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화에서 금융(돈)의 역할은 필수적입니다. 자본주의 체제에서 돈은 변화를 일으키는 가장 강력한 동인이자 목표입니다. 환경과 ESG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기후위기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금융(Climate Finance)이 기반이 되어야 합니다. 금융이 움직인다면 탄소중립 목표 달성도 빠르게 이행될 수 있다는 판단입니다. 이러한 차원에서 가장 주목되는 금융연합체는 GFANZ(Glasgow Financial Alliance for Net Zero)입니다.
2021년 4월 탄소중립을 위한 국제금융연합체 GFANZ(지팬즈)가 결성되었습니다. GFANZ는 45개국, 500개 이상의 은행, 보험사, 자산 운용사 등 금융기관이 참여하고 있습니다. 현재 총 자산 규모는 130조 원으로 전 세계 금융 자산의 40%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GFANZ에 참여한 금융기관들은 2050년까지 Net Zero 달성을 목표로 하고 2030년까지 탄소 배출 50% 감축을 이행 기준으로 하여 투자 진행 상황과 배출량을 보고해야 합니다. 특히, 투자 의사결정에서 기후 변화를 핵심 기준으로 정하여 포트폴리오와 금융상품을 탄소 감축 중심으로 운영해야 합니다. 탄소 감축을 하지 않은 기업에는 투자하지 않는다는 것이 GFANZ의 핵심 목표입니다.
2011년 11월 개최된 제26차 유엔 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 Conference of Parties)에서 Alok Sharma 의장은 이번이 '마지막이자 최선(Last and Best)'이라고 말했습니다. 늦었지만 늦지 않았고 최선을 다해야 할 때라고 강조한 부분입니다. 여러가지 한계에도 불구하고 COP26에서 가장 의미 있는 의제는 2050년 탄소중립을 위한 국제금융제도 정비입니다. 그 중에서도 GFANZ는 금융을 통해 탄소 중립을 달성할 수 있다는 의지를 보여주었다는 측면에서 의미가 크다는 판단입니다.
탄소 중립을 위한 달성하기 위한 변화 주체는 정부와 가계(개인) 그리고 기업입니다. 그 중에서 기업의 역할과 비중이 가장 큽니다. 탄소는 소비를 통해서 배출되는데 기업은 제품을 생산하고 소비하는데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고 핵심적인 역할을 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렇다면 기업의 변화를 어떻게 일으킬까요?
기업은 우선 내부적인 의사결정으로 변화할 수 있습니다. 기업 스스로 친환경적 사회적 목표를 제시하고 지속가능한 기업으로 전환하기 위해 노력할 수 있습니다. 대표적인 예가 파타고니아(Patagonia)입니다. 파타고니아의 사회적 목표를 살펴보기 위해서 창업자인 이본 쉬나드(Yvon Chouinard)가 소유권을 넘기면서 쓴 편지를 읽어볼 필요가 있습니다.
번성하는 지구를 만들기 위해서는 우리가 가진 모든 자원으로 할 수 있는 일을 해야 합니다.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인가 찾아야 합니다.
저는 결코 사업가가 되고 싶지 않았습니다. 처음에 수공업자로 저와 친구들을 위한 등반 장비를 만들었습니다. 이후 의류 제조를 시작했습니다. 사업이 지구 온난화를 일으키고 생태계를 파괴한다는 것을 안 이후로 파타고니아는 사업 방식을 바꾸기로 결정했습니다. 원가를 충당하면서 올바른 일을 한다면 고객과 다른 사업에 영향을 미치면서 시스템을 바꿀 수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우리는 환경 피해가 적은 원재료를 사용하여 제품을 제작하기 시작했습니다. 우리는 매년 매출의 1%를 환경을 위해 기부했습니다. 우리는 인증된 기업이 되었고 사회적 가치를 기록하여 보존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2018년에는 기업 목적을 '우리는 지구를 구하는 사업을 하고 있습니다'로 변경했습니다.
