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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 대표 통화 명칭을 둔 논쟁
(2023년 03월 기사)

유럽 대표 통화 명칭을 둔 논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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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3년 03월 기사)
기고: IT지원팀 권형우 선임매니저
안녕하세요. 제법 날씨가 풀린 봄날이 찾아왔습니다. 이제 곧 설레는 봄 꽃 소식이 들려올 것 같습니다. 추운 겨울을 뚫고 피어나는 봄 꽃들처럼 독자 여러분 모두 희망 가득한 봄날을 보내시기 바랍니다.
이번 글에서는 지난 번 글 말미에 잠깐 언급했던 통화 명칭을 둔 갈등에 대해 다루고자 합니다. 지난 번에 '프랑스는 유럽경제통화동맹(European and Monetary Union, EMU) 발족 시 유럽의 대표 단일 통화로 기존에 쓰던 통화였던 에쿠(ECU)를 쓰는 것을 선호했고, 반대로 독일은 해당 통화에 대해 반대 의사를 밝혔다'라고 언급했습니다. 이번 글에서는 그와 연결된 더 많은 이야기를 다뤄 보겠습니다.

프랑스가 ECU를 선호했던 이유

유럽경제통화동맹 당시 프랑스는 기존에 사용하고 있던 에쿠(ECU)를 계속 사용할 것을 주장했습니다. 사실 프랑스가 에쿠를 선호했던 이유는 다른 게 아니라 역사적인 이유가 있어서 그렇습니다.
본디 에쿠라는 명칭은 중세 프랑스에서 사용되던 5프랑 은화의 명칭과 유사했습니다. 1266년 프랑스 루이 9세 때 처음 제작되었으며, 프랑스 대혁명 후 프랑 동전이 발행되기까지 오랫동안 프랑스가 사용했던 통화였습니다.
사실 ECU라는 명칭은 프랑스 은화 명칭과는 전혀 상관이 없는 통화기는 했지만 발음의 유사성 때문에 프랑스는 유럽의 단일 통화 명칭은 에쿠가 되어야 한다고 강력하게 주장했습니다.
옛날 프랑스 동전 사진

독일, 에쿠 대신 프랑켄을 주장하다

한편 독일은 유럽의 새로운 기축통화로 영향력도 낮고, 프랑스의 옛 통화를 연상시키는 에쿠를 채택하는 데 부정적이었습니다. 특히 독일은 사실상 미국 등 여러 나라들이 유럽의 기축통화로 독일 마르크를 중시하고 있는 만큼 국제적 공신력이 떨어지는 문제를 제기했습니다. 아울러 독일은 에쿠라는 명칭이 독일어로 '암소'를 뜻하는 '쿠(Kuh)'와 비슷하기 때문에 해당 통화를 쓸 수 없다고 주장했습니다.
독일은 에쿠 대신 프랑켄이라는 용어를 쓰자고 주장했습니다. 프랑켄은 프랑스의 통화인 프랑화를 독일식 발음으로 읽은 것입니다. 독일은 프랑화를 독일어로 읽은 프랑켄이라는 용어를 쓰면 프랑스나 독일이나 둘 다 만족시킬 수 있다고 제언했습니다.
하지만 다른 회원국들은 프랑켄이라는 용어 자체가 너무 독일적이라며 반발했습니다. 때문에 독일의 주장은 채택되지 못했고, 새로운 통화 명칭을 찾아야 하는 문제가 발생했습니다.
유로 동전과 지폐 사진

플로린 등이 거론되다

에쿠나 프랑켄이나 독일이나 프랑스 등 유럽경제통화동맹(EMU) 내 양대 강대국의 입장이 반영된 것이기에 아예 새로운 중립적 통화 명칭을 찾자는 이야기가 나옵니다.
그 중 하나는 플로린이었습니다. 르네상스 시대 부국이었던 도시국가 피렌체의 통화였던 플로린은 서유럽 최초의 금화라는 상징성도 있고, 이후 네덜란드와 플랑드르 지방에서 주조된 프롤린이 유럽 곳곳에 퍼져 나가 유명세도 높았기에 해당 명칭으로 하는 것이 어떠냐는 이야기가 나왔습니다.
하지만 이는 끝까지 에쿠를 고집하는 프랑스와 자국 민족색이 드러나기를 희망했던 독일의 찬성을 얻지 못했고, 플로린을 쓰자는 주장도 폐기되고 맙니다.
결국 독일 테오 바이겔 재무장관이 유럽 전체를 뜻하는 '유로(EURO)'라는 명칭을 쓸 것을 제안, 1995년 12월 모든 국가들이 승인하면서 새로운 통화의 명칭은 유로로 확정됩니다. 프랑스 자크 시라크 대통령은 끝까지 에쿠를 고집했지만, 거듭된 통화 논쟁에 지친 여러 국가들을 설득하기는 어려웠습니다.
새로운 유럽경제공동체의 단일통화로 선택된 유로. 그리고 유로를 쓰는 국가들의 모임은 유로존으로 일컬어지게 됩니다. 하지만 유로존은 단일통화체제에 따른 한계를 갖고 있었고, 이것은 유로존의 금융위기를 촉발하게 됩니다. 다음 글에서 뵙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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