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의점을 들어가서 물건을 사는 상상을 해봅시다. 물건을 고를 것이고, 계산대에 가서 카드 또는 현금으로 결제를 할 것입니다.
결제 이후 지금 손에 무엇이 있을지 생각해 봅시다. 내가 산 물건? 그리고 돌려받은 카드? 대만에서 결제를 하면 (거의) 모든 사람들이 '영수증'을 받게 됩니다.
우리나라라면 종종 받지 않기도 하는 영수증을 대만에서 생활하면서 꼭 챙기기 시작했습니다. 왜 그럴까요? '일확천금'(一攫千金)을 위해서!
오늘은 대만의 영수증 복권에 대해서 이야기해 보려고 합니다. 아마 이 글을 읽는 사람들 중 많은 비율의 사람들이 대만에 다녀온 경험이 있거나,
한 번쯤 여행 위시리스트에 넣은 적이 있을 것입니다. 다녀온 사람들은 알겠지만 대만은 물건을 사면 영수증을 꼭 챙겨줍니다.
그런데 이 영수증이 되게 특이하게 생겼습니다. 여행객들은 이게 뭔지 잘 모르고 버리는 경우가 많습니다.
모르고 버리는 이 종이가 4억 원에 달하는 금덩이일 수가 있다니요?
대만에 다시 갈 명분이 될 수도 있을 대만의 영수증에 대해서 같이 알아보겠습니다.
위에 잠깐 언급한 것처럼 대만은 영수증에 고유번호를 발급합니다. 물건을 사면 대부분의 가게에서 영수증과 동시에 숫자가 쓰인 영수증을 줍니다. 아래 사진이 바로 대만의 '영수증 복권'입니다. 날짜는 중화민국 원년으로 쓰여있고, 홀수 달 즉 두 달에 한 번 25일에 추첨을 진행합니다.
중화민국 원년이란, 1912년 1월 1일을 원년으로 한 계산방식입니다. 계산법에 따르면 2020년 현재, 109년에 해당합니다. 예를 들어 1-2월 결제 영수증이라면 추첨은 3월 25일에 진행하고, 3-4월분은 5월 25일에 추첨하는 방식으로 진행됩니다.
가장 적은 금액은 200NTD, 한화 약 8,000원 정도입니다. 보너스 번호가 맞거나, 뒤 3자리가 일치하면 괜찮습니다. 그 이상은 순서대로! 5등은 1,000NTD 약 4만 원, 4등은 4,000NTD 약 16만 원, 3등은 10,000NTD 40만 원, 2등은 40,000NTD 160만 원, 1등은 200,000NTD 800만 원입니다. 그리고 그랜드와 스페셜이 따로 있는데 앞서 이야기한 것처럼 가장 큰 금액이 무려 4억 원에 달합니다. 정확한 당첨번호는 財政部稅務入口網(http://invoice.etax.nat.gov.tw) 사이트를 통해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구분 | 당첨번호 | 당첨금액 |
---|---|---|
特別獎 스페셜 | 모든 숫자 일치 | 1000만 NTD |
特獎 그랜드 | 모든 숫자 일치 | 200만 NTD |
頭獎 1등 | 모든 숫자 일치 | 20만 NTD |
二獎 2등 | 뒤 7자리 일치 | 4만 NTD |
三獎 3등 | 뒤 6자리 일치 | 1만 NTD |
四獎 4등 | 뒤 5자리 일치 | 4000NTD |
五獎 5등 | 뒤 4자리 일치 | 1000NTD |
六獎 6등 | 뒤 3자리 일치 | 200NTD |
增開 보너스 | 보너스번호 & 뒤 3자리 일치 | 200NTD |
대만에 왔던 사람들, 혹은 대만에서 생활을 해 본 사람들은 알겠지만 대만은 현금을 굉장히 많이 쓰는 나라입니다. 하지만 대만은 현금사용 비율이 높은 나라임에도 불구하고 과거 현금으로 물건을 구매할 때 세금이 투명하게 거두어지지 않는 문제점이 있었습니다.