회사의 가치를 유지하면서 위기 극복에 더 많이 투자할 방법을 찾아야 했습니다. 우리는 환경위기를 해결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지만 충분하지 않다고 판단합니다. 솔직히 말해 사용할 만한 더 좋은 선택지가 없었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우리 것을 만들었습니다. 한 가지 방법은 파타고니아를 매각하고 모든 돈을 기부하는 것입니다. 그러나 우리는 새로운 소유자가 우리의 가치를 유지하거나 전 세계 우리 팀을 지속 고용할 것이라는 확신이 없었습니다. 또 다른 방법은 회사를 공개(상장)하는 것이었습니다. 얼마나 큰 재앙입니까? 심지어 공기업 조차도 장기적 가치와 책임을 희생하면서 단기적인 이익을 창출해야 하는 압박을 받고 있습니다.
솔직히 사용할 만한 좋은 방법이 없었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우리만의 방법을 만들었습니다. 공개(going Public) 대신에 우리는 목적을 위한(going Purpose) 방법을 찾았습니다. 자연에서 가치를 추출하여 투자자를 위한 부를 만드는 대신에 우리는 파타고니아가 창출하는 모든 부를 모든 부의 원천을 보호하는 데 사용할 것입니다.
우리가 찾은 방식은 다음과 같습니다. 의결권을 보유한 주식 100%는 회사의 가치를 보호하기 위해 설립된 Patagonia Purpose Trust로 이전됩니다. 그리고 투표권이 없는 주식 100%는 환경 위기와 싸우고 자연을 보호하는데 주력하고 있는 비영리단체인 Holdfast Collective에 기부됩니다. 모든 자금의 원천은 파타고니아입니다. 매년 사업에 재투자한 후 낸 수익은 기후 위기 극복을 위한 배당금으로 분배될 것입니다.
책임 있는 사업에 대한 실험을 시작한 이후로 50년이 지났고 이제 다시 시작합니다. 지금부터 50년 후까지 지구가 번성에 대한 희망을 가지고 있다면 사업 번창은 훨씬 더 어려울 수 있습니다. 우리는 우리가 가진 자원으로 최선을 다할 것입니다. 이것은 우리가 우리 역할을 수행하기 위해 찾은 또 다른 방법입니다. 광대함에도 불구하고 지구 자원은 무한하지 않으며 한계를 초과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분명 회복 가능합니다. 지구를 구하는 일은 우리에게 달려있습니다.
결국 변화의 주체는 투자자입니다. 투자자들이 기업을 실질적으로 변화시킬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투자자가 사회적 가치를 추구하면서 동시에 수익을 얻게 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합니다. 대표적으로 실행 가능한 방법은 새로운 회계 기준과 ESG 지표입니다. ESG 관점에서 기업의 이익과 비용을 새롭게 계산해 내면 투자자들은 자연스럽게 투자 방법을 바꿀 가능성이 높습니다. ESG 지표가 사회적 가치를 추구하는 기업을 구별하는데 도움이 되고 가치를 판단하는 기준이 되면 투자자들의 행동도 변화시킬 수 있습니다.
또 다른 실질적인 방안은 투자자들의 새로운 기준 설정과 변화입니다. 돈은 흘러가는 곳으로 더욱 흘러가게 됩니다. 소수의 투자자들이 투자를 시작하면 또 다른 투자자가 생겨나고 수익을 창출해낼 수 있습니다. 투자자의 참여와 이익 추구를 ESG와 접목한다는 관점에서 GFANZ는 의미 있는 변화의 시작이라는 판단입니다. GFANZ에 참여한 금융기관과 투자자들은 구속력 있는 합의를 준수해야 합니다. 투자를 통해서 탄소 배출을 줄이고 동시에 이익을 추구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할 수 있다는 판단입니다.
