돔 페리뇽(Dom Pérignon)은 1668년 피에르 페리뇽(Pirre Perignon)이 프랑스(France) 샹파뉴(Champagne)에 있는 베네딕틴 오빌리에 수도원(Benedictine Hautvillers Abbaye)에서 제조했던 와인(Wine)을 모태로 탄생한 샴페인 브랜드이다.
1832년, 프랑스 샴페인 브랜드 모엣&샹동(Moët & Chandon)은 전쟁으로 폐허가 된 베네딕틴 오빌리에 수도원을 복원했다. 이와 동시에 모엣&샹동은 최고의 와인을 생산하기 위해 평생을 바친 피에르 페리뇽 수도사에게 경의를 표하고 그의 정신을 계승하고자 모엣&샹동 브랜드 내 프리스티지(Prestige) 샴페인 라인으로 돔 페리뇽을 만들었다.
브랜드명에 쓰인 '돔(Dom)'은 성직자의 최고 등급인 '다미누스(Dominus)'를 줄여서 부른 호칭이며, 피에르 페리뇽은 훗날 '돔 페리뇽'으로 불렸고, 여기에서 브랜드 명이 유래했다. 1921년 빈티지(와인의 '생산연도'를 뜻함) 돔 페리뇽 샴페인은 영국, 미국 등에 수출되며 1936년 이후 독립된 브랜드로서 인지도를 얻기 시작했다.
피에르 페리뇽은 오크통에서 숙성하는 방식이 아닌, 코르크로 봉해진 병 안에 든 와인을 저장고에 넣어 숙성하는 방식을 도입함으로써 새로운 맛, 색, 향과 질감을 가진 샴페인을 만들었다.
피에르 페리뇽은 오빌리에 마을에서 생산되는 포도 원액의 여러 종을 섞어 숙성시키는 남다른 제조방식을 사용했다. 피에르 페리뇽의 샴페인은 당시 가장 좋은 와인의 4배에 달하는 값에 거래되었고, 베르사이유 궁전까지 배달되어 루이 14세와 루이 15세의 식탁에도 올랐다. 피에르 페리뇽의 샹파뉴의 스파클링 와인, 즉 샴페인은 와인을 마시는 풍습에 있어서도 변혁을 초래했다. 하인들이 일일이 음료를 대접해야 하는 당시의 테이블 매너를 귀찮게 여긴 프랑스의 왕실과 귀족들은 간단히 병을 딸 수 있고 '펑'하는 경쾌한 소리와 함께 하얀 거품이 쏟아지는 샴페인을 축제와 쾌락의 음료로 애용했다.
1743년 프랑스 샹파뉴 지역의 에페르네에서 론칭한 모엣&샹동의 CEO였던 로버트 장 드 보게(Robert-Jean de Vogüé)는 돔 페리뇽의 샴페인 생산을 1921년에 재개했다. 모엣&샹동이 인수한 돔 페리뇽은 15년 뒤인 1936년에 1921년에 생산한 1921 빈티지 샴페인을 처음으로 시장에 출시했다. 샴페인의 역사를 발전하게 한 '샴페인의 아버지'와 같은 돔 페리뇽은 출시 자체만으로도 충분히 화제가 되었다.
1947년은 1893년 이래로 가장 빠른 9월 5일에 포도를 수확할 정도로 작황이 좋았다. 이후 생산연도의 작황에 따라 독특한 맛과 향을 지닌 개성을 가지는 돔 페리뇽 빈티지의 역사가 이어지며 세계의 왕실, 부호, 스타들이 애용하는 샴페인으로 명성을 더해갔다. 1952년, 엘리자베스 2세 영국 여왕의 대관식과 1981년 찰스 왕세자와 다이애나 비의 결혼식의 축하 샴페인으로 사용되었으며 이 밖에도 세계 각국의 공식 만찬과 행사에서도 사용되고 있다. 에드워드 8세인 윈저공과 윈스턴 처칠 등도 돔 페리뇽을 즐겨 마신 유명인으로 알려져 있다.
한편, 1962년 돔 페리뇽을 소유한 모엣&샹동은 프랑스 주식시장에 상장된 첫 프랑스 와인 하우스가 되었고, 1971년에는 코냑 회사인 헤네시(Jas Hennessy & Co.)와 합병하며 모엣 헤네시(Moët-Hennessy)가 되었다.
돔 페리뇽은 보다 강하고 튼튼한 유리병과 탄산가스가 잘 압축될 수 있도록 하는 코르크 마개와이를 고정하는 철실을 고안해 샴페인으로 숙성되던 와인이 폭발하는 현상을 막았다. 이 외에도 돔 페리뇽은 샴페인을 만들기에 적합한 품종을 개발하고 새로운 블렌딩을 고안했으며, 부드러운 포도 압착 방식을 통해 적포도 품종으로도 화이트 와인을 만드는 기법을 개발하는 등 샴페인 기술의 진보를 일구어냈다.
