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부모와 자식 걱정에 밤잠 못 이루는 60대 중년, '근심만'입니다.
은퇴를 앞두고 있거나 은퇴 생활을 막 시작한 지인들 모두 저처럼 부양 부담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습니다. 우리 세대의 가장 큰 고민은 부양 문제입니다. 기대수명이 늘어나면서 노부모 봉양 기간도 늘어났기 때문이지요.
"이 사람아, 감당 못하겠으면 요양시설에 보내 드려."
"남한테 내 부모 맡기는 것도 안 내키고……. 더 중요한 건 돈 문제지만."
"하긴. 또 언젠가 병환에 따라 수술비로 큰돈을 지불해야 할 수도 있지. 장기 간병이라도 시작하면 부모님이 돌아가시기 전까지는 중단하기 어려울 텐데."
대한민국 중년이라면 모두 응당 감내해야 하는 뻔한 고민이라고요? 하지만 요즘의 5060세대에게는 좀 다릅니다. 노부모만 책임질 순 없는 상황이거든요. 성인이 된 자녀까지 함께 부양하고 있으니까요! 눈에 넣어도 안 아프고, 보기만 해도 배부른 자식? 아아, 언제 적 얘기인가요. 여전히 애기 같고 어쩔 땐 웬수 같은, 장성한 자식 때문에 여전히 잠 못 이루는 나날의 연속입니다. 지금의 5060세대만큼 어깨가 무거운 사람 있으면 나와 보라 그러세요.
"우리 애 대학 교육까지 시키는 데 들어간 교육비가 1억 원이 넘었어."
"여전히 댁 아들내미의 경제적 독립은 먼 얘기인가? 반평생 뒷바라지 해줬건만……."
"어디서 들으니까, 요즘 30대 미혼 절반이 부모와 함께 사는 '캥거루족'이래. 우리 집만의 일이 아닌 거야."
이제 좀 다리 펴고 쉬려나 했더니 도리어 짐을 두 배 넘게 짊어진 5060세대의 고충, 당신은 어디까지 알고 계시나요?
미래에셋은퇴연구소는 5060세대 2001가구를 대상으로 '은퇴 라이프 트렌드' 설문조사를 실시했습니다. 조사 결과, 5060세대는 노후를 앞두고 있음에도 여전히 가족을 부양하고 있으며 여기에서 오는 경제적, 정신적 부담이 만만치 않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특히, 눈길을 끈 것은 성인 자녀 부양과 노부모 부양이라는 두 가지 짐을 동시에 지고 있는 5060세대의 삶이었습니다. 이른바 '더블 케어'라 불리는 이 라이프스타일 패턴은 과거 5060세대에게서는 볼 수 없던 새로운 현상입니다.
5060세대의 절반 이상은 성인 자녀에게 매월 정기적으로 필요한 생활비를 주거나 학자금, 결혼자금 등 목돈을 주고 있습니다. 노부모에게 정기적으로 생활비를 주거나 간병을 하고 있는 경우는 더 많고요. 이보다 훨씬 심각한 경우는 아래로는 성인 자녀를, 위로는 노부모를 동시에 부양하는 '더블 케어' 상태에 놓인 가구지요. 5060세대 세 집 가운데 한 집은 성인 자녀와 노부모 모두를 부양하거나 지원해야 하는 낀 세대의 숙명을 안고 삽니다.
5060세대 중 출산이 늦어 자녀의 나이가 상대적으로 어리거나, 자녀가 독립하지 않은 채 부모와 함께 사는 경우 더블 케어 상태가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최근의 팍팍한 경제 상황 속에서 젊은 세대의 경제적 독립이 어려워지고, 이와 더불어 만혼화 경향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이러한 사회·경제적 변화들이 5060세대를 더블 케어의 덫으로 밀어 넣는 꼴입니다.
