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맛 좋은 집에 복이 많다'는 말이 있다. 그만큼 한 집안의 전체적인 음식 맛을 결정하는 중요한 요소가 장이고, 그것을 잘 관리하는 것은 복으로 이어진다는 말이 있을 만큼 일상의 값진 의미를 갖는 것이 장이라는 것을 뜻한다. 장 담그는 문화는 우리나라의 중요한 문화유산 중 하나다. 오랜 전통을 이어왔을 뿐만 아니라 각 지역별 생활상과 식문화를 고스란히 담고 있는 까닭이다. 그런 장 담그기 문화는 유네스코 세계유산에 등재되면서 그 가치를 인정받았다.
장은 한국의 식문화에서 아주 중요한 식재료이다. 발효미학을 담은 장은 김치와 함께 한국인의 깊은 맛을 대표한다. 그만큼 우리의 전통 식문화에서 장 담그기는 김장과 더불어 집안 행사 중에서 가장 큰 일이었다. 된장, 간장, 고추장 등 각종 장류는 다양한 요리에 조미료로 이용되거나 찌개를 끓이는 재료 등으로 사용되는, 음식 맛을 결정짓는 핵심 요소다.
이러한 장은 절기가 되면 재료를 잘 모아 정성을 다해 담아 장독대에 늘어서 있는 항아리를 가득 채웠다. 장 담그기는 한 집안의 역사와 전통을 상징하는 것으로 계절에 따라 장을 담고 보관하는 일은 무엇보다 중요했다. 그런 중요성은 대대로 이어져 온 '씨간장'을 고이 보관하거나 장독 주변에 나쁜 기운이 들어가지 않도록 금줄을 치는 의식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뿐만 아니라 <농가월령가>를 살펴보면 3월령에 장 담그는 부분이 게재되어 있을 정도로 오랜 문화를 자랑한다.
우리 조상들이 장을 담는 문화는 오랫동안 대를 거치며 이어져 왔다. 콩을 주원료로 삼아 소금과 함께 발효시켜 만든 음식 문화는 동아시아 지역을 중심으로 다양하게 전승됐는데, 한국에서는 된장, 간장, 고추장 등이 대표적이다. 이러한 장은 현대 한국인의 밥상에서도 빼놓을 수 없는 중요한 조미료이자 식재료로 이전처럼 집에서 직접 장을 담그는 모습은 많이 사라졌지만 그 존재감은 이전 못지 않다.
이런 장 담그는 문화가 그 우수성과 가치를 인정받아 2024년 12월 유네스코 세계유산에 등재되었다. '한국의 장 담그기 문화'를 인류무형문화유산 대표목록으로 등재하기로 하면서 "한국의 장은 한국 식생활의 근간을 이루는 식품"이라고 평가했다.
콩을 삶아 메주를 만들고, 적당한 조건에서 발효시킨 다음 숙성·보관해 맛있는 장을 담그는 수고스럽지만 정성 가득한 제조 과정은 지역 혹은 가정마다 조금씩 차이가 있다. 하지만 시간과 정성으로 만드는 음식이란 점에서는 동일하다. 메주를 소금물에 담가 숙성한 후 액체를 달여 간장을 만들려면 최소 5~6개월 이상 기다려야 하는데, 이처럼 오랜 시간을 들이는 음식은 많다. 특히 씨간장은 몇 대를 거쳐서 물려 받으면서 그 맛과 향의 깊이가 더해져 엄청난 가치를 가지고, 된장도 오래 잘 발효되면서 점점 풍미가 깊어지는 특징이 있다.
장 문화를 가까이에서 감상할 수 있는 곳이 상대적으로 적은 편이지만 경복궁 내에는 장고 (醬庫)라고 하는 왕실의 장을 보관하는 창고가 재현되어 있어 관람할 수 있다. 또한 충남 논산에 있는 아름다운 고택으로 손꼽히는 명재고택에도 수많은 장 항아리가 줄지어 서 있는 장관을 볼 수 있다. 또 전북 익산에는 3만여 평의 장독정원에 4천여 개의 전통 옹기가 모여 있는 이색적인 풍경을 볼 수 있는 고소락이 있는데 이곳에서는 식초, 고추장, 쿠키 등 발효식품을 활용해 건강한 먹거리를 직접 만들 수 있는 체험 프로그램도 할 수 있다.
장 담그기는 가족 내에서 전승되어온 집안의 역사와 전통을 담고 있으며, 한국인의 일상 문화에 뿌리를 이룬 유산이다. 직접 만드는 문화가 줄어들고 있지만 전통을 이어가야 할 소중한 유산임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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