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하나는 관세 부과 대상이 특정 국가(National)보다 전 세계(Global)를 대상으로 한다는 점이다. 미국의 무역적자가 집권 1기에 비해 중국의 비중이 줄어든 대신 멕시코, 캐나다, 한국 등과 같은 자유무역 체결국과 아일랜드, 일본, 대만 독일, 프랑스 등 전통적인 동맹국의 비중이 급격히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국가명 | 무역적자 규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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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명중국 | 무역적자 규모2,954억 달러 |
국가명EU | 무역적자 규모2,356억 달러 |
국가명멕시코 | 무역적자 규모1,718억 달러 |
국가명베트남 | 무역적자 규모1,235억 달러 |
국가명대만 | 무역적자 규모739억 달러 |
국가명일본 | 무역적자 규모685억 달러 |
국가명한국 | 무역적자 규모660억 달러 |
국가명캐나다 | 무역적자 규모633억 달러 |
국가명인도 | 무역적자 규모457억 달러 |
국가명태국 | 무역적자 규모456억 달러 |
자료: 미국 상무부
예고대로 4월 2일에 주요 무역 적자국에 상호관세가 부과되면 1단계 관세 조치는 마무리된다. 문제는 그 이후에는 어떻게 될 것인가 하는 점이다. 국제무역이론 상 관세는 대표적인 가격 할증 정책이다. 관세 피해국이 가격 할인 정책인 자국 통화 평가절하로 대응하면 무력화되는 맹점을 갖고 있다.
집권 1기 때도 나바로 패러다임에 따라 중국에 대해 강공 일변도로 관세를 부과했다. 예상치 못했던 것은 중국이 보복관세 대신 위안화 가치를 15% 이상 절하시켜 대응했다. 그 결과 관세 충격의 70% 이상을 경감시키면서 오히려 미국과의 경제력 격차가 10년 이내로 축소되는 결정적인 원동력이 됐다.
집권 1기 때 뼈아픈 실수를 바탕으로 관세 조치 1단계가 마무리되면 곧바로 환율 문제로 넘어갈 것으로 보는 것도 이 근거에서다. 문제는 버락 오바마 시절에 만들어진 BHC(베넷·해치·카퍼) 요건이 너무 엄격해 무역적자만으로 환율 조작을 지정할 수 없다는 점이다. 집권 1기 때도 환율 조작국을 한 건도 지정하지 못했다.
트럼프 정부도 BHC 요건의 근거법인 '무역 촉진법 2015'를 과감하게 폐지하는 대신 1988년에 제정된 '종합 무역법(omnibus trade act)'을 부활할 것으로 예상된다. 무역적자만으로 환율 조작을 지정할 수 있기 때문이다. 1990년대 들어 한국을 포함한 미국과의 무역 흑자국이 대거 환율 조작국에 지정됐던 것이 이 법에 근거에서다.
교역국이 환율 조작국에 지정되면 슈퍼 301조에 따라 미국 대통령이 최대 200%에 해당하는 보복관세를 부과할 수 있다. 사실상 미국 수출을 원천적으로 봉쇄하겠다는 의도다. 이미 환율 주무 부서인 미국 재무부의 스콧 베센트 장관이 지난 2월 4일 추가 관세 10% 부과 이후 중국이 위안화를 절하시키는 움직임에 민감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한동안 지칠 줄 모르고 오르던 미국 증시도 갑작스럽게 변동성이 극에 달하는 전형적인 '워블링 장세(wobbling market)'로 바뀌고 있다. 과거 미국 증시 흐름을 추적해 보면 최근과 같은 장세 이후 주가 흐름은 크게 두 가지로 예상된다. 하나는 조정을 거친 이후 재차 뛰어오르는 급등장(skyrocketing)과 다른 하나는 다시 한번 추락하는 폭락장(flash crash)이다.
두 흐름 중 어느 쪽으로 갈 것인가는 주가가 흔들리는 원인부터 따져볼 필요가 있다. 가장 큰 것은 미국 주가가 고평가돼 있어 시간이 문제지 언젠가는 조정이 필요하다는 시각이 계속해서 제기돼 왔다. 주가수익비율(PER), 주가순자산비율(PBR)을 비롯한 모든 평가 잣대로 미국 증시는 거품이 낀 것으로 나온다.
