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전에 한 번 살펴봤듯이 1980년대 일본 경제는 큰 성공을 향해 질주하고 있었습니다. 오일쇼크가 일본 경제의 앞길을 잠시 가로막기는 했지만, 이후 반등으로 경기가 빠르게 회복되기 시작했지요. 뿐만 아니라, 훗날 실책이라고 여겨지기도 한 저금리 정책을 통해 당시 엔화의 절상이 억제되고 있었는데요. 이 과정에서 발생된 거품은 부동산 시장으로 유입되었습니다.
또한 일본의 수도인 도쿄의 가격이 평방미터 당 10억 원에 달하고 연일 오르는 주가와 부동산 가격에 부동산 부자들이 속출하던 때이기도 했습니다. 당시 일본의 주가가 1989년 기준으로 GDP의 150%까지 상승하는 등 부동산 시장과 주식 시장의 호황은 계속되었습니다. 은행 역시 담보의 100%까지 자금 대출을 지원했습니다. 이를 이용해 담보를 바탕으로 그에 상응하는 금액의 건물을 매입하고, 해당 건물로 또 담보를 내 대출을 받아 건물을 매입하는 방식도 성행했습니다.
한편, 일본 내에서도 버블에 대한 문제의식이 퍼지기 시작했습니다. 이에 따라, 1990년 일본 대장성에서 주택담보대출에 대한 제한을 두었습니다. 당시 일본의 가처분 소득 대비 가계부채 비율이 거의 140% 대에 육박하는 등 저금리로 인한 부채 문제가 이슈가 되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이후, 일본은 신규대출에 대한 억제책을 취하며 부동산 규제를 늘리기 시작합니다.
나아가, 정책금리가 급격하게 인상되었습니다. 일본중앙은행은 버블을 잡기 위해 재할인금리를 기존 2.5%에서 6%로 무려 2배 이상 급격하게 상승시켰습니다. 그간 저금리로 저축보다 대출을 통해 자산을 늘려왔던 투자자들에게 이는 청천벽력 같은 소식이었지요. 결국 그동안 상승한 부동산과 주식을 통해 자산을 축적해왔던 투자자들은 대출을 갚기 위해 자산을 처분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실제로 1989년 12월 29일에 38,957 포인트를 기록했던 일본의 니케이 225 지수는 1990년 이후 급격하게 폭락하기 시작했습니다. 2000년대 초반의 일시적인 IT 버블로 잠시 상승하기도 했지만 현재까지 일본 니케이 지수는 여전히 과거의 최고점을 회복하고 있지 못하고 있습니다. 90년대 자산가치의 폭락은 중산층과 서민 모두를 가난하게 만들었고 이후 '잃어버린 10년'을 불러왔습니다.
한편, 1989년은 일본에서 아키히토 일왕이 즉위하면서 연호를 헤이세이로 교체했던 때이기에 잃어버린 10년(Lost Decade)은 '헤이세이 불황'이라는 이름으로도 불립니다. 어쨌건 1989년 부동산 및 주식시장의 버블 붕괴로 인해 일본 경제는 긴 디플레이션으로 빠졌습니다. 물론 명목적으로는 0% 이상의 성장률을 꾸준히 보였지만 물가를 반영한 실질성장률은 마이너스 대에 달하게 됩니다.
일본의 버블경제 붕괴는 금융시장 시스템에도 큰 타격을 주었습니다. 채무불이행자가 급증하면서 100%까지도 대출을 해 주었던 일본의 은행들은 큰 피해를 입었고, 이에 따라 은행들이 도산하는 사태가 벌어지기도 했습니다. 실제로 당시 대출의 10% 가량이 채무불이행으로 인해 사라졌습니다.
일본의 증권가 역시 버블경제 붕괴로 인해 큰 타격을 입었습니다. 호황을 달리던 일본의 증권사 역시 현재 절반 정도 밖에 남지 않을 정도로 금융업계에 엄청난 파장이 있었습니다. 심지어 지금 일본에서는 잃어버린 20년, 혹은 30년과 같은 이야기가 계속 거론되고 있습니다. 과연 일본의 미래는 어떠할지 관심을 기울여보도록 합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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