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을거리가 다채롭고 풍성해진 현대에도 인기가 높은 몇몇 메뉴에 대해서 종종 분쟁이 일어나는 것을 볼 수가 있다. 그만큼 음식의 레시피는 중요한 가치를 가진다. 역사적으로 살펴봐도 이러한 음식 분쟁이 법정으로 이어진 사례를 발견할 수 있다. 오스트리아를 대표하는 디저트에서 전 세계인이 사랑하는 케이크로 발돋움한 자허토르테도 그 중 하나다.
오스트리아를 대표하는 디저트로 초콜릿 스펀지 시트에 살구잼을 발라 전체를 초콜릿으로 코팅한 케이크인 자허토르테를 꼽을 수 있다. 자허토르테의 역사는 1832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그 해 오스트리아의 외교가인 클레멘스 벤첼 로타어 폰 메테르니히(Klemens Wenzel Lothar von Metternich) 공이 비엔나 회의에 참석할 각국 대표들에게 융숭하고 격조 있는 대접을 베풀기 위해 주방에 특별한 디저트를 주문했다. 그런데 메테르니히 공의 직속 요리사가 앓아 누워 당시 16살에 불과했던 2년차 견습생 프란츠 자허(Franz Sacher, 1816~1907)가 연회에 제공할 초콜릿 케이크를 대신 만들었고, 바로 이때 만든 케이크가 자허토르테의 모태가 되었다. 이후 그의 아들인 에두아르드 자허(Eduard Sacher)가 아버지의 뒤를 이어 요리사가 되었고 아버지가 비엔나 연회에서 사용했던 레시피를 전수 발전시켜 현재 우리에게도 익숙한 형태의 자허토르테를 만들었다. 에두아르드 자허는 1876년에 비엔나에 호텔 자허(Hotel Sacher)를 세워 성공적으로 운영하였으며, 그 곳에서 자허토르테를 판매하기 시작했다.
자허토르테가 인기를 끌며 오스트리아를 대표하는 디저트로 승승장구하던 무렵인 1954년, 호텔 자허의 새로운 주인은 자허토르테의 정통성과 '오리지널 자허토르테(The Original Sachertorte)'의 이름 사용권을 놓고 데멜 베이커리를 고소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호텔 자허와 데멜 베이커리 사이에 '달콤한 7년간의 전쟁(sweet seven year's war)'이라 불리는 긴 법적 전쟁이 시작된 것이다. 지루한 법적 공방 끝에, 1963년 법정은 '오리지널 자허토르테(The Original Sachertorte)'의 사용 권한을 호텔 자허에게 주었고, 대신 데멜 베이커리에는 '에두아르드 자허 토르테(Eduard Sacher Torte)'라고 쓰인 삼각 장식을 사용할 권한을 허락했다. 흥미롭게도 이 법적 분쟁은 자허토르테를 전 세계에 널리 알리는 계기가 되었고 덕분에 오늘날 자허토르테는 많은 이들이 즐겨먹는 초콜릿 케이크가 되었다.
한편 호텔 자허와 데멜 베이커리가 가진 레시피에는 약간의 차이가 있는데, 호텔 자허의 오리지널 자허토르테는 초콜릿 시트에 살구잼이 두 층으로 발라져 있는 반면, 데멜 베이커리의 데멜스 자허토르테는 초콜릿 아이싱 바로 아래에만 살구잼이 발라져 있다. 현재 자허토르테의 오리지널 레시피는 호텔 자허의 금고에 보관되어 있으며, 호텔 자허의 몇몇 요리사를 제외하고는 레시피를 알 수 없을 만큼 엄격하게 비밀로 유지되고 있다.
오스트리아에는 매년 12월 5일을 '국제 자허토르테의 날(National Sachertorte Day)'로 지정하여 오스트리아를 대표하는 디저트의 탄생을 기념하기도 한다. 비록 자허토르테의 날은 12월이지만 초콜릿이 가장 많이 떠오르고 소비되는 달이기도 한 밸런타인데이가 있는 2월에도 자허토르테의 가치는 상승한다. 평범한 초콜릿이 아니라 이번 밸런타인데이에는 역사적 스토리가 남다른 달콤한 자허토르테를 맛보는 것은 어떨까?
진한 초콜릿에 새콤한 살구잼이 잘 어우러진 맛집 두 곳을 소개합니다!
사진을 클릭하시면 자세한 내용을 보실 수 있습니다.
오스트리아식 커피 브레이크를
즐길 수 있는 비엔나커피하우스
그 이름에서 이미 오스트리아의 분위기가 듬뿍 느껴지는 비엔나커피하우스는 자그마한 동네 카페이지만 제대로 된 오스트리아의 풍미를 맛보고 느낄 수 있는 곳이다. 비엔나커피를 비롯해 아인슈패너 등 오스트리아에서 탄생시킨 커피 음료와 더불어 제대로 구워 풍미가 으뜸인 자허토르테를 같이 맛볼 수 있다.
#위치 서울 송파구 가락로 114 1층 102호
#문의 02-422-1683
사진출처: 비엔나커피하우스 공식 인스타그램
부다페스트 스타일 자허토르테의 풍미,
카페 마
연희동 주택가에 자리한 카페 마는 호젓한 분위기를 만끽하며 자허토르테를 맛볼 수 있는 곳이다. 특히 이곳은 오스트리아 스타일과는 조금 다른 부다페스트 스타일의 자허토르테를 제공한다. 오스트리아에서 헝가리로 퍼져 나가 헝가리 역시 자허토르테를 발전시켰는데 카페 마는 바로 그 맛을 되살린 곳이라 더욱 이색적이다.
#위치 서울 서대문구 연희로11가길 48-10
#문의 전화 없음
사진출처: 카페 마 공식 인스타그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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