탄소 중립을 위해서 가장 먼저 이루어져야 할 부문은 투자 확대입니다. <Bloomberg New Energy Finance, BNEF> 보고서에 따르면 탄소 중립을 위해서 향후 에너지 분야에 2050년까지 매년 1.3조 달러에서 3.8조 달러에 이르는 투자가 이루어져야 합니다. 2020년 저탄소 분야 투자 7,180억 달러에 비해 최소 2배, 최대 5배 이상 증가하는 규모입니다.
저탄소 에너지 경제 전환에서 막대한 투자자금 조달은 어떻게 할 것인가가 중요한 문제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그동안 탄소 중립 재원 조달에서 공공 비중이 컸습니다. 그러나, 투자 자금이 확대될수록 공공을 통한 조달은 한계에 직면할 수밖에 없습니다. 정부가 부담할 수 있는 부채와 투자비율이 한계가 존재하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향후 민간을 통한 탄소중립 재원 조달 비중이 지속 증가할 가능성이 높다는 판단입니다.
MSCI ESG에 따른 저탄소 분야의 특허 평가를 국가별로 살펴보면 선두 기업에 미국이 가장 많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저탄소 특허 평가가 이루어진 글로벌 2,163개 기업을 구분하면 미국은 722개, 일본 424개, 대만 163개, 한국 124개, 영국 88개로 조사됩니다. 단순한 규모로 보면 미국 기업들이 가장 많은 저탄소 분야 특허를 보유하고 있습니다.
반면, 전체 ESG 평가 대비 저탄소 특허 평가 비율은 대만, 일본 그리고 독일과 프랑스 등 유럽 국가들이 높습니다(전체 ESG 평가 대비 저탄소 특허 평가 비율은 전체 평가받은 기업 수 대비 저탄소 특허 평가를 받은 기업 비율, 예를 들어 미국은 2,495개 기업이 MSCI ESG 평가를 받았고 그 중에서 722개 회사가 저탄소 분야 특허 평가를 받았기 때문에 비율은 29%로 계산된다). 절대 평가 수와 상대 평가 비율을 비교하면 일본 기업들의 저탄소 분야 경쟁력이 상대적으로 높다고 판단할 수 있습니다.
상대적으로 저탄소 분야 점수를 구분하여도 일본은 상대적으로 가장 많은 기업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MSCI Low Carbon Patents Score가 50점 이상인 565개 기업을 국가별로 구분하면 일본 기업이 189개로 가장 많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미국은 155개, 한국 44개, 대만 27개, 독일 26개 등입니다.
탄소 배출을 감축하기 위한 한계비용이 크면 클수록 탄소 배출을 줄이기 위한 시장 확대가 용이할 수 있습니다. 비용이 증가할수록 탄소 배출을 줄이기 위한 시장이 커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기술혁신에 대한 욕구도 커지게 됩니다. 비용이 많이 들수록 혁신을 통해 비용을 줄이기 위한 기업의 노력은 커지고 관련된 기술이 발달될 수 있는 환경이 제공될 수 있습니다.
일본의 높은 탄소 배출 한계 감축 비용은 자연스럽게 기업들의 저탄소 분야 특허와 기술혁신으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MSCI 저탄소 특허 분석에서 높은 평가를 받고 있는 기업들의 공통점은 대부분 탄소 배출량이 많은 기업들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탄소 배출이 많은 기업일수록 추가 감축에 대한 한계비용이 크기 때문에 저탄소 분야 특허와 기술 투자에 적극적이었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최근 일본은 2050 탄소중립 실현을 위한 구체적인 탈탄소 계획이 담긴 '녹색성장전략'을 수립했습니다. 그린 성장 전략에는 구체적인 산업별 탄소 절감 계획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특히, 14개 주요 전략분야를 선정하여 주요 전략 과제와 투자 계획을 설정했으며, 이중 이산화탄소 배출량의 약 40%를 차지하는 전력부문에 투자를 확대하여 2050년 기준 전체 발전량의 약 50-60%를 재생에너지로 충당하겠다는 내용이 포함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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