥주의 천국이라 불리는 체코를 수식하는 말들입니다. 분명 체코인들에게 있어서 맥주는 단순한 음료 이상의 의미를 가지고 있음을 모두들
느끼실 수 있을 겁니다. 미래에셋대우인 여러분, 오늘밤에는 좋은 사람들과 맥주 한잔 기울이시면서 이 말을 다 함께 외쳐 보시는 건 어떨까요?
나즈드라비! (Nazdraviv!: 체코어로 '건배'를 뜻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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