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전적 의미로 퇴직은 '현직에서 물러남'을, 은퇴는 '직임(職任)에서 물러나거나 사회 활동에서 손을 떼고 한가히 지냄'을 뜻합니다. 퇴직 이후에 또 다른 경로의 경제활동을 이어간다면 아직 완전히 은퇴하지 않은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우리나라 고령층의 실제 상황은 어떨까요. 대부분 정년을 크게 밑도는 50세 전에 주된 일자리에서 퇴직하고 있습니다.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주된 일자리에서 퇴직하는 연령은 평균 49.3세(2021년 기준)입니다. 이처럼 이른 퇴직으로 60세 이후에도 경제활동에 참여하는 비율은 지난 10년간 꾸준히 증가하고 있습니다.
2010년과 지난해를 비교했을 때 60세(62.5→67.5%), 70세(38.0→44.4%) 등 모든 연령층에서 경제활동참가율이 뚜렷하게 높아졌습니다. 계속해서 더 많은 고령층이 늦은 나이까지 경제활동을 이어가고 있는 것입니다. 고령층의 경제활동이 늘어난 배경 중 하나로 건강상태의 개선을 꼽을 수 있을 것입니다. 의료기술이 발달하고 소득수준도 높아지면서 고령층의 사망률은 지난 20년간 지속적으로 감소했습니다. 한국인의 기대수명은 1970년 62.3세에서 2020년 83.5세로 지난 50년 사이 20년 이상 연장됐습니다.
오늘날의 은퇴자들은 과거 세대보다 훨씬 긴 은퇴기간을 보내면서 노후자금을 더 오랫동안 나눠 써야 하는 상황입니다. 인출시기에 은퇴자산의 조기 소진과 빈곤을 야기할 수 있는 재무적 위험을 관리하는 것이 중요해졌습니다.
수명 연장과 관련된 재무적 위험을 '장수 위험'이라고 정의합니다. 예상보다 오래 살게 됐을 때 생기는 위험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장수 위험을 고려하지 않고 은퇴설계를 하게 되면 은퇴기간 중 자산이 조기 소진되어 빈곤에 빠질 가능성이 높아집니다.
은퇴자가 장수 위험을 관리하려면 자신의 은퇴기간을 합리적으로 예상해야 합니다. 평균적인 수준을 확인하기 위해서 우리나라 통계청이 매년 발표하는 생명표를 참고하는 것이 좋습니다. 은퇴기간 예상에 유용한 두 가지 지표는 '기대여명'과 '생존확률'입니다.
먼저 기대여명이란 특정 연령의 사람이 앞으로 몇 년 더 살지 기대되는 평균 생존연수입니다. 예를 들어 2020년 기준 우리나라 50세(1970년생)의 기대여명은 34.9년입니다. 즉 현재 나이와 기대여명을 합하면 84.9세까지 살 것으로 기대되는 것입니다.
기대여명은 '기대수명'과는 다릅니다. 기대수명은 정확하게는 출생 시 기대여명을 나타내는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당시의 연령별 사망률이 그대로 유지된다고 가정했을 때 갓 태어난 아기의 수명을 예측한 값입니다. 앞서 살펴본 1970년 출생아의 기대수명은 62.3세였는데, 이는 2020년 기준 50세의 기대여명(34.9년)으로 계산해 본 값(84.9세)과 큰 차이가 있습니다. 이는 그동안 연령별 사망률이 계속 개선됐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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