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2025년 새해, 을사년이 밝았습니다. 벌써 새해가 시작됐는데 새해 목표 짜시느라 분주하시죠? 날씨는 아직 차지만 새롭게 움트는 새싹들처럼, 2025년도 희망찬 한 해 되길 바라겠습니다.
지난 글에 이어 스페인의 정치사를 살펴보려 합니다. 글 말미에 호세 안토니오 프리모 디 리베라 이야기를 하면서 마무리를 지었는데, 과연 이 사람은 어떤 사람이었을까요?
혁명적 우파의 탄생, 팔랑헤
'팔랑헤'라는 명칭은 고대 그리스의 방진 전술, '팔랑크스'라는 데서 명칭을 따왔습니다. 팔랑크스라고 하는 고대 그리스 방진은 두꺼운 중장갑과 방패, 긴 창으로 무장한 보병들이 두터운 사각형 진형을 이루는 것을 말합니다.
각 팔랑크스에 속한 중장 보병들은 자신의 방패와 옆의 동료들의 방호에 의지하며 느린 속도로 적진을 향해 다가가 상대방과 맞섭니다.
지금 생각하면 대단히 어이없는 전술이지만 놀랍게도 이 전술은 그리스를 침공한 페르시아의 침략을 막아내는 데 유용했을 뿐만 아니라, 이후 마케도니아의 알렉산더 대왕이 이를 변용한 전술을 펼치면서 대정복에 성공합니다.
그렇다면 팔랑크스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이었을까요? 바로 신뢰에 기반한 단합된 움직임과 단결입니다.
기본적으로 팔랑크스에 속한 각 병사들은 튼튼한 청동 방패와 갑주로 무장하지만 움직임이 굼뜨고 정면 공격은 강할 지 몰라도, 측면 공격에 매우 취약한 특성이 있습니다.
이러한 약점을 극복하기 위해 팔랑크스에서는 바로 내 옆, 주변 동료들의 원호가 매우 중요합니다.
상대방이 화살 비를 퍼붓는다면 내 방패나 갑옷이 막지 못한 부분을 동료가 감싸줘야 하고 상대방이 측면을 노린다면 동료가 나를 감싸주고, 자신 역시 신속하게 전환해서 상대방의 공격에 대비해야 합니다.
스페인의 파시즘 정당인 팔랑헤의 이름은 이런 조직적이고 단합된 모습에 영감을 받아 지어졌고, 그 이름처럼 전체 국가와 노동자의 단결을 중시하게 되었습니다.
팔랑헤당의 창립자인 호세 안토니오 프리모 디 리베라는 귀족 출신으로 마드리드 대학의 법과 대학 출신으로 과거 쿠데타를 일으켰던 미겔 프리모 데 리베라 장군의 아들입니다.
그는 당시 이탈리아 지역에서 태동했던 이탈리아 파시즘의 영향을 받아 1933년 자신과 뜻을 같이 하는 사람들을 모아 팔랑헤당을 만들었습니다.
팔랑헤당의 특이한 점은 우익이기는 하지만 전통적인 우파와는 거리를 두고 있었습니다.
1934년 팔랑헤당은 공식적인 이념을 발표했는데 공화국의 공화주의 헌법, 정당 정치, 마르크스주의는 당연히 거부했지만 또 우파 진영의 성직자주의, 자본주의를 모두 거부했습니다.
아울러 국가 노동당 국가를 갖추고 스페인 제국의 부활을 위해 군대를 증강할 것을 요구했습니다.
우파이긴 하지만 정통 우파가 아니었던 만큼 팔랑헤당은 초기에는 거의 인기가 없었고 주창자인 안토니오 프리모 디 리베라 역시 선거에 참패했습니다.
그러나 청년층을 중심으로 그의 과격한 사상과 특유의 혁명주의 사상이 인기를 끌기 시작했고 공화정부에서도 문제시하는 세력으로 거듭나게 됩니다.
격화되는 정치적 충돌과 내전의 시작
앞선 글에서 봤듯이 리베라는 스페인 제국의 부활과 군국주의를 외치며 스페인 제2공화국에 대한 쿠데타를 선동하고 다녔기 때문에 공화정부 입장에서는 매우 위험한 존재였습니다.
때문에 좌파 경찰들에 의해 3월, 리베라는 체포 및 구금됩니다.
한편 스페인 군부는 쿠데타 준비에 착수하기 시작합니다. 사실 당시 군부 목적은 좌파 정권의 전복이지, 이것이 긴 독재정권의 탄생이라고 생각지는 않고 있었습니다.
군부는 먼저 팔랑헤당과는 거리를 두고 그나마 온건한 우파인 CEDA와 접촉했으나 거부당하자 팔랑헤와 연합해 정권을 전복하기로 합니다.
한편 인민전선의 좌파 정부는 돌격경찰대라는 조직을 신설, 군부와 경찰을 견제했는데 팔랑헤와 암살전을 벌이다가 과격파에 의해 우파의 거두였던 호세 칼보 소텔로를 1937년 7월, 납치 후 암살하게 됩니다.
좌파 정부는 딱히 돌격경찰대에 대해 죄를 묻지는 않았고, 이에 우파 세력들이 반발해 결국 우파 시위대에 대한 경찰의 총격으로 사상자가 발생하는 유혈 사태가 공개적으로 발생하게 됩니다.
한편 스페인의 군부 지도자 중 한 명이었던 에밀리오 몰라 이 비달 준장은 쿠데타를 지시, 드디어 전 지역에 스페인 육군을 중심으로 하는 쿠데타가 발생합니다.
그리고 여기에 프랑코가 이끄는 아프리카 파견군이 합세하면서 스페인 내전의 막이 오르게 됩니다. 다음 글에서 뵙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