피에르 페리뇽과 샴페인에 관한 흥미로운 일화가 있다. 피에르 페리뇽이 미사에 쓸 와인을 고르기 위해 수도원 가장 깊은 곳에 있는 와인 저장고에 갔을 때 마침 와인병이 폭발했다. 겨울 동안의 추위 탓에 발효를 멈췄던 와인이 날이 풀리며 다시 2차 발효를 시작했고 병 속의 효모들이 탄산가스를 만들어내는 데다가 높아진 병 속 온도와 탄산가스의 압력이 맞물려 유리병이 터진 탓이었다. 하지만 피에르 페리뇽은 이 와인을 마신 뒤 '별처럼 아름다운 맛이 입에 가득참'을 느꼈고 "형제님. 어서 와보세요. 저는 지금 은하수를 마시고 있어요!"라는 말을 남겼다고 한다.
이 일화로 인해 별이 돔 페리뇽 샴페인의 맛을 상징하는 표현이 됐다. 이후 피에르 페리뇽은 샴페인 연구에 몰두했고, 그가 일생을 바쳐 연구한 샴페인 제조법은 오늘날 샴페인 제조법의 기반이 되었다. 그의 사망 후에도 샹파뉴 지역에서 샴페인 제조 기술은 100여년간 계속 발전하여 지역의 특산물이 되었고 이는 프랑스의 상표법에 의해 철저히 보호되고 있다. 샴페인이라는 이름은 샹파뉴 지방에서 생산된 피노 누아(Pinot Noir), 피노 뫼니르(Pinot Meunier), 샤도네이(Chardonnay) 품종의 발포성 와인에만 쓸 수 있다. 기타 지역에서 생산된 발포성 와인은 '스파클링 와인(Sparkling Wine)'이라고 부른다.
한편 겨울이 추운 와인 산지 샹파뉴 지역에서도 봄이 되면 와인에 탄산가스가 생기는 일이 잦았고, 이로 인해 와인셀러에서 병이 폭발하는 사고가 잦았다. 이에 피에르 페리뇽은 코르크 마개와 철실을 활용해 와인의 폭발을 막는 보관법을 고안해냈다. 피에르 페리뇽은 1690년경, 스페인의 수사들이 코르크 마개로 물통을 막았던 것에서 힌트를 얻어 코르크 마개를 와인 병을 막는 용도로 사용했는데 이를 통해 와인의 숙성도가 비약적으로 발전했다. 피에르 페리뇽이 코르크 마개를 개발하기 이전에는 보통 나무에 마 소재의 천을 두르고 올리브 기름을 묻혀서 썼는데, 코르크는 더 튼튼하게 병 입구를 막는 것은 물론 와인과 기름이 섞이지 않아 신선도가 높아졌다.
또 하나의 특징은 부드러운 착즙방식이다. 1670년, 피에르 페리뇽은 포도즙을 천천히, 느리게 짜내는 포도 압착기를 개발했다. 프랑스 브루고뉴 지방의 적포도인 피노 누아 품종도 피에르 페리뇽이 개발한 포도 압착기를 사용해 천천히 짜내면 포도 껍질에 있는 색소가 과즙을 물들이지 않아 붉은색이 아닌 무색의 투명한 포도즙이 채취된다. 이러한 피노 누아 품종으로 화이트 와인 제조법을 완성한 것이 피에르 페리뇽이었다. 또한 피에르 페리뇽은 포도에서 즙을 한 번만 짜냈다. 첫물이 끝물보다 고소하고 달며 향이 풍부했기 때문이다. 부드럽게 한 번만 짜내는 피에르 페리뇽의 착즙 방식은 현재까지도 이어져 돔 페리뇽의 모든 제품에 적용되고 있다.
돔 페리뇽은 샹파뉴의 17개 포도밭에서 언제든 원하는 포도를 선별할 수 있는 독점권을 가지고 있다. 돔 페리뇽은 블렌딩을 통해 40년, 50년까지 숙성 가능한 포도주인지 판단 후 숙성 여부를 결정한다. 저장 과정에서 인간의 개입을 최소화하는 것이 돔 페리뇽의 철학인 만큼 블렌딩 과정 이후 인간의 손이 닿지 않는 방치된 숙성 과정은 돔 페리뇽을 만들어내는 중요한 근간이다.
돔 페리뇽은 양조하기 까다로운 빈티지 샴페인만을 고집하는 브랜드이다. 샴페인은 크게 빈티지 샴페인과 논 빈티지(Non-Vintage) 샴페인으로 나뉜다. 특정 수확연도, 즉 빈티지가 좋으면 그 연도를 기념하여 빈티지 샴페인을 양조하고, 그렇지 않으면 다른 연도의 샴페인과 혼합하여 논 빈티지 샴페인을 만드는 것이 일반적이다. 샴페인의 원산지인 샹파뉴 지역은 북위 50도에 걸쳐 있는 한랭한 지역으로 포도가 잘 익지 않아 매년 일정하게 좋은 포도를 생산할 수 없다. 따라서 샴페인 회사들이 만드는 샴페인은 주로 일정한 맛을 유지할 수 있는 논 빈티지 샴페인이다.
하지만 돔 페리뇽은 100% 빈티지 샴페인만을 생산하며 매해 새로운 샴페인을 창조했다. 돔 페리뇽은 매 빈티지마다 새로운 맛과 향을 위한 도전은 와인에 특별한 '영혼'을 입혀 샴페인에 가치를 더한다고 믿는다. 이와 같은 신조는 돔 페리뇽이 럭셔리 샴페인 브랜드로 각인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해 주었다. 돔 페리뇽은 명성있는 럭셔리 샴페인 하우스 중 유일하게 빈티지 샴페인만을 생산하는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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