관세에 따른 불확실성이 주가의 변동성을 키우는 가장 큰 요인이다. 국제법에 의존하지 않고 '미친 광인과 홍수 전략(madman & flood strategy)'에 의해 쏟아내는 관세는 주식 투자자가 가장 싫어하는 롱테일 리스크다. CNN의 공포-탐욕 지수(FGI) 등과 같은 주식투자 심리지표는 극단적인 공포 단계로 떨어진 지 오래됐다.
통화정책도 그렇다. 작년 9월 뒤늦게 추진됐던 피벗의 부작용으로 인플레이션 재발 조짐이 뚜렷하다. 1980년대 초 '볼커의 실수(Volker's failure)'가 우려될 정도다. 작년 9월부터 추진해 왔던 피벗에 대해 △지속 △속도 조절 △종료 여부를 놓고 논쟁이 심하다. 어느 시각이 부상되느냐에 따라 주가는 출렁일 수밖에 없다.
펀더멘털 요인도 전환점을 맞고 있다. 작년 말까지 대부분 예측기관은 올해 미국 경제는 물가 하락 속에 성장률이 잠재 수준을 웃도는 골디락스 국면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하지만 트럼프 정부 출범 이후 발표되기 시작한 경제지표를 보면 경기 둔화를 넘어 스태그플레이션까지 우려될 정도로 악화하고 있다.
주도주도 흔들리고 있다. 미국 증시를 이끌어 왔던 엔비디아를 비롯한 M7은 작년 말을 정점으로 15% 넘게 급락했다. 이달 들어서는 '비상장 미래 M7'이 부상하는 가운데 미국 증시에서 떠나 시진핑 주석이 아낌없이 지원해 주고 있는 '레드 테크 M7'이나 '테리픽 10'으로 바꿔타야 하는 것이 아닌가는 시각이 부상하고 있다.
주도주 명칭 | 해당 종목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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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도주 명칭M7 | 해당 종목애플, 아마존, 알파벳, 엔비디아, 마이크로소프트, 메타, 테슬라 |
주도주 명칭미래의 M7 | 해당 종목스페이스X, 오픈AI, 스케일AI, 데이터브릭스, 패너틱스, 스트라이프, 리플링 등 비상장 기업 |
주도주 명칭차이나 M7 | 해당 종목알리바바, 텐센트, BYD, 샤오미, SMIC, 레노버, 메이투인 |
주도주 명칭테리픽 10 | 해당 종목알리바바, 텐센트, BYD, 샤오미, SMIC, 메이투인, 지리차, 바이두, 넷이즈, 장동닷컴 |
자료: 블룸버그
미국 경제와 증시가 주춤거리는 상황에서 중국 양회 대회가 시작됐다. 올해는 정협(전국인민정치협의)보다 전인대(전국인민대표회의)가 유난히 관심을 더 끌었다. 20차 공산당 대회 이후 추진해 온 폐쇄적인 부양책과 달리 글로벌 추세를 고려한 개방 쪽으로 다가서는 경제정책을 확정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헝다 그룹 사태에서 비롯된 중국의 부동산 위기가 공식적으로 제기된 지 올해로 6년째 접어들었다. 주가만 놓고 볼 때 단일 위기는 아무리 길어도 2년이 지나면 마무리된다. 하지만 중국의 부동산 위기는 더 깊은 수렁으로 빠지고 있다. 지난달 말 기준으로 미분양 아파트가 무려 1억 채에 도달해 우리 국민 한 사람당 두 채씩 줄 수 있는 물량이다.
문제는 부동산 위기가 장기화하는 주요인이 시진핑 정부의 정책 실수 때문이라는 점이다. 요즘 많이 거론되는 중립 금리를 적용해 보면 시 정부의 부동산 대책은 r*를 낮추는 데 초점을 맞췄어야 했다. 하지만 r**를 낮춘 게 결정적인 실수다. 실물경제 침체 혹은 과열을 시키지 않는 r*가 금융 건전성을 훼손시키지 않는 r**보다 높을수록 부동산 위기는 악화하기 때문이다.
모든 정책은 양면성을 갖고 있다. 정책 실패로 부동산 위기가 장기화함에 따라 이제는 본격적으로 다른 시장으로 전이되었다. 가장 민감하게 반응하는 증시는 오랜만에 기지개를 피고 있으나 금융위기 직전 최고치인 6300에 비해서는 여전히 절반 수준에 머물고 있다. 같은 기간 중 다우존스산업평균지수가 1만 선에서 4만 선을 돌파한 것과는 대조적이다.