더블 케어 중인 가구 중 절반 이상이 자녀에게 경제적 지원(생활비와 목돈 지원)을 하면서 노부모에게도 생활비를 지원합니다. 자녀에게 경제적 지원을 하면서 노부모를 간병하는 경우, 자녀에 대한 경제적 지원과 노부모 생활비 지원 및 간병, 이 셋을 다 하고 있는 가구도 많습니다. 특히, 노부모를 간병할 경우엔 경제적 부담 외에 물리적인 시간과 노동이 추가로 필요하므로 물리적, 정서적 부담이 가중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5060세대가 더블 케어로 떠안게 된 부담은 어느 정도일까요? 전체 더블 케어 가구의 71.1%가 성인 자녀에게 주는 생활비는 월평균 78만 원이며, 노부모에겐 월 40만 원을 줍니다. 양쪽에 주는 생활비를 합하면 가구당 평균 118만 원입니다. 이는 이들 가구의 월평균 소득 579만 원과 비교할 때 20.4%에 달하는 수준입니다. 5060세대의 평균소비성향이 70% 수준임을 고려하면, 더블 케어 가구는 벌어들인 소득 중 가계 유지에 필요한 소비지출을 제한 나머지의 상당 부분을 더블 케어에 쓰고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성인 자녀와 노부모에게 지원하는 생활비는 50대보다는 60대가 더 큰 부담을 느낄 것으로 보입니다. 50대와 60대 가구 특성 및 가구 구조와 관련 지어 분석해보면, 60대 가구가 50대 가구보다 동거하는 자녀나 경제활동을 하지 않는 자녀가 적음에도 더 많은 생활비를 지출하고 있으며, 노부모에게 지원하는 생활비도 근소하지만 더 많습니다. 소득은 50대가 60대보다 많고요.
퇴직 후 노후 생활에 접어들면 향후 소득이 감소할 가능성이 큽니다. 대개 50대 가구의 소득수준이 가장 높고 이후 점차 가계소득이 감소합니다. 더블 케어 상황이 유지되는 가운데 소득 변화에 맞춰 성인 자녀와 노부모에 대한 생활비 지원을 줄이지 못하면, 은퇴 생활이 진행될수록 가계 경제가 점점 어려움에 처할지도 모를 일입니다.
노부모를 간병하는 경우는 생활비를 드리는 경우보다 더 많은 경제적 부담을 떠안고 있었습니다. 성인 자녀에게 매월 생활비를 지원하고, 동시에 노부모를 현재 간병하고 있는 309가구의 지출 부담을 살펴본 결과, 이들은 성인 자녀에게 매월 72만 원의 생활비를 주며, 노부모 간병비로 월평균 51만 원을 쓰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자녀와 노부모 양쪽에 생활비를 지원하고 있는데, 추가적으로 노부모를 간병하는 상황이라면 그 부담은 더욱 가중되겠지요. 더블 케어 상태에 놓인 5060세대의 경우 평균적으로 양가 부모 중 두 분이 현재 살아 계시므로 때에 따라 세 가지 경제적 부담을 함께 지게 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더블 케어에 쓰는 비용은 가구소득의 20~30%를 차지합니다. 문제는 지출되는 비용이 적지 않을 뿐 아니라 가계 여력에 따라 이 비용을 조절할 수 있는 게 아니라는 데 있습니다. 생활비와 간병비는 자금의 성격상 최소한으로 필요한 수준이 있기 때문입니다. 마치 세금이나 공과금처럼 반드시 지출돼야 하는 항목이면서 그 수준이 크게 변하지 않으니까요. 이처럼 더블 케어에 드는 비용은 고정비용화되어 가계 지출 구조까지 변화시킬 여지가 있습니다. 이 비용을 줄이기 어렵다면, 가계는 다른 소비지출 영역을 조절하는 수밖에 없습니다. 이 때문에 5060세대의 라이프스타일이 변하고, 은퇴 생활의 효용이 떨어질 우려도 있습니다.
저출산·고령화로 파생되는 사회적 문제인 더블 케어는 5060세대를 넘어 이 시대를 살아가는 모든 이들에게 경제적 문제 뿐 아니라 정신적 고통까지 안겨줍니다. 이에 대해, 정부 차원의 대책도 절실하지만 무엇보다 개인적으로 철저한 준비를 시작해야 합니다. 여러분, 이제부터 시대 흐름과 라이프스타일 변화에 대응하는 탄탄한 노후 대비를 위한 금융 공부를 시작해 보면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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