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창호님의 댓글
김창호대단하네요.
스페인 국민들에게 가장 특별하고도 중요한 시간으로 시에스타(la siesta)를 들 수 있을 것입니다. 시에스타(la siesta)란, 오후 2시부터 4~5시 정도까지 일을 잠시 멈추고, 낮잠과 휴식을 위해 보내는 시간입니다. 그렇다면 시에스타에 사람들은 정말 낮잠을 잘까요? 사실 진짜로 잠을 청하기보다는 여유롭게 점심을 먹거나 주변 사람들과 담소를 나누며 휴식을 취하는 분들이 많습니다. 다양한 장소에 따른 시에스타 시간 이용 방법을 한 번 살펴볼까요?
먼저, 아래의 '은행 운영시간' 사진처럼 학교 사무실, 국제처, 관공서, 은행 등 공공기관은 오후 2시~2시 반 정도까지만 운영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따라서 공공기관에서 업무를 봐야 할 경우 되도록 오전 일찍 방문하는 것이 좋습니다. 한국처럼 오후 4~5시까지에도 운영할 거라고 생각하고 늦게 간다면 낭패를 보기 십상이지요. 저도 등록과 수강 과목 변경을 위해 학교 국제처에 들릴 때가 많았는데 늘 평일 오후 2시까지만 운영을 하기 때문에 늘 서둘러 가야 했답니다.
또한 학교의 강의는 시에스타 시간에 따라 딱 오후 2~4시만을 제외하고 과목별로 이루어집니다. 아래의 캡쳐 사진은 제가 다니고 있는 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 대학교(USC)의 사학과 시간표입니다. 빨간 네모 박스로 표시한 부분을 보시면, 오전 10시부터 오후 2시까지, 그리고 오후 4시부터 8시까지 수업이 이루어지는 걸 볼 수 있습니다. 저녁 6~8시의 강의라고 하면 마치 야간 수업처럼 느껴지지만, 여기서는 해가 아주 늦게 지기 때문에(가을 기준, 일몰은 보통 오후 8시 반~9시) 8시에 수업을 마치고 나와도 그제야 노을이 지고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상점이나 음식점의 경우는 두 가지 경우로 나누어집니다. 시에스타 시간에 운영하는 음식점, 카페, 바 등과 운영하지 않는 상점(옷 가게, 안경점, 화장품 가게 등)으로 말이죠! 시에스타 시간에 많은 사람들이 이용하는 곳이 음식점, 카페, 바 등이기 때문에 이곳들은 시에스타에도 운영하는 반면, 다른 상점들은 문을 닫는 경우가 많습니다.
위의 사진들은 시에스타 시간에 운영하지 않는 상점들의 모습입니다. 대낮에 철창까지 내리고 문을 닫는 모습을 볼 수 있죠. 옷 가게, 화장품 가게, 안경점 등의 상점들은 오후 2시부터 4시 반 정도까지 쉰 후 다시 영업을 합니다. 반면, 음식점이나 카페, 바 등은 시에스타 시간에 문을 열고 그 이후에 쉬지요. 사진과 같이 보통은 낮 12부터 오후 4~5시까지 영업을 하고, 오후 7~8시부터 다시 여는 편입니다. 이와 달리, 까르푸(Carrefour)나 디아(Dia), 가디스(Gadis) 등과 같은 슈퍼마켓(supermercado)들은 대부분 오전 9시부터 오후 9~10시까지 영업을 합니다. 즉, 식료품이나 생활용품은 언제든지 가서 살 수 있으니 걱정 마세요. 일요일에는 영업하지 않는다는 것만 알아두시면 됩니다.
그럼 시에스타 시간은 왜 필요한 것일까요? 바로 낮 동안의 무더운 '더위' 때문입니다. 저도 스페인 날씨를 몸소 겪으며 시에스타가 없으면 안 되겠다는 생각을 절실히 했답니다. 스페인에서는 가을, 겨울에도 낮에는 햇볕이 강하게 내리쬐기 때문에 휴식시간이 주어지지 않으면 하루 종일 생활하기가 힘들 것 같았어요. 많은 사람들이 왜 음식점, 카페 안이나 파라솔, 공원 그늘에서 쉬는지 이해가 갔습니다.
저는 스페인의 시에스타에 적응하면서부터 비로소 일상의 여유를 만끽할 수 있었습니다. 한국에서는 점심시간에도 바쁘게 밥을 먹고 수업을 가야 했는데, 여기서는 충분히 먹고도 쉴 수 있는 2시간 정도의 시간이 주어지기 때문이죠! 스페인 교환학생을 오시는 분이라면 꼭 시에스타 시간을 신나게 즐기시길 바랍니다!
스페인 사람들은 무언가를 체크할 때 빈칸에 V 대신 X를 표기합니다. 바로 긍정의 의미로 선택할 때 X 표시를 사용하는 것이지요. 위의 사진은 제가 수강 과목을 변경할 때 작성했던 서류랍니다. 이처럼 스페인에서는 X 표시를 해야만 유효한 것으로 인정받을 수 있습니다. 정말 놀랍지요?
얼마 전에는 제가 스페인어 수업 반 배정을 받기 위해 레벨 테스트를 봤는데 심지어 그 때에도 정답을 X로 표시해야 했답니다. a, b, c, d로 된 4가지의 선택지 중에서 맞는 답 위에 X를 그려야 했지요. 천생 한국인이라 그런지 제가 표기해 놓고도 괜히 해당 보기가 틀렸다는 표시처럼 느껴져 찝찝함이 한동안 가시질 않았지요. 어쨌든 스페인에 오시는 분들, 서류 작성 시 꼭 V가 아닌 X 표시를 해야 한다는 것을 기억해주세요!
스페인에서는 숫자를 표시할 때에도 한국과 다른 방법을 사용합니다. 한국에서는 소수점 아래 숫자를 적기 전 온점(.)을 찍고, 천 이상의 수를 표현할 때 쉼표(,)로 끊어주지만 스페인에서는 그 반대입니다. 스페인에서는 소수점 아래 숫자를 적기 전에는 쉼표를 찍고 천 이상의 수를 표현할 때 온점으로 끊습니다. 위 사진에서 영수증의 총 금액을 보면 한국에서는 11.57유로로 적는 것을 스페인에서는 11,57유로로 적는 것을 확인할 수 있지요?
다음 사진은 제가 수강하고 있는 근대사 강의의 피피티 내용 중 일부입니다. 표의 숫자를 보시면 50만~60만을 500.000-600.000으로, 즉, 쉼표가 아닌 온점을 이용해 표기하고 있는 것을 확인하실 수 있을 겁니다. 비록 사소한 부분이지만 한국과 다른 숫자 표현법을 알아두면 나중에 스페인 방문 시 당황할 일이 확 줄어들지 않을까요?
대단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