모든 경기와 증시 부양책은 위기를 낳은 본질 해결에 얼마나 접근했는가에 따라 효과가 달라진다. 부양책의 규모가 클수록 더 그렇다. 2차 대전 이후 위기 경험국의 실증적 사례를 점검해 보면 기득권의 고통이 따르는 위기 본질 해결을 외면하고 순간을 모면하기 위한 캠플주사형 대증요법에 결과는 더 악화한다.
중국 경제와 증시가 당면한 위기의 본질을 단순생산함수(Y=f(L, K, A), L=노동, K=자본, A=총요소생산성)로 평가하면 초기 외연적 단계에 중국 경제의 강점이었던 노동력은 절대인구가 감소하는 인구절벽에 직면해 있다. 저출산 고령화 급진전으로 생산가능인구의 감소세는 더 빠르다. 외국인을 받아들이는 글로벌 해법으로 풀어야 하지만 이민 정책은 역행하고 있다.
자본은 외국인 기업의 이탈과 정부 주도의 불균형 투자로 노동장비율(K/L)과 토빈 q 비율이 빠르게 떨어지고 있다. 전자를 성장경로가 제대로 이행되지 못함을, 후자는 자본생산성은 미국의 3분의 1에도 못 미치고 있는 점을 뒷받침해 준다. '리쇼오링'이 최선책이지만 '인쇼오링'을 추진해 좀처럼 풀지 못하는 상태다.
총요소생산성은 5중고에 따른 사회간접자본(SOC) 투자가 제때 이뤄지지 않음에 따라 외부 불경제 효과가 크게 나타나고 있다. 헝다 사태가 장기화하면서 경기가 무너지고 GDP 대비 300%가 넘는 국가채무로 중앙정부의 지원이 끊어지면서 지방일수록 SOC의 노후화 정도는 더 심하다. 중앙과 지방, 지방과 지방 간 SOC의 불균형이 심해지는 것도 문제다.
2022년 제20차 공산당 대회 이후 이루 셀 수 없을 정도로 수 부양책이 추진해 왔지만, 실패로 끝났던 것은 중국 경제가 당면한 이런 본질 문제에 대한 깊은 고민과 대책이 안 나왔기 때문이다. 9·24 대책이 실패함에 따라 중국 경제는 1990년대 '잃어버린 10년'을 겪은 일본 경제보다 더 심각한 '잃어버린 30년'을 겪을 것이라는 우려가 확산했다.
절체절명 위기 상황에서 작년 12월 올해 경제정책 방향을 잡는 공작대회에서 종전과 다른 부양책을 확정한다. 부동산에서 증시에 초점을 맞춘 부양책과 기업정책도 '국진민퇴(國進民退·국영기업은 우대하고 민간기업은 억제)'에서 '국진민진(國進民進·국영과 민간기업 동시 우대)'로 전환한다.
증시 정책도 2022년 10월 공산당 대회 이후 외국인 자금 유입을 억제하고 중국 대탈출(GCE·great china exodus)의 직접적인 원인이 됐던 반간첩죄를 철회한다. 트럼프 정부의 대중국 정책에 대해서도 강온 전략을 병행하는 '이원적 전략(two track strategy)'으로 대응해 나가겠다는 방침도 확정한다.
전인대에서 확정할 올해 경제정책 방향을 미리 반영하는 중국 증시가 오랜만에 반등하고 있다. 정책 타이밍도 좋다. 고평가된 미국 증시가 흔들리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 주가는 한국 주가와 함께 세계에서 가장 저평가돼 있는 상황이다. 과연 중국 경제가 살아날 수 있을까? 아직까지는 'fifty fifty(50대 50)'이다.
트럼프 정부의 관세에 이은 환율 전쟁은 승전국이 전리품을 모두 가져가는 '카르타고식 평화 방안'이다. 1차 대전 당시 이 방식을 주도했던 미국은 대공황이란 혹독한 시련를 치렀고 2차 대전이 발발하는 직접적인 계기가 됐다. 승전국, 패전국 모두가 이익이 되는 '케인즈식 평화 방안'으로 세계 경제 발전을 위해 관용을 베풀면 중국과 공생하면서 트럼프 정부도 마가(MAGA) 달성이 빨라지지 않을까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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