그래서 대만 정부는 세금을 제대로 걷기 위한 대책을 강구했고, 1882년, 처음으로 당첨 최고 금액 6백만 원에 달하는 영수증 복권 제도를 도입했습니다. 그렇게 시작해서 1988년, 영수증 복권 당첨금에 필요한 예산을 연간 영업세 총 수입 1%에서 3%로 증액했고, 당첨 최고 금액도 200만NTD(한화 약 8천만 원)로 증액했습니다.
영수증을 복권화 시키니 국민들은 거액이 당첨될 수 있다는 생각에 열심히 복권을 받으려고 했고 세금 누락비용보다 복권비용이 더 저렴하던 대만 정부는 거래가 투명해지니 세수확보에 도움이 많이 되었습니다. 더 저렴한 비용으로 세수확보를 하고자 했던 대만정부는 2000년, 복권 발행 비용을 아끼고자 전자영수증 복권을 발행하기 시작해 2005년에는 연간 3억 2800만 대만달러를 절약했습니다. 한화로 약 132억 원에 달하는 금액입니다.
2006년에는 우리가 현재 아는 금액인 최고 등수 당첨금액을 1000만NTD, 약 4억 원으로 증액하면서 아직까지도 영수증 복권제의 활성화를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도 2000년쯤 한시적으로 현금 영수증 복권추첨제도를 운영했는데, 매월 1회 전월 사용한 영수증으로 추첨을 실시했습니다.
신용카드, 현금영수증 제도를 널리 알리고 활성화하기 위해서 영수증을 발급받은 사람을 대상으로 시행한 것입니다.
2000년, 1등 1억 원에 달하는 신용카드 영수증 복권제도에서 시작해, 매월 1회 전월 영수증에 대한 추첨을 실시했습니다.
2003년에는 직불카드를 포함, 2005년도에는 현금영수증까지 확대해 3원화된 복권제를 실시했습니다. 2005년 1년간 총
480억 원의 복권 당첨금을 지급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세원 양성화를 위한 복권 목적이 달성되었다고 밝히며 당첨금 제도를 없앴습니다.
이에 전문가들은 자세히 들여다보면 영수증 복권제의 목적이 달성되었다고 보기 어렵다고 하며 대만의 영수증 복권제의
긍정적인 부분을 도입해 재도입할 것을 제안하기도 했습니다. 현재 우리나라는 카드 사용을 유도함으로써 수입금액을 파악하고,
공제제도를 통해 카드소비를 유도하는 정책을 펼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 외에 중국, 체코, 리투아니아, 포르투갈, 루마니아, 슬로바키아 등의 나라에서는 영수증 복권 시스템을 차용했고,
슬로바키아의 경우 영수증 복권 시스템을 도입해 연간 수입 집계가 100만 달러 증가했다고 합니다.
당첨금은 3개월간 수령할 수 있습니다. 영수증 당첨 금액, 이름, 주소, 여권번호, 전화번호 등 개인정보를 기입하고 복권 교환이 가능한 곳에 가서 교환하면 되는데 이때 영수증과 여권을 챙겨야 합니다. 물론 외국인도 당첨이 가능하고 여권으로 수령할 수 있습니다. 당첨금은 금액에 따라 차이가 있긴 하지만 물건이나 현금으로 교환도 가능합니다.
당첨금 수령 과정을 영상으로 담아 보려 했으나 아쉽게도 실패했습니다. 영수증 100장을 모아도 당첨이 되지 않는 사람이 있고, 30장으로도 당첨이 되는 경우도 있습니다. 영수증의 금액은 상관이 없는 듯합니다. 모든 것은 운에 있습니다.
대만의 영수증 복권 제도를 통해 대만의 또 다른 문화와 지금은 사라진 우리나라의 과거 영수증 복권제도를 알아봤습니다. 강제성만으로는 되지 않는 시장경제의 흐름이 있습니다. 우리나라 또한 긍정적 유인동기를 유발하는 제도를 도입하여 자발성을 부여함으로써 부정부패가 덜한 시장경제가 자리잡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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